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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5. 이해관계 칡넝쿨 , 찬반 유보
사이드5. 이해관계 칡넝쿨 , 찬반 유보
  • 이미경 기자
  • 승인 2002.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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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에서 10여년간 비뇨기과 전문의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김모 박사는 “최고 수준의 비뇨기과 의원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독립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뒤 간판을 ‘남성클리닉’으로 바꿔달고, 주요 진료과목도 대폭 수정했다.
일반 비뇨기과의 진료과목은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항목이 대부분이라 개원 당시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값는 일도 힘에 부쳤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초심을 유지하고 싶었지만 보험수가가 너무 낮은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국내 의대생들이 한때 선망하던 외과 대신 피부과를 선호하고, 치료성형보다는 미용성형을 전공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 많은 과일수록 개원이 쉽기 때문이다.
의료 소비자들은 어느덧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성형외과 간판 사이로 가뭄에 콩나듯 하는 내과의원 간판을 반기는 일에 익숙해졌다.
의료계에서는 “비현실적 수가 때문에, 부차적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종합병원이 아니면 경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재정경제부가 건강보험의 재정 압박을 이유로 수가를 5%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는 다시금 수가를 둘러싼 뜨거운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보험수가와 관련된 ‘불씨’는 민간의료보험 도입 문제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대변인은 “정부가 민간의보 이야기를 처음 꺼낼 당시에는 의료계 내부에 수가 개선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다.
현재 국내 모든 병원들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을 진료해야 하는 ‘의료기관 강제지정제’에 묶여 있고, 동일한 수가로 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민간보험사가 비급여 부분에 대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병원들과 각기 다른 조건으로 수가 계약을 하게 되면, 공공보험부문의 획일적 규제도 흔들릴 것이라고 짐작했던 것이다.
실제로 민간의보가 도입되면 병원의 수익이 얼마간 좋아질 거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MRI 촬영과 같이 고가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상품이 개발되고, 보험사가 특정 병원과 기존의 수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하자. 그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로서는 목돈을 들여 MRI 촬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므로 지금보다는 손쉽게 촬영을 결정할 것이다.
이처럼 고가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유인 요인’이 생기고 이에 대해 보험회사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수가를 받게 되면 병원의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
청년의사 권용진 전략기획실장은 “진료 자체는 급여에 해당하지만, 처방을 신약으로 하는 등 의사들이 비급여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며 “그동안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비급여에 묶여 있는 약들이 많이 있는데, 민간보험 도입으로 이를 급여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병원은 수익을 높여 좋고, 환자도 득을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 실장은 “이러한 예가 국내 병원 전체에 가능할 거라고 본다면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보험회사가 모든 병원에 높은 수가를 제시할 리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일부 주목도 높은 개인병원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얘기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창엽 교수는 “같은 3차 진료기관인데도 순천향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의료수준이 다르다고 믿는 것이 국내 의료 소비자들의 특징”이라며 “민간보험이 도입되면 인지도가 높은 병원들 중에서도 극소수의 병원들만 수혜를 입어 병원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랑병원 이왕준 원장은 “보험사에서 인천에 있는 사랑병원에 얼마나 좋은 상품을 높은 수가에 제시하겠느냐”며 “의사들이 비교적 생활수준이 높은 서울 강남으로 앞다퉈 병원을 이전하려고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험사들이 의료계의 입맛에 맞춰 병원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상품개발에 주력할 것인지 여부도 문제다.
현재 비급여 항목이라 보험상품 판매가 가능한 성형수술은,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시술을 할 것이라는 이유로 보험사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김창엽 교수는 “보험사는 당연히 안전한 상품을 선호하므로 현재 판매하는 암 보험과 같은 형태 이외에 시장을 흔들 만한 획기적 상품이 나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의치나 교정 등 건강보험이 포괄하지 못하는 서비스가 생긴다고 해도, 고가의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소비자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병원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 파급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간보험사들이 의사들의 임상적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환자나 의사가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해서 보험사가 MRI 촬영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손놓고 있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왕준 원장은 “민간보험이 보편화된 미국에서는 의사들이 보험회사에 진료내역을 일일이 보고하고 점검받는 상황”이라며 “수가 위주로 고민하다가 더 큰 문제를 떠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관련 단체들은 민간의보가 자칫 ‘실리는커녕 명분도 못 챙기는’ 방향으로 도입될 수 있음을 절감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민간의보 도입 절차와 방안에 대한 연구팀을 꾸리고 1차 모임을 가졌다.
의사협회 주수호 대변인은 “공공보험에서 해결 못한 문제를 민간으로 떠넘기려는 정부 정책에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가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고, 차별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민간의보 도입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1차 진료기관과 2, 3차 진료기관의 입장 차이를 비롯해 각 병원간의 이해가 얽혀 뚜렷한 입장을 내놓기 어려운 대한병원협회는 일단 다양한 도입 방식을 검토해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논의를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병원협회 성익제 사무총장은 “민간보험 도입을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우선 공보험을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획일적 규제를 풀어라

현재 민간 의료보험 도입 방식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의료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또하나의 사안은 의료보험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대한 위헌소송이다.
1년6개월을 끌어온 위헌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올해 상반기에 이뤄질 것 같다는 예측이 나돌면서,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위헌소송은 지난 2000년 8월 한동관 당시 연세의료원장을 주축으로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임원들이 공동명의로 청구한 것으로, 골간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가 헌법상의 평등권,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에는 모든 국내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을 취급해야 한다고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어길시에는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모든 국민이 국내에 있는 어떤 병원에 가도 건강보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법률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국가에서 설립한 의료기관뿐 아니라 개인이 설립한 병원에서도 ‘무조건’ 건강보험을 취급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병원 설립 과정에서 든 비용과 의사 개인의 능력, 시술 방법이 똑같을 수 없는 데도 “감기 환자를 진료하면 1만원”이라는 식의 ‘획일적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황덕남 변호사는 “헌법상에 보장돼 있는 평등권은 결과의 균등이 아니라 기회의 균등이라는 점에서 우선 평등권에 위배되고, 의사가 자신의 직업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직업활동의 자유에 위배되며, 개인의 재산으로 설립한 병원에서 제대로 이윤을 추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재산권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더 나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유주의 경제체제에도 반한다는 것이 소송의 근거다.
의료계에서는 ‘정치적 변수’가 존재하지 않는 한 위헌판결이 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배삼희 변호사는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이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다”고 말해 합헌으로 결정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정우진 교수는 “고급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들이 두드러지고, 이를 통해 병원간에 경쟁이 이뤄져 전체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데도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공단과의 자유계약이 가능해지면 의료기관의 수준을 ‘평가’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계약이 자율화되면 지명도가 높은 일부 특수병원들이 보험환자를 받지 않고 고수익을 올림으로써 병원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훨씬 심해지고 서민들이 필요한 진료를 못 받는 등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계약에 대한 일차적 결정권을 공단측이 갖게 되기 때문에 병원이 일방적으로 공단쪽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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