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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실 눈감은 산업은행, 금융감독원 동양그룹 취약한 재무구조, 순환출자가 사태원인
기업부실 눈감은 산업은행, 금융감독원 동양그룹 취약한 재무구조, 순환출자가 사태원인
  • 안성용 선임기자
  • 승인 2014.01.28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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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성CP발행 개인투자자 등 피해자4만7천여명, 피해금액2조3천억원

최근 신문과 방송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동양그룹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4만7000여명, 피해 금액은 약 2조3144억원(예탁결제원 기준)에 달한다고 한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기업어음(CP) 또는 회사채를 매입한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매입한 투자자들이 대부분 기관투자자가 아닌 전문성과 정보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라는 것이다. 또 그룹계열 증권사가 기관투자자들에게 팔지 못하는 계열사의 부실 채무증권을 투자위험에 취약한 개인투자자에게 지속적으로 판매했다는 점이다.

동양그룹 피해금액 2조3천억원, 피해자는 대부분 개인투자자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CP)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속았다”거나 “억울하다”고 말한다.

피해자들은 다소 어려운 말이지만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사태 후, 그룹 고위 경영진이 동양증권 임직원에게 CP 등의 판매를 강매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단지 우연이 아니고 오랜 기간 체계적 집중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졌음이 드러나고 있다. 고객에 대한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 제주지점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 고위층에 분노한 직원들의 성명서, CEO로 영입되자마자 실상을 알고 바로 그만둔 전직 CEO등의 인터뷰를 통해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왜 CP를 사게 되었고, ‘불완전판매’는 무엇인가? 모든 금융회사는 2009년 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에 따라 금융 상품에 가입하려는 고객에게 반드시 투자성향 테스트를 하도록 되어 있다. 즉 증권사는 투자자 성향에 맞는 투자 권유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원금 손실을 거부하는 투자자에게는 손실이 있을 수 있는 주식형 펀드를 권할 수 없는 식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는 ‘불완전판매’로 간주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도록 되어 있다.

언론에 공개된 ‘동양레저 CP 편입자산 상품설명서’를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편입자산’ 항목에 ‘(주)동양레저 기업어음증권 [신용등급 B- ↓ (투기등급)/고위험]’이라 되어 있고, ‘투자 유의사항’에 ‘9월11일 기준 신용등급이 B등급에서 B-등급으로 떨어졌으며 자본금이 10억원 규모로 자산 대비 과소하며,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이 발생해 2012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3233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임으로 동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은 투자부적격임’이라고 돼 있다.

은퇴자, 자영업자, 직장인 등 다양한 피해

은퇴자인 K씨는 올 3월 동양증권지점에서 직원에게 이런 권유를 받았다. 적금과 예금의 이자와 연금을 가지고 빠듯하게 생활하던 K씨에게 연 8% 금리를 제공하는 동양인터내셔널 기업어음(CP)을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동양인터내셔널은 당시 신용등급이 B로 투기등급이었다. 직원이 하라는 대로 투자성향 테스트 설문을 작성한 결과 K씨는 ‘적극투자형’에 해당한다고 나왔다. 이 투자 유형은 투기등급 상품 투자에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는다. K씨는 “동양그룹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고 해서 직원의 권유대로 체크했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인 Y씨는 평소 적금 외에는 투자해 본 경험이 없다. 겁이 많아 주식도 안했다. 다만 이자를 많이 준다는 금융상품에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증권사 투자성향 테스트에서도 ‘안정형’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Y씨는 동양증권 직원에게 동양그룹 CP에 가입하라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받고 상담 후에 상품에 가입했다. 증권사가 자신의 투자성향을 잘 알 것으로 판단했고, ‘원금에 이자를 더해 주는 상품’이라는 설명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 동양사기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0월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동 현재현 회장 자택 인근 골목에서 동양증권 CP회 사채 투자자 피해보상 요구 집회를 열고 손피켓을 들고 있다. 제공=뉴시스
사태가 터진 뒤 Y씨는 증권사를 찾아 서류를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안정형’으로 진단받은 투자성향 테스트 항목 바로 밑에 ‘부적합 금융투자상품 투자 확인’ 항목이 체크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본인 판단에 따라 자신의 성향보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에도 투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직원이 형광펜으로 칠하며 “사인하시면 된다”고 권유해 그냥 사인했던 것이다.  

직장인 P씨는 투자성향 진단을 받아 본 적도 없다. 그런데도 그는 전화로 CP 투자를 권유받아 투자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증권사에 물어보니 P씨는 ‘적극투자형’으로 분류돼 있었다. P씨는 오래전에 자신이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던 경험을 가지고 증권사 직원이 임의로 ‘적극투자형’으로 분류한 게 아닌 가 의심하고 있다.

