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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미국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종료하기 어렵다”
이창용 “미국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종료하기 어렵다”
  • 신만호 선임기자
  • 승인 2022.08.2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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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 보이는 한 금리인상 기조 유지”
“파월 의장 발언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모니터링하겠다”
“한국 등 침체우려에도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 사용 어렵다”
“구조적 장기침체 가능성 있어 비전통적 정책수단 완전 포기 못해”

[이코노미21 신만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유가 등 대외적 요인이 크고 (유가가) 언제 다시 상승할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리인상 종료 시점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4∼5%)을 보이는 한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월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7월 6.3%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가 정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가스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 발언이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앞서 26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앞으로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며 "당분간 제약적인 (통화)정책 스탠스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에 대한 투기수요라기보다 달러의 글로벌 강세에 따른 영향이라며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현재까지 주요국 통화 움직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원화가치 평가절하는 수입 물가상승을 통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한국의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우리가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25bp(1bp=0.01%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7월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한 것을 언급하며 포워드 가이던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상 시점에는 시장에서 0.50%p의 인상폭이 이미 예견되어 있었기 때문에 7월 인상 자체보다는 향후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포워드가이던스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내부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장단점들을 논의한 끝에 한국은행은 일종의 절충안을 취했다"면서 "즉 공식의결문에는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와 같은 정성적 문구만 포함하기로 한 반면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우리가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와 같은 구체적인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했다"고 했다. 포워드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시장의 통화정책 예측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것을 말한다.

이 총재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양적완화와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장기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안정시켰지만 한국 같은 신흥국의 경우 침체 우려에도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흥국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 급격한 경제 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므로 출구전략의 유연성을 크게 제약하는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는 이상적 정책수단이 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이 총재는 "고령화 등으로 향후 신흥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양적완화와 포워드가이던스 같은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신흥국들은 앞으로 시나리오 기반의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와 같은 보다 정교한 정책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신흥국 및 소규모개방경제가 각자의 여건과 필요에 최적화된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갖추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분석역량, 경험의 축적,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며 지금과 같은 때야말로 이를 위해 투자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코노미21]

25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25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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