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분리 어려워,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
블록체인을 가상화폐와 분리한다는 발상은 Private 블록체인만을 인정하겠다는 것
가상화폐란 무엇인가?
◇ 가상화폐의 탄생배경
2008년 9월 15일 세계 4위의 투자은행(IB)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이후 전 세계로 파급되어 대규모 금융위기로 확산되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기업 시티그룹은 미국 정부로부터 450억 달러 규모의 공적 자금과3,000억 달러의 보증을 수혈 받고서야 파산을 면했고 세계 최대 보험회사였던 AIG 역시 파산 후 미국 정부로부터 85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지원 받아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대형 금융회사들의 연이은 붕괴는 기존 금융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함께 붕괴시켰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을 배제한 화폐와 금융시스템을 꿈꾸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그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Satoshi Nakamoto라고 본인을 밝힌 사람이 2018년 10월 31일 공개한 9쪽짜리 문서였다. 이 문서는 “신뢰할만한 제3자 중개인이 전혀 필요 없는 당사자간 P2P로 운영되는 새로운 전자 통화시스템(이 시스템은 Block Chain이라 불리게 된다)”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후 2009년 1월 3일 Satoshi Nakamoto는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시스템을 오픈 소스 형태로 공개하였다.
Satoshi Nakamoto의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발권 과정과 시중은행의 화폐 유통 과정 등 중앙화된 기존 화폐들의 특징을 배제한 분산 구조를 채택했으며 이러한 특징이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기존 금융시스템에 대해 불신하게 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으며 다양한 개발자들이 비트코인 관련 시스템과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에 나서게 만들어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게 된다.
◇ 가상화폐?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2009년 첫 선을 보인 이후 매우 서서히 그 영역을 넓혀갔다. 이 과정에서 몇 번의 급등기를 거치며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게 되고 그 결정적인 시기는 2016년 대중적 인지도를 얻게 된 후 2017년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폭등하며 사회현상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 시기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는 비트코인 이외에 약 1,500종이 넘게 시장에 등장하게 되며 이 시기를 거치며 가상화폐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가상화폐를 둘러 싼 프레임 싸움이 등장한다. 주로 가상화폐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가상”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 반면 가상화폐를 규제해야 한다는 대한민국 정부는 “화폐”라는 단어를 회피하기 위하여 “가상통화”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러한 용어들은 각각 그 사용자들의 목적성을 뜀과 동시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가상화폐”가 무엇인가를 보다 구체화하는 측면도 있다. 가상화폐를 둘러 싼 몇 가지 이름들을 살펴보면 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전자화폐(Digital Currency)
전자화폐는 매우 폭 넓은 개념이다. 지폐나 동전과 달리 디지털화 되어 사용되는 화폐 전부를 포괄하는 단어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폭 넓게 사용된 전자화폐로는 싸이월드의 ‘도토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온라인 거래에 사용될 수 있는 디지털로 표시되는 OK캐쉬백, GS&Point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전자화폐가 우리 실생활에서 사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몇 가지 법적 제도적 제한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지 않지만 미국 ebay의 자회사인 Paypal이나 중국 알리바바의 Alipay(支付宝)는 흔히 “직구”라 불리는 글로벌 B2C 상거래에서 매우 흔하게 사용되는 세계적인 전자화폐이다. Paypal이나 Alipay의 경우 국제 거래에서 널리 활용될 뿐 아니라 Online을 벋어나 Offline 거래에서도 폭넓게 사용되는 전자화폐이다. 이러한 전자 화폐의 사용이 일상화된 나라들에서는 달러나 위안화와 같은 기존의 법정 통화를 입금하고 전자화폐를 충전해 상거래에 사용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넓은 의미에서 이러한 전자화폐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 역시 일종의 전자화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한국과 달리 일상적인 상거래를 전자화폐를 사용하여 진행하는 국가들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를 이용해 기존의 화폐 시스템을 대체하려는 시도는 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 가상화폐(Virtual Currency)
실물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화폐라는 의미에서 가상화폐는 전자화폐와 의미적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블록체인 기반의 비트코인이 등장하고 이와 같은 형태의 중앙 집중적이지 않은 형태의 화폐에 대하여 가상화폐라 부르기 시작한 이후 “가상화폐”라는 용어는 비트코인을 위시한 블록체인 기반의 각종 전자화폐들을 의미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국내 언론 매체와 민간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현재 상황에선 가치 중립적인 표현이다.
