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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조원 비리 돈잔치, 남은 건 녹조라떼 인공호수
22조원 비리 돈잔치, 남은 건 녹조라떼 인공호수
  • 안성용 선임기자
  • 승인 2013.12.26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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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결과와 교훈…홍수예방, 수질개선 등 당초 사업목적 실효성 거의 없어

공식적으로 22조원이 투자되었다고 알려진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건설사들이 치밀하게 서로 짜고, 광범위하게 사업 입찰 관련 담합을 벌여 막대한 국민세금이 낭비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검찰은 대형건설사들의 담합이 이명박정부 시절 벌어진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와 한강 아라뱃길 공사 등 다른 국책사업에서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 중이다.

검찰, 4대강 대형건설업체 11곳 전·현직 임원 22명 기소, 수사 확대 방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지난 9월 24일, 4대강 공사의 입찰 과정에서 가격을 조작하고 경쟁입찰을 방해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및 형법상 입찰방해)로 대형 건설사 11곳의 전·현직 임원 중 구속자 6명을 포함하여 2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해당 회사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GS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쌍용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금호산업 등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건설사들이 망라되어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검찰 수사 결과 현대, 대우, 삼성, GS, SK, 대림 등 6개사는 2008년 12월 정부가 4대강 사업 계획 수립에 착수한 직후부터 공사 물량을 나눠 갖기로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6개사는 공사 지분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다른 건설사들을 끌어들여 19개 건설사 모임을 결성하고 2009년 상반기에 발주된 14개 공구의 공사를 배분했다.

건설사들은 ‘들러리 업체’와 ‘가격 조작’을 이용해 사실상 경쟁없이 낙찰을 받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6개 건설사는 2004년 서울지하철 7호선 공사 입찰 과정에서도 담합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 4대강 사업에서 담합을 한 것이다.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사업운영방식이 이렇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건설사들의 담합이 이뤄진 4대강 공사 구간의 사업비에서 1조원 이상의 국고가 낭비됐다는 업계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또한 적게 추정된 것일 수도 있다. 보통의 경우에 공사의 평균 낙찰률은 예정가의 60~70%인데, 이번 낙찰률은 대부분 90% 이상이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 또한 검찰이 밝혀냈는데, 이런 국책공사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어디로 흘러갈 지는 오랜 세월을 통해 전 국민이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 지난 8월 8일 오후 민주당4대강진상조사단과 4대강국민검증단이 낙동강의 지류인 경북 상주군 병성천 일대를 찾아 현장조사를 벌였다. 사진은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역행침식이 발생한 병성천 일대 제방의 모습이다. 제공=뉴시스
검찰은 발표에서 담합 건설사들이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와 아라뱃길 공사에서도 담합을 벌인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과 아라뱃길 사업은 각각 2조2000억원, 2458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이다. 한편 검찰은 4대강 건설 및 설계 업체들의 비자금이나 로비 의혹도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은 4대강 공사 설계업체인 '유신'이 도로공사가 발주한 설계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구속한 바 있다. 장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청계천 복원공사와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했던 인물이다.

검찰의 발표대로 다른 국책사업에서의 비리수사도 필요하고, 또 조성된 비자금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정관계로 흘러 들어갔는지를 앞으로 밝혀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4대강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이런 문제가 터질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간 언론을 통해 수없이 많이 지적된 바가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대형 국책사업 특히 토목과 건설 관련 사업은 문제가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이 발표한 원전 관련 비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정치권의 유력자, 고급공무원, 공사 관련 기관 등과 건설사들은 한 몸이 되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국고를 거덜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오래된 관행이 왜 없어지지 않는 것일까? 검찰의 수사 확대방향은 이 고리를 깨뜨리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바람이라 생각한다. 검찰의 칼끝이 과연 어디를 겨눌지 주목된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말대로 ‘4대강 살리기’였는가?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4대강 사업 바로 알기’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사업목적들이 소개되어 있다.