금융당국, 동양사태 키워…경실련, 감사원에 감사 청구

피해자가 수만명이니 위의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동양그룹 회사채와 CP등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동양증권이 투자성향 조사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도록 유도했거나 심지어는 변조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즉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품의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도입된 투자성향 진단이 거꾸로 투자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함정’으로 악용되었다는 것이다.또 동양증권이 이런 행동을 하는 동안 이를 감독해야 할 정부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 또한 밝혀지고 있다.

경실련은 금융위가 위험 CP와 회사채 판매 금지 규정 개정에 늑장 대처했다는 점을 먼저 비판했다. 동양그룹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던 지난 4월,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신용등급이 낮은 계열사 CP와 회사채를 팔지 못하도록 하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는데, 금융위가 이 규정을 바로 시행하지 않고 6개월간 유예기간을 두는 바람에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이는 동양증권이 판매한 계열사 CP가 대부분 3~6개월 만기로 피해금액 4천586억원(투자자 1만3천63명)은 대부분 4월 이후 팔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동양증권이 7월과 9월에 판매한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어음(ABCP) 피해금액 1천565억원(4천700여명)도 규정을 앞당겨 시행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경실련의 판단이다.

금산분리 제도정비가 중요하다

이번 사태 진행 과정에서 ‘금산분리’의 필요성이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일단 금산분리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자.

금융회사는 –은행, 보험회사, 카드회사, 캐피탈 회사 등-자기 돈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모두 고객이 맡긴 돈이나투자한 돈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금융회사를 재벌과 같은 산업자본이 운영할 경우에는 마치 재벌들의 사금고처럼 운영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산업자본이 금융 회사들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동양그룹만이 아니다. 현재 삼성, LG, SK, 현대차, 현대중공업, 한화, 동부, 태광 등 한국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위 재벌들은 관련 금융회사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재벌의 금융기관 소유와 운영에 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그 결과 여러 제도가 도입되었고 현재 운영 중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에 대한 규제, 이른바 은산분리가 존재한다. 또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의 제조업 계열사 소유 제한, 일반지주회사의 금융 계열사 소유 제한 등 지주회사 금산분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산업자본의 증권사, 보험사, 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에 대한 소유 규제는 존재하지 않으며, 2009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시행 이후 산업자본과 금융계열사 간 거래 규제가 대폭 완화되었다. 이런 연유로 앞서 본대로 동양증권을 통한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CP 발행과 편입, 동양파이낸셜을 통한 계열사 간 자금 지원 등 금융계열사는 그룹 오너의 사금고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동양그룹 사태’로 밝혀져야 하는 4대 의혹

동양그룹의 유동성 사태에는 4가지 의혹이 있다. 동양시멘트의 갑작스러운 기업회생 신청,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의 증여 의혹, 오너일가의 횡령 및 배임의혹, 불완전판매의 진실 등이 그것이다.

첫째, ‘모태 기업’ 동양시멘트 기업회생(법정관리) 이유는 무엇인가? 1957년 창업한 동양시멘트는 오늘의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이 있게 한 모태 기업이다. 아울러 순환 출자 형태인 동양그룹 지배 구조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회사이다. 건설업의 불황으로 인해 동양시멘트의 최근 실적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능력이 있는 회사로 통했다.

때문에 기업회생보다는 채권단과의 협약을 통해 정상화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돌연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런 신청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현회장 일가의 꼼수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동양시멘트가 채권단과의 협약 체제로 들어갈 경우 채권단은 각종 경영 현안에 간섭을 하게 되고 현회장 일가는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법정관리를 선택할 경우 현 회장 일가는 ‘기존 관리인 유지제도’를 활용하여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이관희 이사장의 주식은 어디로? 동양네트웍스의 기업회생 신청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사는 2011년 1599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3192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웬만한 부채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 회사로 알려졌다.

동양네트웍스의 신청 의혹은 고 이양구 동양 창업주의 부인이며 현회장의 장모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의 주식 꼼수 증여 논란과 연결된다.이 이사장은 지난 9월 24일 본인이 무상 대여한 오리온 주식 15만9000주(2.66%)를 동양네트웍스에 증여키로 했다. 동양네트웍스는 이 주식을 팔아 1600억원 상당의 현금을 취득해 자금난을 막고자 했다. 그러나 증여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동양네트웍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실제 증여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의 명령에 따라 재산 처분과 상환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대주주 자리를 노린 이 이사장이 법정관리 이후를 위해 꼼수를 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통상 감자 후 채무 상환유예 또는 출자 전환이 이뤄지므로, 이 이사장이 주식을 증여하지 않고 그대로 채권자로 남아 있게 되면 동양네트웍스의 채무가 크지 않은 탓에 채무가 향후 출자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이 이사장은 최대 채권자가 돼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실상의 최대주주 역할이 된다. 동양그룹과 이 이사장이 이 점을 노려 증여를 먼저 실시하고 그 과정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것이 금융권과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오너일가의 횡령과 배임 의혹 커져

