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이어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하는 캐나다와 유럽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
미국은 금리인하를 확정짓기에는 각종 경제지표들이 좋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어
시카고거래소 연방기금선물, 올해 2번의 금리인하 예상에서 금요일 1번으로 바꾸어
[이코노미21 양영빈] 유럽중앙은행(ECB, European Central Bank)은 지난 6일 기준금리를 4.5%에서 4.25%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다음은 연준의 기준금리(하단)과 ECB의 기준금리 흐름을 보여준다.
그 동안 연준과 ECB의 기준금리 정책은 보통 연준이 먼저 올리면(내리면) 뒤따라서 ECB가 올리는(내리는)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은 ECB가 연준보다 먼저 금리인하를 단행해 이것이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준의 FOMC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ECB 통화정책이사회는 기준금리 인하 외에도 향후 유럽지역의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이것은 연준이 3, 6, 9, 12월 FOMC에서 발표하는 경제전망보고서(SEP,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과 매우 유사한 경제전망 보고서다.
이번 6월 ECB에서 발표한 유럽지역 경제전망은 다음과 같다.
파란색 상자 안은 지난 3월 경제전망 대비 6월의 변화량이고 빨간색 상자는 이번 6월에 발표한 경제전망이다. 유럽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HICP이고 근원 HICP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헤드라인 HICP에서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것이다. 이번 6월 경제전망에서 2024년 헤드라인 HICP와 근원 HICP는 각각 2.5%, 2.8%였으며 3월 전망에 비해 둘 다 0.2%포인트씩 상승했다.
이번 ECB의 금리인하는 시장 예상과 아주 잘 부합했다. 시장이 의외로 받아들인 것은 ECB 경제전망에 나온 인플레이션 예상치였다. 시장의 예상과 맞게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인플레이션 예상을 상향 조정한 것은 ECB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상향 수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번 통화정책 발표에서 라가드 의장은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변경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명백히 밝혀 인플레이션 목표치 상향 수정은 아직은 섣부른 추측이라고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은 2% 목표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좀 더 오르는 것을 용인할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즉 기준금리를 인하함으로 경기진작을 도모함과 동시에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그대로이지만 중기적 전망치를 올려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대비를 한 것이다.
캐나다에 이어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하는 캐나다와 유럽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이 더욱 큰 이유일 수 있다. 캐나다와 미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서비스(Debt Service,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 비율은 각각 14.5%, 7.6%로 거의 두배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 그만큼 캐나다의 가계가 높은 금리로 인한 고통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하락이 어느 정도 진행 중이라면 이제는 실업률, 경기 진작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가계의 가처분 소득에서 Debt Service 비율이 높은 캐나다는 발 빠른 금리인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불 수 있다.
이번 라가드 의장의 행보에 대해 시장은 다음 주 12일 FOMC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아직 미국은 금리인하를 확정짓기에는 각종 경제지표들이 좋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의 상황은 다소 혼재된 시그널을 보여 주고 있어 약간은 복잡해졌다고 할 수 있다. 6월4일 발표한 구인/구직 보고서는 미국의 고용시장이 안정화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또한 구인율과 실업률의 관계를 나타내는 베버리지 곡선은 금융위기 이후(회색)의 베버리지 곡선과 드디어 만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경제 전반에 걸친 정상화의 움직임이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지표들은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여 준다.
그러나 바로 뒤이어서 6월7일 발표된 고용(실업) 데이터는 예상치를 거의 두 배에 가까운 270,000명의 고용 증가가 있었다. 노동통계국의 고용 데이터는 전통적으로 큰 폭의 수정치가 동반되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새로 나온 고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애틀란타 연준의 GDPNow도 같은 날 발표됐다.
애틀란타 연준의 GDPNow는 6월 3일 1.8%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3.1%로 상승했다. 구인/구직 보고서와 배버리지 곡선은 고용시장이 안정화 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노동통계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증가는 이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고 GDPNow 또한 힘차게 상승하는 모습이 나와 혼재된 의미의 시그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캐나다와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하로 연준도 이에 가세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난주까지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금리인하 기대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번 FOMC와 향후의 금리 향방을 전망할 때 다음 두가지를 꼭 기억해야 한다.
첫째, 미국과 캐나다, 유럽이 처한 경제 상황이 다른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지난주 중반까지는 연준의 금리인하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지만 금요일(6월7일)에 이런 흐름에 반하는 지표들이 나와 시장의 분위기는 크게 바뀌었다. 금요일 이전까지만 해도 시카고거래소 연방기금선물은 올해 2번의 금리인하를 예상했지만 금요일 이후 다시 1번의 금리인하로 바뀌었다. 즉, 앞으로의 금리 경로는 중요한 지표가 발표될 때 마다 상당한 시장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2일(현지시간) 오전에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되고 오후에 연준의 FOMC 결과가 나온다. 매우 중요한 지표들이 연속적으로 발표되는 하루가 될 것이다. 캐나다와 유럽이 금리인하를 했다고 해서 미국도 따라 갈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보다는 연준의 금리인하는 미국이 처한 경제 상황에 크게 의존할 것이므로 좀 더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현재까지 미국의 경제 여건으로 봤을 때 캐나다, 유럽과는 달리 빠른 금리인하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