첫째, 수해예방을 하고 둘째, 수자원을 확보한다. 셋째, 수질 개선을 위해 생태하천 복원 및 수변생태벨트를 조성한다. 넷째, 방치된 수변공간을 주민과 함께 하는 복합공간으로 창조한다. 수변에 여가 공간을 조성하고 1,727km에 이르는 자전거길을 설치한다. 다섯째, 다양한 연계사업을 통해 강 중심의 지역발전을 이끈다. 4대강과 연계하여 지천(지방하천, 소하천 등)도 종합적으로 함께 정비하고, 4대강 주변 농어촌의 개발사업을 종합 지원하여 “금수강촌” 모델을 제시하며,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강문화 창출, 강변 녹색관광문화 활성화를 이루며, 4대강을 활용하여 녹색성장 산업 활성화 (태양광 및 소수력 발전시설 설치, 디지털 투어 시스템 구축 등)를 꾀한다.

그러나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모든 항목에서 사업 전부터 전문가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전문가들이나 시민단체 등과는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없이 사업을 초고속으로 밀어붙였던 것이다.

먼저 올 여름 내내 시끄러웠던 ‘녹조사태’에 대해 살펴보자.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가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정부는 이를 묵살하고 사업을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명숙의원(민주당)이 입수한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 사업 후 4대강 중류 지역에 조류의 원인물질인 클로로필-A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중류에 위치한 능서보, 이포보, 구미보 등에서는 조류가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4대강 9개보의 클로로필 예측치는 사업 이전보다 17%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의원은 “환경부가 3조900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 4대강 수계의 녹조 원인 중 하나인 TP(총인) 줄이기에 나섰지만 강물 체류시간 증가로 녹조가 심해졌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후 녹조가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자료를 바탕으로 강행됐을 것이라는 해석을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4대강에 대한 것은 총리실 조사평가위원단이 하는 것으로, 옳다 그르다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며 “조사평가위원회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평가나 진위여부는 위원회에 따라 정리될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4대강 홍수예방 효과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탁월하다는 말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4대강 사업 초기부터 이를 강력히 비판해온 박창근교수(관동대)에 따르면, 홍수예방효과는 역대 정부의 지천 정리의 성과라고 한다. “왜관 철교가 무너지고 구미에서 치수보가 무너져 5~6일 동안 단수 사태가 발생했나? 지난 30~40년 동안 낙동강 지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시작된 뒤,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정부는 홍수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상주보가 무너져도 큰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나?”라며 “앞으로 홍수 문제는 매년 반복될 거다. 4대강 사업은 쓸데없이 홍수 예방 사업을 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말 홍수가 발생하는 곳은 그대로 방치해두고 홍수에 안전한 곳에 괜히 손을 대서 홍수율만 증가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4대강 사업은 경제성이 없다는 것도 밝혀졌다. 비용 편익 분석은 예전의 4대강 소송에서 제출되었던 자료이고, 이 자료를 만든 사람은 홍종호 교수이다. 홍교수는 정부자료를 바탕으로 매년 들어가는 유지관리비만 정확하게 5,794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와 별도로 수자원공사가 책임져야할 이자 비용만 매년 4천억원이 든다. 수공에 8조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떠넘기다보니 수공이 꼼짝없이 감당해야할 몫이 된 것이다.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정부 재정에서 지출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벌써 보수공사비가 1~2천억원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매년 1조원을 넘는 예산을 앞으로도 매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전국에 만들어 놓은 자전거길과 이용자가 거의 없는 수변 캠핑장 뿐이다. 22조원을 투자한 것 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한 사실상 의미 없는 사업이었던 셈이다.

'4대강 사업' 찬성했던 사람, 다 어디로 갔나?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지난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발표됐다. 발표 내용을 보면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이었고, 원래의 취지도 ‘대운하 추진’이었음이 밝혀졌다.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총 16개 보 중 11개 보의 내구성이 부족했고 불합리한 수질관리로 수질이 나빠졌다. 비효율적인 준설계획으로 앞으로도 엄청난 비용의 유지관리비용이 소요될 예상이라고 한다. 여기에 설계 미비, 입찰 비리, 준공검사 부적정 등 각종 비리와 불법이 난무했다고 한다.

사실 감사원의 이런 발표는 당연한 결과였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환경단체와 전문가들, 종교인들은 4대강 사업의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고, 무려 22조원이나 드는 국책사업을 단기간에 강행하는 자체가 부실 공사와 생태계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내내 시민과 환경단체,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 반대와 문제점을 지적할 때는 가만히 있던 감사원이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한 달여 남자, 조금은 제대로 된 감사결과를 발표했고, 결국 정권이 바뀌어 7월에 결정적인 보고서를 냈다.