셋째, 오너일가 횡령, 배임 등 문제없나? 최근 언론에 공개된 현재현 회장의 말과 부인 이혜경 부회장의 행동이 정반대였다는 점도 동양그룹 사 태의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현재현 회장은 “마지막 남은 생활비 통장까지 다 털어서 동양그룹 계열사 CP를 샀지만 계열사들을 살리기에는 여력이 부족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소식이 전해진 뒤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서울 을지로 동양증권 본사 대여금고에서 다량의 현금을 챙겨 갔다는 소식이 동양증권 노조를 통해 알려졌고, 또 이 부회장의 동양증권 개인 계좌에서 현금 6억원이 인출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에 대해 현회장 일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 돈이 현 회장 일가의 개인 돈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현 회장 일가는 회삿돈 횡령 혐의로 형사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또한 그룹의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또 그룹지배권을 위해 자금을 확보하여 순환출자하는 과정에서도 배임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베일에 가려진 김철대표가 자산매각과정에 비선으로 개입하여, 정상적인 경영진과 대립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 만큼 오너일가의 문제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넷째, 회사채·CP 불완전 판매 진실,금융당국과의 커넥션은 없었는가? 동양그룹의 ‘사기성 CP 발행’도 핵심 의혹 중의 하나다. 앞서 본대로 피해자와 피해규모가 매우 크다. 회사의 상황이 뻔히 어려운 줄 알면서도 동양증권 측이 오랫동안 무리하게 CP를 판매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동양그룹의 유동성문제가 2006년부터 제기되어왔고, 특히 최근 1~2년은 금융권 전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동양그룹의 과도한 CP 발행을 제어하지 못한 것을 단지 금융당국의 안이한 행동으로만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동양그룹은 법정관리 신청 바로 전날에도 313억원의 CP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사기성 CP발행, 금융 당국과 신용평가업체 책임 커

현재까지 금융당국은 동양 측에 CP의 물량을 줄이라고 권고만 했을 뿐 이렇다 할 제재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왜 금융당국이 이렇게 움직였을까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그리고 홍기택 산업은행장 등이 동양사태가 불거지기 직전 비공식 모임을 갖고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주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금융당국은 동양증권의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등에 대해 알고도 적극 대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의에 참여한 홍기택 산업은행회장은 2001년부터 9년간 동양증권의 사외이사로 있었다.또한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사기성 어음을 발행할 자격을 유지해준 공모자가 있다. 바로 신용평가업체들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 계열사에도 채무 상환 능력이 인정되는 B등급을 주고 있었고, 우량 등급을 주고 있다가 법정관리 한 달 전부터 무려 5단계를 급속하게 떨어뜨렸다. 동양그룹의 사기성 어음 발행 행태는 2011년 LIG그룹 사건과 거의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금융당국의 방치와 신용평가업체들의 석연치 않은 뒷북 등급 조정 등이 닮았다는 것이다.

동양그룹의 부실한 내부구조

문제는 동양그룹이 이런 일을 벌이게 된 이유이다. 기업경영 실패로 단지 파산에 이르는 과정이 아니고 어찌 보면 범죄에까지 다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순환출자 문제이다. 그룹 지배구조가 취약한 현재현회장은 2001년 이후 재무구조가 부실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을 통해 각각 3336억원, 3091억원을 계열사 주식매입에 사용하였다. 그룹의 금융지주회사인 동양증권과 일반지주회사인 동양을 지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지배구조가 취약해지자 2010년 이후에는 동양증권의 자회사인 대부업체 동양파이낸셜을 통해 또 다시 순환출자를 하였다. 이런 방식을 통해 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한 것이다.

