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1-22 17:29 (금)
풍요속의 빈곤…연준 재할인창구는 누가 이용하나?
풍요속의 빈곤…연준 재할인창구는 누가 이용하나?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2.12.22 15:52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0년 말~2020년 초 재할인창구 통한 유동성 공급 거의 제로
재할인창구 통한 유동성공급 지난주 100억달러, 이번주 60억달러
재할인창구는 은행이 긴급자금 수혈 위해 이용하는 유동성 공급 장치 중 하나
가장 꺼리는 재할인창구를 이용하는데 이는 유동성이 매우 부족함을 보여줘
지급준비금이 충분히 많은 시기에 재할인창구 이용자는 일부 소형 은행들
양적긴축으로 지급준비금 감소 충격이 소형은행에 집중돼 유동성 부족 야기

[이코노미21 양영빈] 최근 연준의 재할인창구(Discount Window) 이용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10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재할인창구를 통한 연준의 유동성 공급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는데 지난주 거의 100억달러, 이번주는 60억달러에 달해 미국 은행들에 유동성 문제가 새로 불거질 전망이다.

연준의 재할인창구(Discount Window)는 은행이 긴급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이용하는 연준의 유동성 공급 장치 중 하나이다. 은행은 자금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전통적으로 은행은 유동성이 부족하면 신규 예금을 유치하는 것으로 해결한다. 신규 예금 유치는 특히 분기말, 연말에 집중되는데 규제당국이 분기말, 연말 대차대조표를 중심으로 은행의 자금건전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말에 높은 금리의 특판 상품이 나오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둘째, 연방기금시장(우리나라에서는 은행간 콜 시장에 해당)에서 유휴자금이 있는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다. 이 시장은 은행간 신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신용이 없거나 없어 보이는 은행은 자금을 융통하기가 어렵다. 현재 미국 연방기금시장에서의 주로 자금 융통을 하는 주체는 미국에서 영업을 하는 외국계 은행과 연방주택은행(Federal Home Loan Bank: FHLB)이다.

셋째, 재할인창구를 이용하는 것인데 이를 사용할 때 시장이 은행을 평가하는 눈초리가 매섭게 된다. 재할인창구를 이용하면 은행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되도록 재할인창구까지 가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을 흔히 ‘낙인효과(Stigma effect)’라 부른다. 재할인창구를 사용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뱅크런 가능성이 높아져 은행에게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다음 그림을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직전(빨간색 원)에 72억달러를 재할인창구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받았다. 이후 위기의 정점에서는 110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금융위기가 진정된 후 2020년 3월까지 10년간 재할인창구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가 코로나 발생 직후 유동성위기가 생기자 2020년 3월에 510억달러 수준에 달했다.

유동성 위기가 잠잠해지자 재할인창구는 거의 사용되지 않다가 최근(녹색 원) 다시 재할인창구 이용 금액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또 다른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급준비금과 재할인창구 추이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XPrd)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XPrd)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재할인창구 이용과 현재의 재할인창구 이용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그림의 오렌지 색이 보여주는 지급준비금의 규모이다. 연준의 지급준비금 규모를 기준으로 시기를 구분한다면 ‘희소한 지급준비금(Scarce Reserves)’ 시기와 ‘충분한 지급준비금(Ample Reserves)’ 시기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은행 전체가 보유한 지급준비금은 3조2000억달러에 가깝다. 금융위기 직전 지급준비금이 150억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지급준비금은 당시와 비교했을 때 무려 200배를 넘는다.

금융위기 직전에는 지급준비금이 희소한 시기였고 위기의 징후는 바로 재할인창구 사용금액 증가로 나타났다. 은행의 유동성이 부족해지고 은행들이 신규 예금 유치, 연방기금시장 대출 통로가 막히면 마지막으로 가장 꺼리는 재할인창구를 이용하는데 이런 상황은 유동성이 매우 부족함을 보여준다.

지금처럼 지급준비금이 충분히 많은 시기에 재할인창구를 이용하는 것은 일부 소형 은행에 국한된 것으로 보인다. 양적긴축과 금리인상이 진행되면서 은행들이 보유한 포트폴리오 가치가 하락하면서 유동성 문제가 생겼고 부족한 유동성을 신규예금이나 연방기금 시장에서 확보하지 못한 취약한 은행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적긴축을 진행하면서 연준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최소로 안정적인 지급준비금 수준(Lowest Comfortable Level of Reserves)’이다. 2019년 연준은 1차 양적긴축을 하면서 수시로 LCLoR를 모니터링했지만 결과는 2019년 단기자금시장(레포 시장) 위기를 맞이했다. 레포 시장 위기로 연준은 1차 양적긴축을 즉각 중단하는 수모를 겪었다.

