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화웨이에 90일 임시면허 발부…무역협상 대화 문 열어둬
미‐중 무역전쟁에서 ‘화웨이’ 변수가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주요 정보통신과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이동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거래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화웨이가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근거에 따라 지난 5월15일 미국 민간부문과 화웨이와의 거래를 금지한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이 발동된 데 따라서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거래 금지를 90일 유예하는 임시 면허를 화웨이에 발부했다. 이는 화웨이 통신장비를 구매해온 미국 중소 통신사업자와 휴대전화 사업자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한편, 무역협상을 위한 대화의 장을 열어두는 뜻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계 글로벌 정보통신기업인 구글이 화웨이에 대한 하드웨어와 일부 소프트웨어 서비스 공급을 중단했다고 5월19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 이외의 해외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접근을 상실하고, 화웨이의 차기 스마트폰에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지메일, 유튜브 등과 같은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게 된다. 구글운 “정부의 행정명령을 준수하고 그 의미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화웨이의 기존 스마트폰에서 일부 인공지능 및 사진 관련 구글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제외한 구글의 서비스는 계속 이용할 수 있으며, 누구에게나 무료로 열려있는 ‘오픈소스’를 통해 제공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에 대한 화웨이의 접근은 지속할 수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화웨이뿐 아니라 인텔, 퀄컴, 자일링스, 브로드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화웨이에 대한 주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칩 등 부품 공급 중단에 나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5월19일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소프트웨어와 부품의 공급을 중단한다고 임․직원에 공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뿐 아니라 독일계 반도체기업 인피니언도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일부 제품을 화웨이에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텔은 서버 칩을, 퀄컴은 스마트폰 모뎀과 프로세서를, 자일링스는 통신망용 프로그래밍 가능 칩을, 브로드컴은 통신망용 기계에 핵심 부품인 스위칭 칩을 각각 화웨이에 판매해 왔다.
이런 잇따른 거래 중단이 현실화하면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상당한 타격을 받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른 화웨이의 스마트폰 부문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최소 3개월치 핵심 부품 재고를 확보하고 자체 칩 설계와 독자적인 운영체제 개발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큰 폭의 판매 감소와 시장점유율 하락이 예상된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5G신 부문도 핵심 부품공급이 차단될 경우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의 5G 네트워크 구축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공을 들여온 해외진출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은 화웨이 5G 장비를 도입하는 다른 나라 기업들도 해외 적대세력 명단에 올리는 길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화웨이 5G 장비의 안보 위험 평가작업을 진행중인 유럽연합 회원국들에게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은 지난 5월15일 발동됐으며, 발동 직후 상무부는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명단에 올렸다. 상무부는 150일 이내에 다른 나라의 기업들도 이 명단에 올릴지를 결정한다. 일단 이 거레 제한 대상 목록에 올라가면, 모든 상업적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특정 기술이나 거래는 별도의 절차를 통해 면허를 얻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