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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정보나눔과 창작보호의 화해를 꿈꾼다
[커버스토리] 정보나눔과 창작보호의 화해를 꿈꾼다
  • 오철우
  • 승인 2000.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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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스터 폐쇄판결이 불러온 저작권의 미래…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개념 확립 시급
음악파일 무료교환 웹사이트 ‘냅스터’의 패배인가. 지난 7월 미국 1심 법원은 미국 음반업계의 냅스터 소송 사건 판결에서 서비스 중단 명령을 내렸다.
순회법원에서 서비스 중단 유예 결정으로 뒤이어졌지만 미국 음반업계는 한껏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하지만 냅스터가 촉발한 디지털 저작권 공방은 앞으로 끊임없이 이어질 저작권 전쟁서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더 많은 저작권 침해 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인터넷은 저작권을 조롱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보의 천국이자 불법복제의 천국인 인터넷에서 저작권은 어떤 운명으로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수시로 급변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미래를 예측하긴 섣부르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보공유 흐름과 저작권이 절충하는 지점에서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화의 폭은 이런 상호과정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얘기다.
저비용 생산·소비시대를 맞는 문화시장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유성우(34) 업무과장은 “온라인 유통에 걸맞게 저비용의 음악생산 시대가 올 것”이라며 “저작권은 저비용 생산구조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터넷으로 음악파일이 손쉽게 넘나들고 똑같은 음질을 유지하는 ‘수평적 복제’가 무한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문화산업 자본은 더이상 고비용 생산구조로는 이에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그 토대 구실을 한다.
“음반에 어떤 돈이 들어가는지 생각해봐요. 먼저 음반회사 건물이 있어야죠, 녹음실과 CD 제작 공장·인력이 필요하죠, 또 재고품 보관창고가 필요할 테고 유통 시설·인력, 그리고 오프라인 홍보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요. 웬만한 CD 1장 내려면 대략 2, 3억원이 필요합니다.
온라인과 디지털은 달라요. 대부분 오프라인 시설과 인력을 없앨 수 있으니까 비용을 엄청나게 낮출 수 있어요. 이게 바로 저작권이 실행되는 새로운 구조를 낳을 겁니다.
” 냅스터와 소리바다 등 음악파일 공유 네트워크는 기존 고비용의 음반 생산구조를 바꾸라고 사실상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음반 하나를 통째로 사야 하는 구조에선 기존 음반값이 턱없이 비쌌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불만은 음악파일의 불법유통을 부추기는 명분이 되고 있다.
유성우 과장은 “결국 강력해진 문화소비자의 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음반업계는 저비용 생산구조를 통해 저작권을 지키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저작권자는 새로운 질서를 찾아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런 값싼 생산과 소비의 네트워크가 시장질서로 자리잡는다면 창작자의 창작 의욕을 꺾는 무분별한 정보공유도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눅스 방식 ‘카피레프트’로 갈까 정보공유의 실제 성공사례가 있다.
사용료를 요구하지 않는 저작권 ‘카피레프트’의 결과물인 리눅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식정보사회에서 저작권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시각도 있다.
리눅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워터마킹·암호화 등 저작물을 보호하려는 기술이 제아무리 발전해도 이를 깨어버리는 기술 역시 금세 등장할 수 있다”며 “결국 리눅스의 사례처럼 저작권 자체가 돈을 벌어다주는 모델에서 저작권을 다른 사업과 연계하거나 또는 부가 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모델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인터넷 비즈니스 전문가 마크 린스트롬은 ‘저작권의 미래’라는 글에서 이렇게 예측한다.
“우리의 미래에 음악이 공짜가 되고 영화가 공짜가 된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공연이나 개봉 때 관람객은 더 많은 돈을 내고 창작물을 보고 들으며 나머지는 다른 사업의 판촉·홍보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엔터테인먼트 상품은 공짜로 보고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티셔츠나 카메라, 휴대전화 등의 판촉 수단으로 말이다.
…냅스터는 스타들의 브랜드를 (훔치는 게 아니라) 제값 이상으로 널리 알리는 일을 지금 하고 있는 셈이다.
” 모든 지식은 과거의 지식정보에 바탕을 두어 태어나기 때문에 본질상 사회적 성격을 지닌다.