- 암호화폐(Crypto Currency)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화폐들이 거래기록을 저장하고 이를 인증하는데 사용되는 시스템이 블록체인이다. 이 블록체인은 단방향 암호화 기술인 Hash화 되어 저장되며 이때 사용되는 암호화 함수는 일반적으로 sha256이 사용된다.
블록체인의 기반 기술의 이런 암호학적인 특징에 착안해 가상화폐를 “암호화화폐” 또는 “암호화폐”로 부르고 있다. 암호화폐라는 이름은 주로 가상화폐 거래를 옹호하는 사용자들이 사용하며 블록체인 기반의 보안이 강화된 새로운 화폐임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라는 용어는 일반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암호라는 것은 특정한 열쇠를 이용해 해독(복호화)이 가능한 경우에 사용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에 사용되는 Hash 기술은 이러한 복호화 과정이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열쇠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Hash 함수의 단방향성(암호화는 되지만 복호화는 되지 않는)이 바로 블록체인의 특징이다. 이러한 단방향성의 특징을 이용해 복호화 되지 않는 Hash를 분석하는 과정이 바로 블록체인에서 사용되는 “채굴”이며 이를 위해 고도의 수학적 연산이 필요해 “채굴기”라는 특수한 형태의 연산을 위한 컴퓨터가 개발되어 “채굴” 과정에 사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가 그 거래 기록을 암호학의 일종인 Hash 기술로 저장하긴 하지만 이는 공개된 형태로 저장되기에 일반적으로 “암호”가 제공하는 기능들이나 그 의미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암호” 본연의 의미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 가상통화
대한민국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하여 명명한 공식적인 용어로 “가상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가상화폐가 화폐로서 기능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 낸 용어이다.
하지만, “통화”의 사전적 의미가 “유통 수단이나 지불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화폐”이기에 유의미한 명칭은 아니며, 정부가 무의미한 용어 다툼보다 보다 본질적인 내용으로 토론하고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 탈 중앙집중식 가상화폐
국제통화기금(IMF)은 가상화폐를 교환 가능 통화와 교환 불가능 통화로 구분한다. 교환 불가능 통화는 전자상거래 업체 등이 제공하는 마일리지와 같이 특정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통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교환 가능 통화는 “중앙집중식 가상화폐(Centralized Currency)”와 “탈 중앙집중식 가상화폐(Decentralized Currency)”로 구분하고 있다. 중앙집중식 가상화폐는 발행 주체가 존재하는 화폐로 앞에서 언급한 Paypal과 Alipay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그리고 Private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일부 가상화폐 역시 중앙집중식 가상화폐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제외한 Public 블록체인 기반의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가상화폐들이 탈 중앙집중식 가상화폐로 분류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가상화폐는 바로 이 탈 중앙집중식 가상화폐며 그러한 의미에서 가상화폐를 가장 잘 표현한 용어는 “분산화폐”일 것이다.
가상 화폐 vs 법정 화폐
가상화폐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의 법정화폐와 대립되는 위치에 놓여있다. 이는 가상화폐의 탄생부터 기존의 금융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하는 화폐 제도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이나 이에 준하는 기관에서 법적 근거를 가지고 발행되는 법정화폐는 그 발행양의 규모도 크고 이로 인한 신뢰도도 높기 때문에 가치를 저장, 보관, 교환하는 가장 주요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을 야기시키기도 하고 불평등을 야기시키기도 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탄생 한 가상화폐 역시 아직은 많은 한계를 보여주고 있으나 기존 법정화폐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법정화폐와 가상화폐의 비교를 통해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것은 이 두 화폐의 앞날을 예측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 발권 주체
법정화폐의 발권 주체는 한국은행 같은 국가 중앙은행이다. 미국 달러화의 경우 연방준비제도라는 독특한 기관이 발권의 주체인데 그 성격이 다소 복잡하기는 하나 이 역시 큰 범주에서 국가 중앙은행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발권의 주체인 중앙은행은 그 속성상 발권과 운영에 있어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며 이러한 독점적 지위의 행사에 있어 민주적 통제가 미치지 못하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발권을 독점적으로 소유한 중앙은행은 발권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기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많은 경우 수출 대기업의 대외 경쟁력 유지를 위해 국내 가계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의 휴대폰이나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수출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한국은행이 원화를 많이 발행해 원화의 환율을 낮게 유지하게 되면 국내의 소비자들은 석유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소비재들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구매하게 된다. 이러한 발권 주체의 결정은 부의 이전을 왜곡시키는 효과를 낳지만 이에 대해 민주적 통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의 발권은 세계적 차원에서 보다 많은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다. 달러는 세계 무역 거래에 있어 기축통화라는 지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과 기업들은 안정적인 거래와 투기적 공격으로부터 자국 화폐를 보호하기 위해 다량의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외환보유고는 해당 국가의 신용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적정 규모 이상의 달러를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게 된다. 중국의 경우 3조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도 3,7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를 보이고 있는데 이중 상당수는 미국의 달러화이다.
