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의 ABCP는 지자체가 지급보증한 A등급 채권
지자체의 지급보증은 사실상 국가 지급보증과 같이 취급
2020년 미 연준의 회사채 시장 개입만으로 신용 스프레드 200bps 감소
[이코노미21 양영빈] 24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강원도가 지급 보증한 레고랜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에 대해 미이행을 선언한 김진태 강원도지사에게 나비 날개짓이 태풍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비판을 가했다.
지난주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ABCP 지급 미이행 선언은 단기자금시장과 회사채 시장 전반에 걸쳐 유동성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레고랜드의 ABCP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급보증한 A등급 채권으로 레포시장에서 중요한 담보물로 여겨진다. 그 동안 시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보증은 사실상 국가가 지급보증한 것과 같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강원도 적자를 줄이기 위한 김진태 지사의 노력도 이해할 만하지만 이번 지급 미이행 선언은 그것이 가져올 후과에 대한 인식이 너무도 안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 지자체의 적자 감축과 채권시장 전체의 신용위기를 맞바꿀 뻔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별 생각없이 던진 정책이 국가 전체 위기의 도화선이 될 뻔했다.
23일 정부는 긴급 회의를 열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로 했다. ‘유동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일부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자를 위해 아까운 세금을 낭비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동성 위기와 지급불능 위기는 개념적으로 매우 다른 범주에 속한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유동성 위기가 지급불능 위기로 빠르게 전환되기도 하기 때문에 구분선을 정확히 긋는 게 매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보통 금융 시장에서 유동성 위기의 조짐이 보이거나 생기면 중앙은행은 유동성 공급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영국의 월터 배지홋은 이미 150여년 전에 “좋은 담보를 받고 무제한으로 빌려준다(Lending freely against good collateral)”는 격언으로 현대 중앙은행의 중요한 이론적 바탕을 내 놓았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Unelected power)’의 저자인 영란은행 출신 폴 터커는 배지홋의 격언을 “지급능력이 있는 단위에 좋은 담보에 대해 높은 금리로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central banks should lend early and freely (ie without limit), to solvent firms, against good collateral, and at 'high rates.')”로 해석한다.
이 해석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은 지급능력이 있는 단위에 국한돼야 한다. 현재 강원도의 ABCP 미지급으로 촉발된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 위기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미국의 회사채 시장 상황과 유사한 점이 있다. 당시 연준은 연준 역사이래 최초로 유통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을 선보였다.
당시 연준이 내 놓은 유동성 지원 도구의 대표적인 것으로 유통시장회사신용제공(SMCCF)이 있었는데 이는 회사채를 연준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V)에서 직접 인수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미국의 회사채 시장 규모는 무려 10조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당시 SCMCCF가 회사채를 인수할 수 있는 최대 설정액은 2500억달러였다.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최고 140억달러(전체 시장 규모의 0.14%)였으며 연준이 회사채 시장에 개입한 것만으로 구두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전후로 한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
SMCCF를 발표한 시점은 2020년 3월 23일이었고 실제 집행한 시점은 5월 12일이었다. 그림의 첫 번째, 두번째 빨간색 점선은 두 번에 걸친 연준의 발표 시점이었다. 신용 스프레드가 현격하게 감소함을 알 수 있다. 10조달러 규모 시장의 신용 스프레드가 두 번의 발표(구두개입)에 의해 200bps나 감소한 것이다.
전례 없는 연준의 발행시장 개입은 당시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납세자의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었는데 10조달러 규모의 회사채 시장을 안정시켰다면 충분히 연준의 공로를 인정할 만하다. 더군다나 당시 연준은 회사채 매입 대상 자격의 으뜸으로 지급능력을 꼽았다. 잠시 유동성 위기를 겪지만 경영 상태는 튼튼한 회사를 대상으로 했기에 폴 터커의 말대로 “지급능력이 있는 회사에 좋은 담보를 대상으로 비싼 금리로 유동성 공급”을 한 것이다. 경제 전체를 살렸을 뿐 아니라 이자수익도 꽤 났으므로 경제 전체적으로는 윈-윈의 만족스러운 정책이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22년 9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채권 발행 총잔액은 2349조원이다. 여기서 일반기업과 금융회사의 회사채 잔액은 모두 574조원이다. 강원도의 ABCP 지급 거부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에 정부는 50조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의 SMCCF 사례에 비추어 보면 유동성 위기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될 지원 규모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당국의 확고한 결심이다. 유동성 지원을 구제금융(bailout)으로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지급능력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서 모럴해저드를 용인하지 않는 과단성이 필요하다. 지급능력이 없는 기업은 당장 유동성 지원을 받더라도 잠시 산소호흡기를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동성 위기가 전반적인 지급불능의 사태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진영 논리에 사로잡히지 않고 가장 실용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이코노미21]
그나마 다행인건 중앙은행이 아직 직접개입을 안했으니 직접개입을 통해 시장안정화를 시킬 룸은 좀 남았다고 봐야할까요?
그리고 이사님 유튜브에서도 뵙고싶습니다..^^ 빠른 복귀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