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선거」 (최광웅 지음, 아카넷 발간, 14,000원)
대다수 사람들은 정치를 싫어한다. 심지어 혐오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선거 때만되면 그렇게 싫어했던 정치와 정치인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의 평론을 한다. 이것은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싫어서라 아니라 정치에서 희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 미래를 전하는 정치는 불가능한 것인가? 한국의 정치가 어떻게 돼야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지난 선거 결과를 분석해 선거 결과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책이 바로 ‘바보 선거’다.
이 책은 25년간 국회, 정당, 청와대 등 정치현장에 직접 몸담아온 필자가 각종 선거데이터를 분석해 한국 정치의 놀라운 진실을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한다. 서울시의원과 참여정부 시절 인사수석실 인사제도비서관을 지낸 저자는 국내 1호 데이터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과연 지역연고 정당에 대한 투표는 지역 발전에 이바지했을까? 선거연대와 후보 단일화는 선거 필승의 룰인가? 여의도 정치권은 어떻게 국민의 표심을 왜곡하여 인위적 양당제를 유지해왔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우리나라의 선거와 정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거대양당 독과점 체제의 정치 현실을 선거 데이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낸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도 주목할 만하다. 지역 발전을 위해 가장 소외된 두 지역(대구경북과 호남)이 손을 잡고 신당을 창당하거나(TK-호남연합 신당), 선거 득표율보다 높은 의석 점유율이 만들어지는 현 선거제도의 개혁을 위해 유럽식 비례대표제 또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거나, 지역밀착형으로 새롭게 자라나는 참신한 정치신인들에 주목하라는 필자의 제안들은 실현가능성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 우리 정치현실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정치판의 자체 정화 가능성을 불신하는 저자가 마무리 글에서 쓴웃음처럼 내뱉는 ‘마이너스 투표제’ 아이디어는 정치인과 유권자가 곱씹어볼 만한 제안이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양당제’에 대한 독특한 해석이다. 저자는 지금의 양당제가 유권자의 선택이 아닌 인위적인 양당제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30년 가까운 선거결과를 살펴볼 때 우리 국민은 선거에서 결코 양당제적 선택을 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우선 지난 총선과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의 향배가 투표에 어떻게 반영되어 나타났는지를 살펴본다. 그 결과 국민이 매번 다양한 정당의 출현을 인정했고 또 특정 정당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가 양당체제로 지속되어 온 것이 다름 아닌 선거 후 정치권 내부의 합종연횡에 의한 것임을 도표로 밝힌다. 국민의 선택 결과에 상관없이 선거가 지나고 국회가 시작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지지세력 규합에 나서 결국 거여, 거야의 양당구조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