이처럼 미국 밖의 나라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는 기본적으로 미국 정부 또는 기업이 해외의 물건을 구매하는데 사용한 돈이지만 이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해외에 외환보유고라는 형태로 지속적으로 보관되는 있는 돈이다. 즉,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라는 이유로 대규모 무역 적자를 발생시켜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한 규모만큼의 달러는 사실상 미국 경제에 공짜로 제화를 제공하는데 사용된 것이고 이는 중국, 한국을 포함한 국가의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배분 되야할 부가 미국으로 이전된 것이다.
이처럼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독점적으로 보유함으로 인한 부의 이전은 실물 경제를 왜곡시키고 있다.
이에 반해 가상화폐의 발권은 분산된 네트워크 전체에서 이뤄진다. 이때 발권력의 행사 방식은 가상 화폐의 채굴자, 거래중계자, 사용자들의 합의된 Rule에 종속된다. 발권 방식과 운영상의 이견이 발생하면 블록체인 상에 Flag Bit로 기록하는 방식의 민주적 투표를 통해 다수의 동의 속에 업데이트(soft fork)를 진행하거나 분절(hard fork)을 통해 새로운 Rule을 채택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가상화폐의 운영 방식이 일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포함하고 있으나 거래소, 채굴기업 등의 의견이 보다 지배적일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 발권량 결정 방법
법정화폐의 발권량 결정은 중앙은행의 특정 기구가 폐쇄적으로 결정한다. 한국의 경우 한국은행 산하의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금융기관의 대출과 투자자산의 종류별 한도 등을 통하여 발권량을 결정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이와 유사한 기능을 통해 발권량을 결정한다.
이러한 발권량 결정 기구들이 발권량을 결정하는데 주요하게 참고하는 지수는 성장률, 실업률 등 경기 관련 지수와 자국의 수출환경, 자국 화폐의 외환 시장에서의 가격(환율) 등이다.
이에 반해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는 발권량을 이미 공개된 수학공식에 의해 결정한다. 인위적인 발권량 결정이 부의 왜곡된 이동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가상화폐 설계자들의 우려는 현실에서 정확하게 들어 맞았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단행한다. 이는 기준 금리를 0%대로 낮춘 상황에서 금리 정책을 쓸 수 없게 되어 국채, 회사채 등을 연방준비제도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돈을 푸는 극단적인 발권 정책이었다. 2014년 10월까지 진행된 양적완화 과정에서 연방준비제도가 시중에 푼 달러화는 무려 4조 5천억 달러 규모였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완화는 기업 투자와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양적완화로 시장에 풀린 돈은 생산 부문으로 유입되기보다는 주식과 채권의 가격을 부양했으며 이러한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을 더욱 큰 부자로 만들어 줬다. 미국의 대기업들과 IT 공룡들은 제로에 가까운 저금리 대출을 받아 자사주를 사들여 주가를 부양하고, 대주주들에게 천문학적 배당을 하거나 다른 기업들을 인수하며 더욱 거대해졌다.
◇ 발권 방법
법정화폐의 발권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구들이 돈을 발권하기로 결정한다 해도 이 돈을 헬리콥터에서 뿌릴 수는 없다. 새로운 화폐를 발권할 때 이들은 이자율을 조정하거나 시중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용을 창출해 새로 발권한 돈을 시장에 공급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가계나 기업 또는 국가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러한 법정화폐의 발권 방법은 부채의존형 경제를 고착화 시킨다는 중대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용 창출 이익을 은행을 비롯한 금융 자본들이 독점하게 된다.
정부와 가계는 부채 규모를 키우게 되고 이에 대한 이자와 각종 수수료들로 부담이 나날이 커지지만 은행은 더욱 큰 수익을 가져간다. 그리고 은행들은 이러한 부채들에 대한 채권을 이용해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이를 판매해 또다시 천문학적 수익을 만들어낸다.
