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관리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올해는 가계부채시스템 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
‘금융위원장’으로서 올해 가장 중점을 두는 아젠다 ‘금융안정’
[이코노미21 김창섭 본부장]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멀리 있던 회색코뿔소’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상황이라며 금융업계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특히 그는 금융권에 대해 “잠재리스크를 과소평가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라면서 위기대응여력을 차질없이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13일 경제・금융시장 전문가들과(8명)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그동안 ‘회색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들이 하나둘씩 현실화되고 있는 그야말로 ‘멀리 있던 회색코뿔소’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상황”이라고 발언했다.
고 위원장은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보이던 미국 FOMC에서는 (작년) 12월 들어 테이퍼링을 가속화하면서 이제는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까지 논의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여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상황과 중국 경기둔화, 미중갈등 같은 이슈들도 가시화되면서 새해 우리 경제․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고 위원장은 먼저 가계부채 관리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작년에는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량 규제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가계부채시스템 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면서 “차주단위 DSR적용 확대 등 시스템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를 기본틀로 하면서 총량규제는 실물경제,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 위원장은 긴축전환 과정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들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타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통화긴축에 따른 금리상승까지 더해지면 이들의 대출 부담과 부실화가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코로나19 위기가 종료될 때까지 필요한 금융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취약차주 발(發) 리스크가 금융시장으로 증폭·전이되지 않도록 다양하고 효과적인 금융지원 방식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 위원장은 ‘금융권 리스크 관리 강화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고 위원장은 “금융권은 현재의 경제‧금융여건을 냉철히 평가하고 불확실성 확대와 금융불균형 누적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우리 금융권의 손실흡수능력 제고 노력이 주요국에 비해 충분치 못하다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 위원장은 “균형감을 잃고 낙관적 미래전망에 편향되거나 평년과 다른 상황임에도 표면적인 지표에 의존해 잠재리스크를 과소평가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라면서 “글로벌 긴축전환, 코로나19 금융지원조치 종료 등 예상되는 충격을 충분히 감안해 대손충당금 등 손실흡수능력을 훼손하지 않고 위기대응여력을 차질없이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그간 이어진 저금리와 풍부한 시중 유동성은 비은행 금융기관이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장기․저유동 자산으로 운용하고 레버리지를 통해 수익을 높이는 영업을 가능케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게 되면 이런 미스매치와 레버리지 거래는 큰 리스크 요인이 되고 단기자금시장에서 업권간 연계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고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으로서 올해 가장 중점을 두는 아젠다는 ‘금융안정’이라고 강조했다.
고위원장은 “금융안정이라는 일관된 목표로 그 외연을 가계부채와 함께 자영업자와 금융권발 리스크 관리까지 넓혀서 앞으로의 상황변화가 가져올 충격을 최소화해 나갈 것”이라며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는 국내외 리스크 요인들을 ‘적시에 탐지’하고 ‘정확히 분석’하고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