현재 미국내에서 활동하는 은행을 미국 대형은행, 미국 소형은행, 외국계은행으로 나누어 보면 각각의 지급준비금 추이는 다음과 같다.

미국내 은행들의 지급준비금 규모 추이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XTZv)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XTZv)

작년 9월 15일 이후 지급준비금이 대형은행은 37% 감소, 소형은행은 51% 감소, 외국계 은행은 18% 증가했음을 볼 수 있다. 양적긴축으로 지급준비금이 감소하는 충격이 소형은행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들이 자금을 융통한 규모는 다음과 같다.

미국내 은행들의 자금 융통 규모 추이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XTZy)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XTZy)

대형은행은 43% 증가, 소형은행은 63% 증가, 외국계은행은 15% 감소했으며 소형은행이 유동성 확보에 가장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은행 유형별로 본 지급준비금 수준, 자금 융통 수준을 보았을 때 연준의 양적긴축에 의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소형은행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근거로 볼 때 이번 재할인창구를 이용한 주체는 주로 소형은행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제이피모간의 금리 전문가인 테레사 호(Teresa Ho)는 지난 금요일 “3조달러가 넘는 지급준비금과 2조달러가 넘는 익일물역레포가 있어 시스템적인 유동성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재할인창구를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어떤 은행들은 재할인창구를 사용해 60억달러를 연준으로부터 빌리고 있고(유동성 부족) 어떤 금융기관들은 익일물역레포를 통해 연준에 2조달러를 빌려주고 있는(유동성 과잉) 매우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은 12월 19일 미국 단기자금시장의 금리이다.

현재 연준이 정한 기준금리의 하한과 상한은 각각 4.25%, 4.50%이다. 재할인창구를 통해 융통한 60억달러의 금리는 기준금리 상한인 4.0%(12월 FOMC 금리인상 이전 수준, 현재는 4.5%)이다. 재할인창구를 이용한 은행은 아마도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에 취약한 소형 은행일 가능성이 높다. 소형 은행들은 연방기금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하면 실효연방기금 금리인 3.83%(12월 FOMC 금리인상 이전 수준, 현재는 4.33%)에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소형 은행들이 자금 융통을 거절당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더 높은 4.5% 금리로(현재는 4.50%)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소형 은행들이 연방기금시장의 자금 공급자인 연방주택은행(FHLB)으로부터 자금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재할인창구를 사용한 이유는 제이피모건에 따르면 FHLB가 연방기금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줄 때 상대방의 신용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FHLB는 상대방 은행의 신용을 주로 은행이 보유한 증권의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데 올해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은행들의 보유 증권 가치가 많이 하락했다. 다음 그림은 은행들의 포트폴리오 손실을 분기별로 보여준다.

미국 은행들의 분기별 포트폴리오 손실

출처=제로헤지(https://www.zerohedge.com/markets/spike-fed-discount-window-usage-hints-looming-bank-crisis)에서 재인용
출처=제로헤지(https://www.zerohedge.com/markets/spike-fed-discount-window-usage-hints-looming-bank-crisis)에서 재인용

제이피모건에 의하면 2021년 이후 미실현 손실이지만 손실 규모가 7190억달러에 달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소형 은행이 연방기금시장에서 FHLB로부터 자금을 융자하기가 어려웠던 이유가 되고 있다.

또한 자본금 규모가 10억달러 이하인 소형 은행들의 유형자기자본(총자본에서 무형자산과 우선주를 제외한 자본금, 바젤3 체제하에서 보통 은행 자본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됨)이 올해 1분기에 마이너스가 된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3분기에 유형자기자본이 마이너스가 된 은행이 무려 30개로 늘어나 소형 은행들의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위기의 징후는 시스템의 가장 약한 고리로부터 관측된다. 은행 시스템의 약한 고리인 소형 은행들이 먼저 위기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는 연말이다. [이코노미21]

 

관련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jMUm9394VB4&t=616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윤병도 2024-09-17 16:49:25
감사합니다.

unknown 2023-07-01 07:44:53
어려울 수 있는 내용들이 쉽게 잘 읽혔습니다

김다경 2023-01-06 01:17:04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