이에 반해 가상화폐의 발권은 “채굴”이라는 방식으로 수행된다. “채굴”은 매우 난해한 암호 계산을 통해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많은 컴퓨터들이 동원되고 그로 인해 상당한 전기를 소모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 “채굴”은 무의미한 단순 계산의 반복이 아니라 가상화폐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블록체인의 장부를 기록하고 인증하는 과정에 기여하는 작업이고 그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 발권된 가상화폐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법정화폐의 거래 기록을 보관하고 유지, 검증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사용하는 비용은 수수료라는 형태로 금융 사용자들에게 부과되는 반면 가상화폐는 이러한 거래 보관 및 인증에 대한 비용을 발권 수입으로 지불하고 있으며 이 일련의 과정을 “채굴”이라고 부른다.
◇ 거래비용
가상화폐는 그 거래에 소요되는 수수료를 사용자가 직접 거래 금액에 더해 전달 할 수 있다. 물론 이 수수료를 0로 설정하는 무료 수수료 거래도 가능하며 금액이 매우 작은 거래와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수료는 대부분 붙지 않는다. 다만, 보다 빠른 결재 확인을 위해서는 작은 수수료를 설정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이는 국내에서의 상거래뿐 아니라 국제 거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국에서 아프리카에 가상화폐를 송금하는 거래도 수수료 없이 가능하다. 해외의 은행으로 송금하는 과정과 이에 따른 수수료와 비교하면 매우 간편하고 저렴하다. 일반적으로 해외로 1,000달러를 송금할 때 은행은 10,000원 가량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1%에 가까운 금액이다. 여기에 환전 수수료와 8,000원 가량의 전신료는 별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상 화폐가 국가를 넘어서는 거래에 있어서 얼마나 경쟁력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더욱이 일반적인 해외 송금의 경우 한국에서 미국은행의 계좌로 송금할 때 2~5일 정도가 소요된다. 만약 호주에서 한국으로 송금하는 경우라면 2주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고 아프리카의 은행에서 한국으로 송금한 금액이 한국에 언제 도착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거래를 비트코인은 최장 10분안에 처리한다. 그리고 이보다 더 빠른 거래 속도를 보여주는 가상 화폐들도 존재한다.
가상화폐가 상거래에서 무료 또는 매우 낮은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과 별개로 가상화폐 거래소는 일정 금액의 거래 수수료를 받고 있으나 대부분의 가상화폐 거래소는 off블록체인 거래로 거래소가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블록체인 밖의 거래소 내부적으로 사고 파는 행위이며 이 거래에 대한 거래 수수료는 엄밀하게 말해 가상화폐 시스템 내부의 수수료는 아니다.
가상화폐의 흐름
◇ 가상화폐의 경향
현재 세계적으로 1,500개가 넘는 다양한 가상화폐들이 등장해 경쟁하고 있는 중이며 지속적으로 차별성을 갖는 다양한 가상화폐들이 디자인되고 있다.
비트코인골드, 비트코인캐시 등 비트코인에서 분절(fork)한 가상화폐들이 등장하는 등 기존 가상화폐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이나 기관들이 발행 주체인 Private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들이 선보이고 있으나 이는 중앙집중적이지 않고, 독점적인 발권력을 인정하지 않는 블록체인의 핵심들을 비껴간 형태로 블록체인의 일부 기능들을 사용하고 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기존의 가상화폐들과는 별개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 알트코인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가상화폐들을 통칭해 부르는 용어가 알트코인이다. 1,500개를 넘어가는 가상화폐들 중 시가 총액을 기준으로 볼 때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하로 떨어졌을 정도로 다양한 알트코인들이 등장해 경쟁하고 있는 중이다.
주요한 알트코인으로는 시가총액 2위이며 거래내역에 스마트 계약 시스템을 추가한 “이더리움”이 다양한 사용 가능성으로 가장 주목 받고 있다.
구글이 투자하고 미국, 독일 등의 글로벌 은행들이 참여해 해외 송금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리플”도 성장하고 있는 알트코인 중 하나이지만 채굴 과정이 없이 Private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것으로 시중 통화로 작동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화폐는 아니며 해외 송금, 환전 등 금융 거래를 위한 시스템이다.
이 밖에도 비트코인에 비해 4배 이상 처리 속도를 개선한 “라이트코인”, 거래량과 신용에 의해 수확 확률이 결정되는 “넴”, 1초 이내의 거래가 가능하고 거래 내역을 숨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대시” 등이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미래
◇ 비트코인의 미래
2017년 1월 120만원선이던 비트코인의 시세는 2017년 1월 2,500만원을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 상승을 기록했다. 이후 정부의 규제 방안들이 발표되며 2월 초 700만원대까지 폭락하였지만 2월 22일 현재 약 1,280만원선까지 상승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거래소에서의 뜨거운 관심과 활발한 거래와는 별개로 실제 화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 거래의 수단이어야 할 화폐가 거래의 대상이 된 형국이다.
