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재정을 고집하며 유로지역의 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독일이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8월19일 “독일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할 경우 500억유로(약 66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최근 경기 부양책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필요할 경우 정부가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수와 소비를 촉진시키고 대규모 실업은 막기 위한 경기부양 프로그램에는 글로벌 대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도입한 자동차 구매보조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정부의 이런 움직임과 함께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 완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에 자산매입프로그램 재개, 예금금리 인하 등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을 웃도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이 유럽중앙은행 안에서 나오고 있다.
독일이 균형재정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은 지난 8월14일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부터다. 직전 분기 대비 독일 성장률은 1분기 0.4%에서 2분기 -0.1%로 하락하며 역성장했다. 도이체방크는 3분기에도 -0.25% 쪼그라들 가능성을 전망하며 독일 경제가 ‘기술적 침체’(technical recession) 경로를 밟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에서 ‘기술적 침체’는 두 분기 연속 역성장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독일 정부가 통상적인 재정지출을 벗어나 적극적인 재정지출에 나서려면 심각한 경기침체에 있음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독일 헌법 제109조 제3항에 규정된 ‘부채 브레이크’(debt brake) 조항 때문이다. 부채 브레이크는 2016년부터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0.3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인데, 자연재해나 심각한 경기침체의 경우 적용이 면제된다. 부채 브레이크는 균형재정법 제정과 헌법 개정을 통해 2009년 도입됐다.
독일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경우, 독일뿐만 아니라 유로지역 전체에 대한 경기부양 효과를 나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면서 유로지역 나라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 왔는데, 이는 대금융위기 이후 유로지역 경제 회복의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독일과 유로지역의 장기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주요한 요인으로 하나로 독일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유로지역에서 수요를 고갈시키는 '배수관'(drain) 효과가 꼽혀 왔다.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2015년 국내총생산의 8.9%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8년 7.4%(2940억달러)로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유럽연합이 설정한 적정한 흑자기준은 6%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하며 세계 1위의 흑자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는 예산흑자로 이어졌다. 2012년부터 예산흑자를 달성했고, 2014년에는 국내총생산의 0.6%인 180억유로의 예산흑자를 기록했다. 덕분에 독일의 정부부채 비율은 2010년 81.8%에서 2018년 60.9%까지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