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금리와 경제성장률 전망치 유지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본부에서 연임 1주년을 맞아 기자단 오찬간담회를 하고 이처럼 밝혔다.
이 총재는 "지금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현재 기준금리 연 1.75%는 중립금리 수준이나 시중 유동성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실물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이며, 금융 불균형 위험 경계를 아직 늦출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통화정책이 더 완화적으로 가야 하는지는 경기 흐름과 금융안정상황 전개 방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문답 과정에서 경제가 아주 나빠지면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며 "다만 정책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전제를 붙여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국 통화정책은 대체로 현재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지난달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완화적 스탠스를 밝히니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됐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정책금리 수준 유지 기한을 여름에서 연말로 늦췄으며 일본은행도 당분간 현재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런 기조로 국내외 금융시장 안정과 글로벌 경기둔화 흐름 완화, 자본유출 우려 완화 효과가 날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경기를 두고는 "일시적 조정국면 성격이 강하고 하반기 이후엔 메모리 수요 회복에 힘입어서 개선된다는 견해가 아직은 다수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주 최근엔 회복 시기가 늦춰지고 속도도 느려진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어서 상당히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1·2월 경제 지표를 합해서 보면 최근 국내경제 성장 흐름이 다소 완만해졌다고 평가하고 "대외여건 변화를 감안하면 하방리스크가 조금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1월에 내놓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이달에 바꿔야 할 정도인지는 좀 더 짚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추경과 관련해서는 1월 전망치에 반영이 안 돼 있으며 아마 4월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 영향은 시기와 규모, 지출 내역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무역정책 관련 불확실성은 앞으로 전개 방향과 영향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으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관해서는 "아직은 과도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에서도 글로벌 경기가 다소 둔화하기는 해도 침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미국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가 해소된 걸 보면 금융시장이 다소 과민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국고채 3년 물 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기준금리보다 낮아졌는데 이는 글로벌 장기금리 하락과 외국인 국채선물 대규모 매수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 필요성은 늘 강조해왔으며 어디에 역점을 둬야 할지는 이미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본다"면서 "과감하고 획기적인 규제혁신, 유연 안정성 제고(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높이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핀테크가 발전한 배경으로 큰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정부가 인내하고 풀어줬다는 점을 든다"고 소개하며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해서는 국회 업무보고에서 그런 논의가 이루어질 여건이 됐다고 언급한 것은 원론적인 얘기였다고 한발 물러섰다. 지금 시점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