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무수히 많겠으나 본질면에서 바라본다면 직업을 “일(Job)”으로 보는가 또는 “경력(Career)”으로 보는가로 나눌 수 있겠다. 일은 경력의 하위개념, 혹은 그 구성요소이지만 경력에 대해 한 측면에선 부정적일 수 있고 다른 측면에서 보완적인 개념이다. 우리사회에서 기업의 구성원이 된다는 개념은 주로 전자를 강조하고, 한 분야의 전문가나 장인이 된다는 것은 후자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6,7,80년대의 비약적 성장기에는 회사원(특히 중견기업 이상의)이 된다는 것은 일과 경력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보장받는다는 의미였으나 고속성장에서 이탈하여 정체된 현재의 경제상황은 일이 경력을 보장하거나 경력이 일을 주도해 나가는 직업적 라이프사이클의 선순환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직업전선의 초년병이든 말년 고참부장이든 자신의 커리어를 완성시키는 것과 일을 하여 경제적 입지를 세우는 것의 균형을 맞추어 가는 것이 화두가 된다.
헤드헌터로서 접하는 직업인들의 이력서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커리어 패스에서 이런 균형이 모범적으로 잡혀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고 무언가 아쉬움을 남겨준다. 혹자는 “먹고 살고 가족부양하기에 바쁜 현실에서 무슨 배부른 소리인가?”라고 힐난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해 필자는 “모든 경제상황이 바뀌었으니 직업인의 생각과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대답하고 싶다. 좋은 커리어의 완성은 개인의 질 좋은 삶을 보장할 뿐아니라 사회전반을 발전시키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자녀가 커리어의 준비단계인 대학입학기에 있는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때, 이런 커리어의 관점에서 직업적 길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과연 사회에 입문하는 한 청년의 적성에 근접하는 직업군이 과연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성공적인 경력을 만들어 가는 든든한 발판이 될 수 있는가?는 매우 풀기 어려운 사회과학의 방정식인 것 같다. 아이의 입시를 돕기 위해 준비하던 중 필자가 본 한 유명 입시사이트의 커뮤니티상에서 벌어지는 난상토론을 보면 현재 직업 입문을 준비하기 위해 대학전공 선택을 준비하고 있는 입시생 등의 고민은 필자가 다니던 80년대의 대학생들의 고민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치열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예를 들면 촉망 받는 대학생이 성공적인 대학전공을 마치고 진로가 “기업으로의 진출인가? 고시를 통한 고급공무원인가? 로스쿨, 의학분야를 통한 전문가인가?”는 대학과 전공의 서열화라는 측면을 제외하더라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사회적 개인적 맥락이 있다. 예전에는 거의 절대적으로 수입이 보장되던 분야인 의사, 변호사 직업시장은 자체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시장의 선택은 나날이 까다로워진다. 예전 같으면 철옹성 같은 위용의 대기업의 직원이라도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을 만큼 기업환경이 급속히 변화한다. 고급공무원의 등용문인 고시체계도 계속 변화하면서. 법, 행정, 외교관으로 진로를 모색하는 청년들의 고심은 깊어져만 간다. 고도성장기에 별 고민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던 전통적 유망직종은 성장의 정체기에 들어선 시장에서는 앞날이 불투명하다.
선배나 스승의 지혜를 빌려 단순히 선택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직업 선택의 영역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당장 생존과 결부되는 일의 관점보다는 더 넓게 시야를 갖고 인생전체를 아우르는 커리어의 관점에서 볼 것”을 조언하고 싶다. 모두가 힘겨워 하는 노동시장의 조건에서 자신의 인생관을 고려하여 독창적인 길을 설계해 보면 세상이 좀더 도전해 볼만한 일들로 가득차 보이지 않을까? 개인의 내면의 독창적인 지식은 그로 하여금 객관적인 노동시장의 좀더 본질적인 기회들을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외면적인 인프라에 기대기보다는 개인 내면의 가치를 토대로 한 지식 인프라를 형성하게 된다면 어떨까? 이런 관점은 완성도 높은 커리어를 이루기 위해 개인의 개발을 내면에서부터 이끌어 내는 동인이 될 것이다.
객관적으로 이런 예들은 창업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자질들이다. 스티브 잡스나
이런 내면의 인프라는 커리어를 만들어 가게하고 개인의 능동적이고 다이너믹한 개발을 이끌어 낼 것이다. 이런 직업인들이 많아 질수록 사회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 같은 무한경쟁을 지양하고 노동시장의 모든 구성원들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