최초의 가상화폐이고 인지도와 거래량이 가장 높은 가상 화폐의 대표주자이지만 거래의 속도와 용량의 제한으로 실제 거래수단으로 자리 잡는 데는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거래소에서의 뜨거운 반응과 별개로 화폐로 자리잡고 기존의 화폐들을 대체하기 위한 비트코인의 실험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게 현실이다.
채굴량의 제한으로 나날이 채굴 난이도는 높아지는 반면 채굴로 주어지는 보상은 줄어들게 된다. 현재까지는 급등한 비트코인 거래 가격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으나 거래소의 거래로만 가치를 유지하며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
실제 상거래에서 폭넓게 사용되며 수수료 수익을 대규모로 발생시키지 않는 한 비트코인 시스템이 영구히 지속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거래 속도와 장부 용량의 한계를 개선하는 획기적인 전환이 없는 한 요원한 일이다. 발전된 블록체인 기술을 받아들여 실제 상거래에 사용되는 화폐로 변신하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은 기술과 시장에 의해 선택 될 미래의 가상화폐에게 가상화폐 대표주자의 지위를 넘겨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현재 가상화폐의 대표 주자라는 상징성과 주요 50개 가상화폐를 살 수 있는 거래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비트코인의 지위는 다양한 가상화폐들간의 거래 수단으로 자리잡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비트코인의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 정부 규제의 영향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017년 9월 ICO(주식회사의 거래소 상장을 일컫는 IPO에서 유래한 가상화폐의 공개 모집)를 금지하겠다는 발표에 이어 지난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시키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초강경 발언이 나오는 등 준비되지 않은 강경 발언들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자 청와대가 당일 바로 “박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의 입장이고, 다른 부처에선 다양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물러섰다. 이런 정부의 갈팡질팡 행보로 비트코인의 거래 가격은 이날 하루 동안 2,152만원에서 1,752만원까지 롤러코스트를 탔다.
이후 거래소 인출에 대한 실명 계좌 의무화를 진행하며 거래소를 옥죄는 듯하다 다시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국민 청원에 대해 청와대는 가상화폐의 불법행위와 불투명성은 막고,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 육성하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비트코인에 대해 "버블이 확 빠진다. 내기해도 좋다"고 말했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규제강화가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정부의 이런 갈팡질팡한 행보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흐름을 지켜보며 차분히 합의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기존 사회 시스템을 옹호하기 위한 보수적이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는 기존 관료 조직과 여론조사에 따라 정책을 결정한다는 말까지 듣고 있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세력의 포퓰리즘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당분간 가상화폐 거래 가격은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으며 폭등 폭락을 할 우려가 존재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정부가 거래소를 폐쇄하는 극단적인 정책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상화폐의 영향력은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 모두에서 성장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의 규제도 제도화도 모두 가상화폐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가상화폐 거래소” 정책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그저 가상화폐를 거래소 내부 DB 안에서만 거래 하는 off 블록체인이며 가상화폐 본래 모습의 그림자일 뿐이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시스템 안에서 신뢰 할 수 있고 안정적인 거래 증빙과 기록을 유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화폐’로 작용하여야 하는데 거래소는 이런 블록체인 밖에서 가상화폐의 그림자만을 거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부분의 가상화폐 관련 규제 등의 내용은 본질적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논의가 아닌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논의에 불과하다.
가상화폐와 관련 된 논의들에 있어서 보다 본질적인 부분은 가상화폐에 대한 개념적 합의부터 시작해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규정을 만들어 가는 방향으로 진행 되어야 체계적이고 지속성 있는 제도적 규제와 지원 모두가 가능할 것이다.
◇ 블록체인과 4차 산업혁명
가상화폐를 규제 또는 금지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투기의 대상이 된 가상화폐는 금지시키고 그 기술적 기반인 블록체인의 기술만을 발전시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블록체인을 생성하고 유지하는데 대한 인센티브가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애써 망각하는 주장이다.
