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을 탄생시키는 방법은 대출과 민간소유의 국채, MBS 등 매입
예금 소멸은 대출금 상환 또는 은행 소유 국채 민간에 매각시
MMF가 ON RRP 매입, 민간이 신규 발행한 국채를 매입할 때 발생.
예금 감소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의 산물
[이코노미21 양영빈] 2023년 3월 은행위기가 발발하자 은행의 예금은 급격하게 감소했고 동시에 MMF의 보유 자금이 늘어났다. 금융계는 이 현상을 보고 은행 예금 보유자들이 예금을 인출해 MMF로 갈아탔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 놓았다. 다음은 2023년 3월 기준으로 예금의 감소폭(파란색)과 MMF 잔고 증가폭(주황색)을 그린 것이다.
3월 8일을 기점으로 예금은 감소했고 MMF 잔고는 증가했다. 예금 감소폭과 MMF 잔고 증가폭은 5월초에 4000억달러로 일치했다. 이것을 보면 예금의 감소분이 MMF 잔고 증가로 이어졌다고 성급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5월초 대비로 보면 MMF 잔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예금은 8월말에 오히려 살짝 늘었으며 그 차액은 3430억달러에 달한다.
이 상황을 보면 5월초까지는 ‘MMF 잔고 증가=예금 감소’라는 공식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지만 5월초 이후부터는 ‘MMF 잔고 증가=예금 감소’가 반드시 성립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예금의 탄생과 은행
예금은 은행의 대출에 의해 탄생한다. 은행이 예금을 창조하는 과정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은행은 대출을 통해 예금을 탄생시킨다. 은행은 대출과정에서 자신의 대차대조표의 자산(대출)과 부채(예금)를 동시에 증가시킴으로써 예금을 창조한다. 소위 말하는 은행의 신용창조이다. 은행 A가 고객 X에게 대출하면 은행과 고객의 대차대조표는 다음과 같이 변하게 된다.
은행의 대출
은행은 단기채무인 예금을 늘리고 동시에 장기자산인 대출을 같은 금액만큼 늘린다. 이 과정을 거치면 이전에 없었던 예금 10이 고객 X의 자산으로 생기며 이는 즉시 소비 또는 투자할 수 있는 자금원천이 되므로 경제 전체에 신용이 창조되었다는 표현을 한다.
둘째 은행은 민간 소유의 국채, MBS 등을 매입함으로써 예금을 탄생시킨다. 이것은 은행의 대출과는 약간 다른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은행이 민간으로부터 국채 매입
이 경우는 민간의 대차대조표는 전체 크기는 변하지 않고 자산 구성만 바뀌게 된다(국채가 줄고 예금이 늘어난다). 그러나 은행의 대차대조표는 대출과 마찬가지로 자산과 부채 모두 늘어나게 된다. 민간이 보유했던 국채 만기가 10년이었다면 은행은 민간에게 현금과 똑 같은 유동성을 지닌 예금을 지급했으므로 경제 전체적으로는 대출과 마찬가지로 유동성이 늘어나게 된다.
예금의 소멸과 연준
예금의 소멸은 탄생의 과정의 정반대이다. 대출받은 민간이 대출금 상환을 하거나 민간이 은행으로부터 국채를 매입하면 예금은 감소하게 된다. 실제 미국은행의 예금 감소는 2023년 3월 은행위기 이전인 2022년 4월부터 진행된 일이었다. 미국 은행의 예금이 절정에 달했던 4월초를 기준으로 예금의 감소와 보유증권의 감소 그리고 대출의 증가 추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대출은 증가임에 주의해야 한다.
작년 4월 이후 예금은 8360억, 보유증권은 7240억달러가 감소해 사실상 예금 감소의 주요 원인이 보유증권의 감소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같은 기간 대출은 1.03조달러 증가해 보유증권의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았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남는 의문은 대출이 1.03조 늘었는데 예금이 감소한 이유에 대한 것이다. 미국은행의 전체 대차대조표의 변화를 보면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022년 4월초 대비 예금이 감소한 것은 은행이 보유한 증권을 매각한 것 외에도 연준의 양적긴축(QT)에 의한 지급준비금 감소와 이에 따른 예금의 감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 전체의 자산 크기는 거의 20조달러에서 550억달러 감소하는데 그쳤는데 이는 자산에서 대출이 증가한 것과 부채에서 차입이 증가한 것에 기인했다.
미국은행의 전체 자산 추이(10억달러)
예금의 소멸과 MMF
예금의 소멸은 대출 상환, 은행이 보유한 채권(주로 국채나 MBS)를 민간에 매각하는 경우에 일어난다. 여기에 예금이 소멸하는 경우가 두가지가 더 있는데 MMF가 ON RRP를 매입할 때와 민간이 재무부가 신규로 순 발행한 국채를 매입할 때도 예금이 소멸한다.
첫째, 예금 보유자가 은행 수신 금리가 낮아 MMF로 예금을 옮기는 경우에는 바로 예금의 감소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MMF는 새로운 가입자가 MMF에 입금하면 일단은 그 돈을 MMF 은행 계좌에 넣기 때문이다.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면 MMF는 이 자금을 레포 시장 대출, 단기국채 매입, ON RRP 매입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줄 수 있는 곳에 투자한다.
MMF가 레포 시장에서 레포 대출을 하면 일단 이 자금은 대출받은 주체의 거래 은행에 입금된다. 따라서 예금의 변화는 없게 된다. MMF가 신규로 순 발행된 단기국채를 매입하면 이 자금은 재무부의 TGA 계좌로 입금된다. 이 자금은 예금을 감소시키지만 TGA 계좌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위한 계좌이므로 곧 시중에 다시 풀리게 되고 이때 예금은 다시 증가한다. 즉 MMF가 신규로 순 발행된 단기국채를 매입하면 예금은 잠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해 원상태를 회복한다.
MMF가 이 자금을 ON RRP에 예치한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ON RRP는 연준의 부채이며 시중의 남아도는 유동성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때는 예금이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예금이 MMF로 이동했다고 해서 바로 예금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게 된다. MMF로 이동한자금이 전액 ON RRP 매입으로 쓰이는 정도만 예금이 감소하지 MMF로 이동한 금액 전체가 바로 예금 감소액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금 감소는 신용 경색?
예금 감소는 매우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의 산물이다. 예금이 감소했다고 신용이 감소했다고 볼 이유는 없다. 특히 실물 경제에 중요한 것은 대출인데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대출은 전혀 감소하고 있지 않다. 다음은 미국은행의 대출 총액을 나타낸 것이다. 2022년 4월부터 예금은 감소했고 현재는 감소세가 주춤한 상태이다. 그러나 대출 총액은 최근에 오히려 완만히 늘고 있어 현재를 신용경색으로 보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
미국은행의 대출
예금감소는 민간과 은행사이에서는 대출 상환, 은행이 민간에게 채권(국채, MBS등) 매각이 있을 때 일어난다. 또한 민간이 신규로 순 발행된 국채를 매입하거나 MMF가 ON RRP에 예치할 때 예금감소가 생긴다. 예금의 변화는 상당히 복잡한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므로 당시의 상황을 잘 분석해야 제대로 된 이해를 할 수 있다.
‘예금감소=MMF 증가’ 또는 ‘예금감소=신용경색’의 단순한 도식에 의존해서는 복잡한 현실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다. 단순한 도식적인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말고 항상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분석을 통해 실제 일어나는 현상을 파악해야 한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