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CSN 지난해에 이어 1위, 옥션 등 B2C 업체 강세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최근 풀이 많이 죽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리라는 국내외 조사기관의 예측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많은 업체들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전자상거래 시장에 뒤질세라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 기세는 최근 급격히 꺾인 상태다. 이런 시장상황을 반영하듯 이번 평가에도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31개 업체만이 참여했다.
종합 평가에선 한솔CSN이 1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쇼핑몰 한솔CS클럽과 사이버 물류몰 로지스클럽을 비즈니스의 축으로 운영하는 한솔CSN은 수익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1인당 매출액이 돋보인다. 지난해 332명의 직원이 3400억원의 매출을 올려 1인당 매출액이 10억원에 이른다. 다른 전자상거래업체와 달리 여행상품이나 복권, 인테리어 같은 디지털 콘텐츠 비중이 높아 경비를 아낄 수 있었던 것이 주효했다.
디지털 콘텐츠로 수익성 높여
한솔CSN이 모든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아니다. 전자상거래 부문의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다른 기업들에 비해 인적자원 측면에서는 매우 낮은 점수를 받는 데 그쳤다. 기술력 부문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한솔CSN쪽은 “필요한 인력이나 기술을 상당 부분 아웃소싱한 데서 비롯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한솔CSN은 지난번 조사에서도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꾸준히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홍식 사장은 “올해는 꼭 이익을 내겠다”며 “올해를 실질적인 전자상거래 원년으로 만들 각오”라고 말했다. 한솔CSN은 B2C에서 낸 순이익을 바탕으로 B2B와 홈쇼핑 시장에 주력할 예정이다.
우수기업으로는 경매사이트인 옥션, 인터넷서점 예스24, 종합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 e마켓플레이스 업체 티페이지글로벌 등이 선정됐다. 옥션은 성장성 추이에서 다른 기업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 이베이와의 합병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예스24는 브랜드 가치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B2C 업체라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중소기업 분야에서는 종합 부문에서도 강세를 보인 예스24가 1위를 차지했다. 예스24는 특히 성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세부항목인 성장성 추이, 브랜드, 시장평가 부문에서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터넷서점을 이용하겠다는 사람은 80%가 넘지만 실제 이용해본 사람은 50%가 채 안 된다. 아직 절반 가까운 시장이 미개척 상태라는 이야기다. 인터넷서점이라는 비즈니스 자체가 성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터넷서점 가운데 매출액 1위라는 점이 예스24의 성장성에 점수를 보탰다.
하지만 매출이 성장해도 순이익이 많이 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적은 다른 품목과 비교했을 때 이윤 폭이 크지 않은데다, 인터넷서점이 할인판매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예스24의 영업이익 증가율에 대한 점수는 다른 기업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할인율을 낮추었기 때문에 상황은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B2C 분야 성장 계속될 듯
중소기업 부문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곳은 티페이지글로벌, 쇼핑몰 업체 신영아이앤씨, B2B 업체 코아링크 등이다. 티페이지글로벌과 신영아이앤씨는 수익성이, 코아링크는 성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B2C가 큰 폭으로 성장하며 수익을 내는 기업이 본격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본다. 무선통신이 발달하고 홈쇼핑 채널이 추가되는 등 주변 여건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무한기술투자 김경술 e비즈니스 팀장은 “지난해에는 포털, 쇼핑몰, 홈쇼핑이 개별적으로 운영됐지만 올해에는 이 세개가 통합되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B2B쪽에서는 올해에도 순이익을 내는 기업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원 박기우 수석연구원은 “비용 절감을 위해 B2B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겠지만 시장규모가 커지기 위해서는 몇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