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경우 규제 대상 기업 수가 현재의 근 3배 수준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현대글로비스와 KCC건설, 삼성생명, 신세계 등 주요 그룹 핵심 계열사들도 이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60개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1천929개 기업 가운데 226곳으로 집계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비상장사는 20%)가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규제대상이 된다.
그러나 공정위가 추진 중인 강화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규제대상 계열사는 623곳으로, 175.7%나 늘어난다고 CEO스코어는 설명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사익 편취 규제 기준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통일하고, 이들 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대상에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이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면 중흥건설의 경우 계열사 55곳이 규제를 받게 돼 가장 많아진다. 중흥건설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사가 35곳, 이들 계열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가 20곳에 이른다.
이어 효성그룹(47곳)과 GS(32곳), 호반건설(31곳), 유진(29곳)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기준이 강화될 경우 규제대상 계열사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곳은 효성으로, 기존 19개사에서 단번에 47곳으로 불어나게 된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를 넘지만 30%에 미달해 지금은 규제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상장사 28곳도 추가된다.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KCC건설, 태영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생명, GS건설, ㈜한화, 신세계, 이마트, 한진칼, ㈜LS, 영풍, OCI, 하림지주, 태광산업, 한라홀딩스, 동국제강, 금호석유화학 등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거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하는 계열사들도 대거 포함된다.
특히 재계 1위인 삼성의 경우 삼성생명이 총수 일가 지분율 20.8%로 대상에 새로 포함되며 동시에 삼성생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삼성자산운용, 삼성카드 등 6개사도 추가로 규제를 받는다.
규제를 강화해도 대상 기업이 전혀 없는 그룹은 한국투자금융과 한솔 등 2곳이고, 규제대상 계열사가 새로 생기게 되는 그룹은 금호석유화학(7곳), 한라(5곳), 동국제강(2곳)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