게다가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는 ‘정보의 공유’와 동의어처럼 생겨나 정보공유의 정신에서 진화하며 성장한다.
이런 점에서 창작자의 창작물에 대해 보상을 제공하면서도 네티즌들의 정보공유 욕구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개념의 저작권 시행 모델이 등장하는 건 불가피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지식정보 자본의 토대’ 저작권은 강화된다 하지만 지식정보시대에 디지털 저작권은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새로운 품목이 저작권 보호의 대상에 포함되며 비즈니스 모델조차 특허권을 얻고 있다.
사이트를 링크하는 것조차 저작권의 침해로 볼 것인가, 매뉴얼 수준의 글을 옮겨적는 것도 저작권 침해인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도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로 볼 수 있는가 등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저작권의 영역이 날로 확대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보사회의 저작권 문제를 다룬 <디지털은 자유다>의 공저자 오병일(30·진보네트워크센터)씨는 “냅스터 등 정보공유 네트워크로 저작권이 흔들린다고 보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며 “저작권은 미국 중심의 지식정보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제도로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에서 진행되는 전세계의 저작권 표준화 작업은 이런 지식정보산업의 세계화 과정이라는 시각이다.
오씨는 “지식정보 자본의 이해에 따라 창작성 없는 정보까지 저작권 대상으로 삼는다면 오랜 역사를 통해 공유해온 인류의 지식이 사람을 위한 것에서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왜곡될 것”이라며 무분별한 저작권 남용을 우려했다.
한국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김현철(40) 연구원은 “결국 저작권의 조건인창작성을 어떻게 해석할지, 무엇을 어디까지 보호할지, 어떻게 보호할지 등의 쟁점이 근본적인 현안”이라며 “국제사회에서 나라별 이해관계에 따라 아날로그 시대의 저작권을 보완하자는 주장, 디지털 시대에 맞게 새로운 저작권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새로운 저작권의 질서가 자리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발전, 저작권의 역사를 조롱하다
저작권 역사를 돌이켜보면 기술발전은 언제나 저작권을 위협하면서 그 모습을 바꿔왔다.
책이 등장했던 초기엔 원래 저작자의 저작물을 보호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책을 베끼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사실 자체가 저작권 보호장치였던 셈이다.
종이책이나, 오디오와 비디오테이프, 라디오와 TV 등과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매체가 몇 안되던 시절엔 누가 언제 어디서 복제했는지 또 얼마에 팔고 있는지 훤히 알 수 있었다.
복제 기술을 찾아보기 힘들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기술발전으로 저작권은 법 따로, 현실 따로의 허구가 돼버렸다.
오늘날엔 지적재산을 표시하는 전자서명, 시간과 비용에 따라 사용을 허용하는 전자키, 주요정보의 암호화 기술들이 등장해 복제 방지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무리 복제방지 기술이 정교하게 발전한다고 해도 어김없이 깨지곤 했다.
대표적 사례가 1923년 오스트레일리아의 라디오 사용제한 기술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선 방송 라디오를 처음 도입하면서 방송 프로그램 내용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취했다.
라디오 수신기의 주파수를 특정 방송국만 들을 수 있도록 고정해 팔았다.
라디오 수신기를 사면 한 방송국의 방송을 들을 수 있는 권리를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시행 9개월 만에 접어야 했다.
이 때문에 수신기 판매가 더뎌졌으며 사용자들은 이내 수신기 안을 뜯어 주파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배웠던 것이다.
아무리 복제방지 기술이 새롭게 등장한다 해도 이를 깨는 기술 역시 이내 등장하곤 했다.
공들여 복제방지 처리한 CD나 소프트웨어, 비디오도 결국 실행단계에선 사운드, 영상, 실행코드로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완전한 방지는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작권법은 불법복제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쪽으로 바뀌어왔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만은 않다.
사실 불법복제가 널리 퍼지고 있지만 이들을 처벌한 판례는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이는 결국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법의 형평성에 도전해 ‘다 했는데, 왜 나만 처벌하느냐’는 반발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이 생긴 이래 어느 시대에서건 완벽한 저작권 보호는 어려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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