어찌 보면 이명박 정권이 끝나면서 4대강 사업을 앞서서 주장하고 찬양했던 사람들이 그 책임을 이명박 정권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종환 전 국토부장관, 권도엽 전 국토부장관,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 심명필 전 4대강추진본부장 등의 책임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그중 결정적으로는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과연 전부인가?

4대강사업을 홍보하고 찬양했던 청와대 관계자들, 많은 국회의원, 광역 및 기초단체장, 장차관 및 고위관료들, 각계 전문가인 교수들, 공기업 임원 및 건설 관련 기업인들, 언론사들, 연예인들.

청와대와 정치인, 고위공직자들은 4대강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각종 조사 결과를 숨기거나 조작하기도 하고, 늑장 발표를 하는 등 다양한 꼼수를 부렸다. 세칭 전문가들은 정부로부터 용역과 연구비를 받으며 학자의 양심을 팔고 국민을 속였다. 언론사들, 연예인들은 앞다퉈 ‘4대강사업’ 찬양을 하며 자기 몫을 챙겼다. 공기업임원과 기업인들은 담합을 통한 이익으로 국민의 세금을 자기들 것인 양 체계적으로 돈잔치를 벌였다. 언론과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발언에는 신뢰성과 공공성이 내포되어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일반 시민과 다르게 더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심판도 받아야 한다.

시민들, 이명박정권에 4대강 책임을 묻다!

감사원 감사결과 4대강 사업은 사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임이 드러났고, 수질 악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책임을 묻기 위해 시민들이 나섰다. 4대강 조사위원회와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4대강범대위)는 9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운하 추진세력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국민고발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4대강 조사위원회와 4대강 범대위는 2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 계획을 발표했다. 첫째,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사업으로 바꿔 예산을 불법 전용한 것에 따른 배임죄, 직권남용죄 등 혐의로 이 전 대통령 등을 형사고발하고 둘째, 국가예산 불법 지출의 시정을 요구하고 셋째, 4대강 사업으로 훈장 등을 수여받은 1152명의 포상 취소 등을 요구하고 넷째, ‘4대강 재자연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것 등이 핵심이다.

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 등 4대강 사업 책임자들은 국가의 미래를 운운하면서 ‘4대강 사업’을 독단적으로 추진했고, 각종 법적 절차와 사회적 의견 수렴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이 전 대통령 등은 4대강의 수량 확보와 수질 개선을 위해 사업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 앞에 남은 것은 16개 댐으로 차단된 인공 호수와 파괴된 하천 생태계, 매년 반복되는 녹조라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발표에서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4대강 사업의 피해가 미래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점을 꼽았다. 이어 “자연하천이 상실되고, 수자원이 오염되고, 하천생태계가 인위적으로 변형되는 위험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4대강 재자연화 특별법’ 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 현장팀장은 “특별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서 4대강 복원 방안을 마련하고, 보 해체 등 그 방법을 논의하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4대강조사위와 4대강범대위는 이날부터 온·오프라인으로 국민고발인단을 모집하기로 했다.

4대강사업의 교훈

4대강사업은 최고권력자와 주변 인물들이 ‘치적 만들기’라는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달성을 위해, 거쳐야 할 법적·제도적 절차도 지키지 않고 오히려 무력화시키며 시민사회와의 의사소통도 없이 관변세력을 총동원하여 만들어 낸 일이다. 실제의 사업목적은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들의 목적과 그의 조속한 실현만 중요했던 것이다.

이런 권력의 독주는 막대한 국고의 낭비를 가져왔고, 국민의 소중한 세금은 소수집단의 수중으로 이전되었다. 자연 생태계에는 대규모 재앙을 초래했고, 강 주변에서 조용히 농사짓고 살던 사람들의 삶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반대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에게는 폭력적인 억압을 경험하게 했고, 종교인들의 눈물나는 기도를 거침없이 짓밟았다.

그러나 극소수를 위한 목적의 사업은 권력의 재임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추문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었고, 임기가 끝나자마자 이제는 관계자 모두가 법과 역사의 심판대에 서게 되었다. 어찌 보면 간단하다. 국민대중을 위한 정책이 아닌 것, 국민대중과 소통하는 정책이 아닌 것, 국민대중을 위해 활동을 하지 않는 정치는 결국 무의미하다는 것.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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