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21 김창섭] 강원도 정선(예미) 지하 1000m에 위치한 거대실험실에서 우주의 비밀을 밝혀낸다.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우주 물질인 암흑물질과 중성미자의 특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은 5일 강원도 정선군 예미랩 지상연구실에서 예미랩 준공식을 개최했다. 예미랩은 강원도 정선군 예미산 지하 1000m에 위치한 고심도 지하실험시설로 2020년 8월 지하터널 공사를 완공했고 올해 9월 차세대 대용량 검출기 인프라 구축 공사와 지상연구실 구조변경을 완료했다. 그동안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 연구단은 현재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지하 700m 아래 300㎡ 규모 양양실험실에서 실험을 해왔으나 연구시설의 깊이와 크기 모두 한계에 다다랐다.
그러나 올해 9월 예미랩이 완공됨에 따라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 연구단은 약 3000㎡ 면적의 세계 6위급 지하실험시설에서 본격적으로 암흑물질 탐색과 중성미자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암흑물질은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물질이다. 중성미자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입자로 가벼운 입자의 한 집단으로 전하량이 없다.
암흑물질의 존재와 중성미자의 특징을 밝히는 연구는 세계 물리학계에서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꼽고 있다. 그러나 암흑물질과 중성미자가 내는 신호는 포착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배경잡음(우주선 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연구환경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세계적 연구그룹들은 경쟁적으로 지하 깊은 곳에 연구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 연구단은 예미랩 완공을 계기로 2023년부터 양양실험실의 실험장비를 이전해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AMoRE-II) 연구와 암흑물질탐색(COSINE-200) 연구 등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AMoRE-II) 실험은 몰리브덴을 이용해 중성미자 물리적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로 양양에서 수행된 실험(AMoRE-1)에 이어 예미랩에서는 몰리브덴 결정 크기를 기존 6kg에서 200kg까지 키워 진행할 예정이다.
암흑물질탐색(COSINE-200)은 우주의 약 26%를 차지하지만 현재까지 관측된 적 없는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연구다. 지구로 날아온 암흑물질과 코사인(COSINE) 검출기 내 결정(아이오딘화나트륨, NaI)의 충돌 과정에서 암흑물질의 흔적을 탐색한다.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 연구단은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알려진 윔프(WIMP, 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 입자에 대한 연구 성과를 2018년 네이처(Nature)지에 게재해 세계 물리학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 연구단은 타 기관과 예미랩을 공동 활용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국가 지진 관측망 구축과 지진관측장비 성능검증을 위한 실험실을 조성 중이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심부 암반의 거동연구, 지하공간의 특성 평가와 모니터링, 안정성 연구 등을 위해 예미랩을 활용하고 있다. 또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경북대학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과도 공동 활용을 추진 중이다.
한편 지하실험 연구단은 국내 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미국 중성미자 연구단체(IsoDAR) 등 해외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