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적어
[이코노미21 이상훈] 유럽이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EU는 2030년까지 430억유로를 투입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2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업계는 EU 반도체 법안에 명시적인 차별 조항이 없어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EU반도체법 3자 협의가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3자 협의는 지난해 2월 EU 집행위가 최초로 제안한 EU 반도체법안에 대해 유럽의회 및 이사회 3자가 정치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최근 EU는 반도체를 경제안보의 핵심품목으로 인식하고 EU 역내 반도체 생산역량 강화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동 법안 제정을 추진해왔다.
EU집행위에 따르면 반도체법 목표는 2030년까지 민간 및 공공에서 430억유로를 투입해 EU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U는 세계 반도체 수요의 20%를 차지해 미‧중에 이은 3대 소비시장이다. 다만 반도체 공급망 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 이는 대부분 반도체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는 팹리스 기업이 많아 생산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EU 반도체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다. 먼저 반도체 기술역량 강화 및 혁신 촉진을 위해 33억유로를 투입해 유럽 반도체 실행계획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실행계획에는 ∆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 ∆전문인력 양성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에 대한 투자가 포함된다.
또한 EU역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생산시설(통합 생산설비 및 개방형 파운드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시설은 EU내에서 최초로 도입되는 설비여야 하며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약속해야 한다.
아울러 EU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모니터링 및 위기대응 체계가 도입된다. 공급망 위기단계 발령 시에는 반도체 사업자들에게 생산 역량 등 필요한 정보를 요구해 수집하게 되며 통합 생산설비 및 개방형 파운드리에게 위기 관련 제품에 대한 생산의 우선순위를 지정하도록 의무화할 수 있다.
한편 국내 업계는 EU반도체 법안에 역외 기업에 대한 명시적인 차별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이 EU에 위치하고 있지 않아서 직접적인 영향은 적다는 분석이다. 다만 EU의 반도체 제조 역량이 강화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EU내 반도체 생산설비 확충은 국내 소부장 기업의 수출 기회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회요인은 극대화할 수 있도록 EU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