둘째, 경영구조 문제이다. 동양증권은 2000년부터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출범부터 현회장이 위원장을 담당했다. 사외이사란 내부자의 독단·부실 경영을 외부자의 견제와 감시로 방지하기 위함이 목적인데, 그룹회장이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위원장을 하는 편법으로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또한 통상 대표이사가 이사회의장을 맡는 것이 일반적인데, 현회장이 직접 동양증권 이사회의장을 맡기도 하였다. 방만한 투자 및 경영과 이로 인한 손실이 급격히 쌓여 갔다. 부채비율의 급증하였다. 그러나 오너일가의 자구노력은 없었다. 거꾸로 사기성 회사채, CP 판매에 의존했고 이를 더 심화시켰다. 셋째, 규제차익 문제이다. 회사채와 CP 발행의 급격한 증가, 대부업체를 통한 지배구조 강화와 계열사 간 자금거래 등의 문제는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규제공백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을 2002년 은행, 종금사, 보험사에서 여신전문금융업을 새로 포함시킨 이후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선정기준을 보완하지 않았다. 최근 규제차익을 노리고 갈수록 확대되는 그림자금융 문제를 간과한 것이다. 또한 현행 대부업체는 규제나 감독의 무풍지대에 놓여 있다. 대부업체가 고리대 장사를 넘어 이제는 재벌의 지주회사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이게 바로 한국경제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동양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그리고 동양그룹과 CP 감축 이행에 관한 MOU를 체결하였던 금감원 등은 이미 2006년부터 동양그룹 부실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금감원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동양사태의 교훈

최근 웅진그룹, STX그룹에 이은 동양그룹의 연쇄 부도는 취약한 재무건전성도 문제지만 문어발식 경영구조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순환출자를 고리로 한 선단식 경영구조는 특정 계열사가 부도 위험에 빠지면 나머지 회사도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대 그룹의 계열사 숫자는 1246개로 역대 최대다.

5년 전인 2007년보다 48% 가까이 늘었다. 이들 중에는 유동성 위기설이 돌고 있는 대기업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급격히 기업수가 늘어난 만큼 부도위기도 높아진다. 최근 대기업 연쇄 부도가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웅진, STX와 동양의 부도는 무리한 사업 확장과 취약한 재무구조가 일차 원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금융권 대출과 기업어음 발행 때 계열사 간 물고 물리는 연대보증이 연쇄 부도의 직격탄이 됐다는 점이다. 계열사간 순환출자 구조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사업 확장과 경영권 방어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회사가 위험에 내몰리면 수습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오랫동안 이 문제는 학자 및 시민단체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되어 왔다. 이젠 재계도 경영권 방어 논리만 앞세울 일은 아니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연결부채비율 200% 초과그룹 20개

한편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11월4일 ‘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연결재무비율 분석’(연구자 이수정·이은정·채이배) 보고서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46곳(비상장 공기업집단, 금융그룹, 워크아웃·법정관리 그룹 제외) 가운데 2012 회계연도 기준으로 연결부채비율(이하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그룹이 20곳에 달하고, 이들 가운데 10곳은 연결이자보상배율(이하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징후) 그룹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부채비율이 300%를 초과하는 그룹도 10곳에 달하고, 영업적자를 기록해 이자보상배율이 음수(마이너스)인 그룹도 3곳이나 됐다. 통상적으로는 부채비율이 100% 이내이고, 이자보상배율이 3배 이상이면 안정적 수준이라고 본다. 개별기업의 재무제표를 단순 합산하는 방식 대신 계열사간 출자와 내부거래를 제거한 연결기준으로 분석을 했기 때문에 그룹 단위의 재무건전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채이배 연구위원은 “2010 회계연도 기준으로 부실(부채비율이 100%를 초과하고,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로 추정한 동양, 대한전선, 에스티엑스, 한진, 두산 등 6개 그룹 중에서 2년10개월 동안 무려 절반이 쓰러졌다. 부실 또는 부실징후 그룹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한 선제적 대응 시급

연구소는 특히 부채비율 상위 1~4위이고,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현대, 한진, 두산, 동부 등 4곳을 요주의 대상으로 꼽았다. 현대는 부채비율이 895%로 가장 높고, 영업이익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현재 금융권 차입금이 3조2000억원대이고, 회사채 발행액은 1조6000억원에 이른다.

한진은 부채비율이 678%로 2위이고, 이자보상배율도 0.04배에 그치는 등 재무구조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한진의 금융권 차입액과 회사채 발행액은 각각 6조원대와 6조7000억원대에 이른다. 동부는 부채비율이 259%로 4위고, 이자보상배율도 0.3에 그친다. 동부의 금융차입금과 회사채 발행액은 각각 3조8천억원과 2조원대에 달한다.

세계경제가 활력을 띠지 못하고 한국 경제 또한 좋지 못한 상황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일부 재벌들의 부채는 급속히 쌓이고 있다. 과연 재벌 스스로가 자구노력에 나설 것인지, 또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를 강력히 통제해나갈 것인지가 주목된다. 박근혜정부 들어 경제는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대선 당시 주장하던 ‘경제민주화’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비정규직문제, 자영업자문제, 중소기업 파산문제, 가계부채문제 등 문제는 산적해있다. 여기에 금번 동양사태와 같은 대형 재벌들의 부실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져 나온다면 사회경제적인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기 때문이다.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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