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21 양영빈] 선거가 가까울수록 후보들은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강력한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는 공약들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트럼프와 해리스의 경제 정책을 보면 트럼프는 관세(Tariff)에, 해리스는 과세(Tax)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소득세, 아동 복지기금, 국부펀드 등을 관세를 올려 보충하겠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달러를 거부하는 나라들에게 100% 관세를 물겠다는 발언도 했다. 한마디로 관세만능론이다. 관세만능론이 현실적이려면 실제 관세가 어느 정도 걷히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다음은 미국 중앙정부의 세금 수입에서 각종 세금들의 최근 현황을 보여준다.
전체 세금 수입은 2015년 4.22조달러에서 2023년 4.44조달러로 늘었으며 증가율은 5.2%다. 동기간에 GDP는 20% 늘었다. 세금 수입 증가율이 GDP 성장률보다 작다는 것이 미국 재정적자의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전체 세금 수입에서 개인소득세는 50%, 기업소득세는 9%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관세는 위 기간 동안 평균 1.6%였고 2023년에는 1.8%였다.
트럼프 후보는 이미 여러 번 개인소득세와 기업소득세를 낮추겠다고 이야기했다. 소득세를 전부 5% 포인트 낮춘다는 가정을 해 보자. 2023년 개인소득세와 기업소득세는 전체의 58.5%다. 이것이 전체의 53.5%로 낮아지고 부족한 세수를 관세를 부과해 보충하려면 관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1.8%에서 6.8%가 돼야 한다. 즉, 관세로 생기는 세수가 현재 수준에서 무려 3.8배 상승해야 한다.
트럼프는 이전 재임 시절에 중국과 관세 전쟁을 치뤘다. 당시 중국과의 관세 전쟁은 미국이 관세를 올리면 중국도 올리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다음은 트럼프 재임 당시 관세의 변화를 보여준다.
트럼프 재임 시절 1차 합의에 의한 관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트럼프 재임 시절 관세의 증가는 어느 정도인가를 다음 차트에서 볼 수 있다. 다음 차트에서 빨간색은 트럼프 재임 시절이며 관세전쟁은 2018년 중반부터 시작됐다.
2018년 중국과 관세 전쟁을 시작한 이래 관세수입이 전체 세금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에서 2% 수준으로 두 배 올랐다. 2018년 초 미국의 대중 관세는 3.1%였고 현재는 19.3%로 6배 이상 올랐다. 만약 대중 관세를 트럼프의 말대로 100%(현재 19.3%)로 인상한다면 관세 수입은 대략 전체 세금 수입에서 10%(현재 2%)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를 하는 경우에 가능한 수치다.
다음은 미국 수입품 중에서 비관세와 관세 대상 품목의 비율 추이다. 수입을 해서 가공한 후 다시 수출하는 중간재 등은 보통 관세를 면세해준다. 비관세와 관세 대상 품목의 비율은 현재 각각 68%, 32% 정도다.
다음은 2023년 기준 미국의 모든 수입과 관세 대상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보여준다. 미국의 전체 수입금액은 3.1조달러다. 이중 2.1조달러는 면세고 나머지 1조달러가(32%) 관세대상이다. 관세 대상 품목의 실효 관세율은 7.4%, 전체 수입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2.4%다.
이미 트럼프는 여러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를 이야기했다. 10% 관세가 관세 대상 품목에 대한 것인지 그야말로 전체 수입품에 대한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관세 대상 품목에 대한 실효 관세가 현재 7.4%임을 감안하면 트럼프 성격상 고작 2.6%포인트(물론 이 수치 역시 상당히 높다) 올리기 위해 10% 인상안을 주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트럼프의 주장이 현재 면세 대상까지 포함한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라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 진다. 위 차트에서 주황색이 10%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경제를 GATT 이전 시대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GATT는 2차대전이라는 끔찍한 비극을 겪고 난 후 다시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전 세계가 체결한 협정이었다.
트럼프 후보의 관세가 지지자를 모으기 위한 정치적 수사라면 안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대통령이 된 후 그의 발언대로 관세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이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미 해리스 진영은 트럼프의 관세 인상안을 “국가 차원의 판매세(National Sales Tax)”라고 부르고 있다(미국의 판매세는 판매 가격에 세금을 더하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하지만 환급 등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관세는 해외 상품이 미국 내에서 판매할 때 부과하는 세금이므로 “국가 차원의 판매세”라고 공격하는 것이다. 판매세는 직접적으로 최종 소비자의 부담을 가져온다. 따라서 해리스 진영이 판매세라고 공격하는 것은 관세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일단 당선부터 되고 보자는 심리에서 비롯된 정치적인 구호의 측면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실제 당선이 되면 그의 관세정책은 인상 방향으로 갈 것이다.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이 염려하는 부분이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