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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부채 위기는 중국의 부채함정 때문일까
스리랑카 부채 위기는 중국의 부채함정 때문일까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2.07.13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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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팬데믹과 관광수입 급감에 의한 불가항력적 위기라고 주장
일대일로가 초래한 약탈적 대출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돼.
5월 인플레이션 45.3%...매년 평균 30억달러 규모의 무역적자 기록
무역적자 누적으로 외환보유고 고갈돼 국가 부도 사태 발생

[이코노미21 양영빈] 치솟는 물가와 국가 부도 여파로 수개월째 시위가 지속되면서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사임했지만 스리랑카 상황은 여전히 백약이 무효한 상태다. 스리랑카의 인플레이션은 5월 기준 45.3%로 인플레이션에 가장 취약한 계층인 하층민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짐작할 수 있다.

 

출처=스리랑카 중앙은행
출처=스리랑카 중앙은행

스리랑카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과 2019년 기독교 교회와 수도인 콜롬보의 유명 호텔에 대한 폭탄 테러가 초래한 관광수입 급감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위기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덧붙여 일부 서구 정치가나 이에 동조하는 세력들은 중국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또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진출하기 위한 일대일로 정책이 초래한 약탈적 대출 정책(부채함정 외교)이 부채위기를 가져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2009년 내전이 끝나고 스리랑카는 해외 수출보다는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현재 스리랑카는 매년 평균 30억달러 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적자의 누적은 스리랑카 정부의 외환보유고 고갈을 가져왔고 급기야는 올해 5월에 국가 부도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스리랑카 정부는 현재 외환보유고 규모는 5000만달러만 남아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에 적대적인 서구 언론들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스리랑카를 부채 함정에 빠트렸다고 지적하지만 실제 중국 부채가 차지하는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전체의 10%에 불과하고 일본의 부채는 10%이고 세계은행의 부채 규모도 9%를 차지해 중국 책임론은 지나친 비판이라 할 수 있다.

출처=스리랑카 재무부
출처=스리랑카 재무부

서구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중국의 전형적인 모습은 가난한 나라들에 자금대출을 하고 제때에 대출금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를 지렛대로 중국의 이익을 최대한 끌어내는 악질 고리대금업자로 묘사된다. 코로나 팬데믹이나 공급망 붕괴처럼 예상치 못한 위기는 중국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일단 중국 돈 맛을 본 나라들은 조금만 잘못하면 중국이 교묘하게 설치한 부채함정으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게 된다. 극악한 사채업자로부터 도박자금을 빌려 탕진한 어리석은 도박사의 운명과 비슷하다.

서구 언론이 소개하는 이러한 부채함정의 전형적인 사례가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이다. 중국이 상업성이 크지 않은 항구 건설에 가혹한 상환조건으로 자금대출을 해주고는 결국에는 적자가 나게 만들어 스리랑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훨씬 싼 값에 항구를 넘기게 된다는 이야기다. 2018년 트럼프 정부 당시 미국은 이것을 “부채함정 외교(debt-trap diplomacy)”라고 불렀을 정도이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중국-아프리카 연구계획(China Africa Research Initiative, sais-cari.org)에 2021년 2월에 발표된 “중국의 부채함정은 신화다”에서는 이러한 선입견이 상당히 과장돼 있다고 주장한다. 함반토타 항구 건설에 대해 캐나다와 네덜란드 회사가 각각 항구 건설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보고서를 발표하게 되는데 이를 근거로 함반토타 출신 마힌드라 라자팍사 대통령(2005~2015, 최근 대통령직을 사임한 코타바야 라자팍사의 형)은 미국과 인도에 항구건설 관련 자금대출을 요청한다. 그러나 미국과 인도 모두 제안을 거절했으며 중국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졌으며 2007년에 중국수출입은행이 자금대출을 승인했다. 중국의 해외 프로젝트의 대명사인 시진핑 주석이 역점을 둔 사업인 일대일로가 추진되기 6년 전의 일이었다. 중국수출입은행의 조건은 15년 만기 3억7백만달러를 대출하되 만기 도래 후 4년의 유예기간을 주는 것이었다. 이자율은 6.3% 고정금리와 리보금리+α의 변동금리를 제시했는데 스리랑카는 6.3% 고정금리를 선택했다. 끊임없는 내전에 시달리고 언제 정권이 바뀔지 모르는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3억달러에 이르는 차관임을 고려한다면 합리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같은 해에 스리랑카 정부는 국제 시장에서 최초로 채권을 발행해서 8.25%의 금리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었다. 함반토타 항구 건설 1단계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3년만에 완공할 수 있었다.

2009년 지리한 내전이 끝나고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자 스리랑카 정부는 부채에 의한 경제 성장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금리는 더욱 낮아졌고 1단계 항구 사업이 충분한 수익을 내기도 전에 바로 2단계 항구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한다. 2012년 스리랑카는 중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2%의 금리로 7억5천7백만 달러를 대출받아 컨테이너 항구를 건설하게 된다.

2014년경에 이미 함반토타 항구는 적자 상태였다. 항구 운영이 단순히 새롭고 큰 항구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중국항만기업, 중국상업은행과 합작으로 향후 35년에 걸쳐 새로운 항구 개발 계획을 새웠다. 그러나 2015년 대선에서 당시 보건장관이었던 시리세나 후보가 라자팍사 정권이 말레이시아, 몰디브, 잠비아의 경우처럼 중국과의 관계에 모종의 부정 부패가 있었다는 것을 주요 공격 포인트로 삼았다. 예상밖으로 시리세나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면서 모든 계획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게 되었다. 2017년 시리세나 정권 당시 스리랑카의 외채 중 일본,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에 진 빚이 중국보다 훨씬 많았다. 함반토타 항구 건설 때문에 갚아야 금액은 2017년 총 금액의 5% 정도였으며 스리랑카 부채위기의 주요 원인은 아니었다.

함반토타 항구로 인한 채무불이행(디폴트)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IMF의 건의 하에 함반토타 항구를 경험있는 회사(중국항만기업과 중국상업은행)에 리스(조차)하는 것을 통해 달러를 조달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함반토타 항구를 99년간 조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11억2천만달러를 현금으로 스리랑카 정부에 지급하는 부대조건이 있었다. 11억2천만달러가 과연 정당한 대가인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외환 관리 차원에서는 중국이 스리랑카 정부에 달러를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스리랑카의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은 설 자리가 없다. 99년의 조차라는 표현만 보고 중국이 파 놓은 부채함정에 스리랑카가 빠져 들었다는 감정에 치우친 성급한 판단 역시 지양돼야 한다. 조차는 IMF가 권고한 나름대로 합리적인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매우 필요하지만 감정적이고 성급한 비난은 사태만 악화시키게 된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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