블록체인을 가상화폐와 분리하겠다는 발상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한 블록체인 시스템을 특정 중앙 기구만이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Private 블록체인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공개 된 소스 코드에 기반해 누구나 시스템의 운영과 발권, 장부 기록 등에 참여 할 수 있는 Public 블록체인에 비해 Private 블록체인은 중앙에서 시스템을 개발 운영하는 기구가 발권과 운영의 주체가 되어 독점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Private 블록체인만을 지원, 육성하게 되면, 보다 강한 자원의 동원이 가능한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블록체인들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고 탈 중앙집중적 금융 시스템이라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 확산을 한계 짓게 될 수 밖에 없다.
거래의 투명성과 신뢰 유지 수단이라는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적 장점은 Private 블록체인에서는 발현 불가능하며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의 동력을 억제 할 것이다.
◇ 가상화폐는 단순한 투기의 대상인가?
지금의 가상화폐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거래의 수단이어야 할 가상화폐들이 거래의 대상이 되어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달러라는 기축 통화와 각국의 법정 화폐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재의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 등장한 가상화폐가 자본주의적 투기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아이러니는 가상화폐가 극복해야 할 지점이다.
가상화폐의 상업적 가치를 높여 채굴과 시스템 운영의 기반을 쌓고 대중적인 인지도와 일정한 신뢰를 만들어 낸 것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성과이지만 가상화폐를 거래의 수단이 아닌 거래, 더 나아가 투기의 대상으로 만든 것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남긴 한계라는 면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는 가상화폐가 나아갈 길에 놓여있는 양날의 검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열풍을 단지 투기적 움직임이고 금지시켜야 할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면 2017년 중 대한민국의 일 평균 외환거래액은 506억 4천만 달러 수준이다. 이중 외환스왑, 선물환, 통화옵션 등 상대적으로 투기성이 강한 외환 파생상품 거래는 일 평균 310억 4천만 달러에 달해 전체 외환거래액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의 1일 가상 화폐 거래 금액은 36억달러(2017년 12월 17일 기준)로 법정화폐들의 거래에 비해 그 규모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가상화폐가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나 그 투기의 규모에 있어서 법정화폐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큰 규모의 투기적 거래가 벌어지고 있는 점은 명백하다. 더욱이 1992년 조지 소로스의 파운드화 공격, 한국에서는 IMF 외환 위기로 나타난 1998년 외환 투기 세력의 동아시아 화폐 공격과 같이 법정화폐를 이용한 투기는 보다 본질적이고 큰 여파를 남기고 있다.
이러한 외환 투기 이외에도 주식, 부동산 등의 투기도 매우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투기적 거래는 담보대출까지 가세해 그 투기의 규모를 키우고 있는 반면 담보로 인정되지 않는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의 위험성은 과장 된 측면도 크다.
◇ 가상화폐를 넘어 대안 화폐로
가상화폐가 화폐인가, 또는 화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주제에 있어서 핵심은 국가 기관인 중앙은행의 발권력과 금융기관들이 대규모 대출을 통한 신용 창출 형태로 발권 되는 부채 기반 경제 시스템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에 있다. 중앙 집중화된 현재 금융, 화폐 시스템이 수출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부를 몰아주고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과도한 이윤을 챙기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실험으로 가상화폐의 도전은 시작되었다.
기존 법정화폐를 이용한 각국 정부의 경기 조정 기능은 과연 민주적이고 공정했는지 질문을 던져 봐야 할 것이다. 또한, 환율 조정을 통한 무역수지 조정 과정이 국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누구에게 유리한 것인지에 대한 불만은 존재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기만 하다.
중앙집중적인 금융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한 비트코인의 출발은 9년이 지난 지금 매우 많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가상화폐가 무엇인지를 알려 내고 그 가능성에 대한 일정한 신뢰를 쌓아왔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양한 가상화폐의 등장과 그 영향력 확대는 가로막기 힘든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속에서 우리는 세 가지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는 가상화폐를 시장에서 사라지게 전면 금지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가상화폐를 거래소의 거래 상품으로 올려 놓고 투기적 상품으로 놔두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은 가상화폐를 탈 중앙적이고 민주적인 화폐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우리 일상의 거래를 책임지는 화폐로 성공하지는 못하였고 앞으로도 그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위에는 비트코인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1,500개를 넘어서는 다양한 가상화폐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당분간 매우 다양한 가상화폐들의 출현과 도전은 지금보다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세 번째의 선택을 하고 이 방향으로 법적 제도적 정비를 진행 한다면 새로이 등장하는 보다 진화된 가상화폐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시가 총액 1위를 탈환하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투기 상품으로서의 역할 보다는 보다 공정하고 민주적인 탈 중앙적인 대안화폐로 자리 잡기 위한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