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셔 바람’이 우리나라 게임시장 안에서 불고 있는 바람이라면, 소니로 대표되는 비디오게임기 업체들의 한국 상륙은 밖에서 불어온 변화의 소용돌이다.
우리나라 게임시장은 어느새 1조2천억원대의 거대 시장으로 훌쩍 커버렸지만 비디오게임 시장만큼은 우리에게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이 시장을 놓고 올해 하반기 한반도에서는 미일 게임대전이 펼쳐진다.
플레이스테이션2, 예상 밖 판매저조
세계 1위 업체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가 제일 먼저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게임 대전은 이미 불이 지펴진 셈이다.
“우리나라 게임시장은 이제 2회전에 돌입한 겁니다.
” 게임 전문 컨설팅업체 게임브릿지 www.gamebridge.co.kr의 유형오 사장은 ‘플레이스테이션2(PS2)’의 한반도 입성으로 게임시장에 격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 2월22일 소니의 비디오게임기 ‘PS2’의 출시는 격변의 신호탄이었다.
국내 유통사를 통해 간접판매에 나설 수도 있는데 직접 현지법인을 세우고 진출했다는 점까지 예사롭지 않은 등장이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는 올해 100만대 판매라는 야심찬 목표까지 내걸었다.
한화증권 정인기 애널리스트는 PS2가 출시된 이후 “예상보다 더 빨리 국내 비디오게임기 시장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PS2 출시 한달이 지난 지금 SCEK쪽은 “현재 유통채널에 공급된 물량은 총 15만대, 이 가운데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판매된 물량은 8만대에서 10만대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PS2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한 업체도 “아직은 기대 이하의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각 유통사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판매실적이 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CEK쪽은 “너무 기대가 큰 나머지 현재의 판매실적에 대해 기대 이하라는 일부의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전문가 그룹에서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실 PS2가 공식 출시되기 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음성적인 불법유통을 통해 모두 100여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됐다.
이 때문에 PS2의 공식 판매가 예상대로 펼쳐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다.
SCEK쪽도 지금까지 PS2 패키지보다 게임기 본체를 제외한 주변기기의 판매가 더 많았다고 전했다.
블랙마켓의 위력을 에둘러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10만대 가까운 판매를 했다는 것은 분명 성과라는 얘기다.
사실 PS2의 판매실적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는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다.
이제 출시 한달여밖에 지나지 않았고 소니쪽이 잔뜩 벼르고 있는 대작 게임 타이틀이 출시되기 전이라 진짜 평가는 그 이후로 미뤄야 할 것이다.
소니쪽도 “기대 이하라는 일부의 평가도 앞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콘텐츠 문제가 해결되면 끝날 것이다.
GTC 같은 이른바 대박 타이틀의 출시가 기다리고 있다”며 큰소리다.
SCEK는 4월에 ‘GTC’, 5월에 ‘철권4’ 등 대작들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시장장악의 열쇠, 온라인 게임 사실 비디오게임 시장의 성패는 앞으로 시장에 가세할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에 쏠린다.
3사간 치열한 경쟁이 시장을 키우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게임기 ‘엑스박스(XBox)’에 눈길이 집중된다.
“그동안 불법밀수 위주였던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이 엑스박스의 국내 출시로 인해 정품 위주의 시장으로 급격히 재편될 것이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국인 체형에 맞는 패드 공급과 운영체제의 한글화를 준비하고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 정기수 과정의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엑스박스의 국내 출시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고 있지 않다.
정기수 과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회계연도는 7월부터 시작된다.
결국 올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SCEK의 윤여을 사장은 “외국과 달리 한국 시장에서는 대다수가 PC 기반의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특히 온라인 게임의 인기가 매우 높다.
그런 면에서 SCEK 혼자서 비디오 게임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엑스박스와 게임큐브가 들어온다면 전체적인 시장 규모도 커질 것이고 시장도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을 놓고 소니와 MS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온라인 게임이다.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온라인 게임의 인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유명 온라인 게임을 자사 비디오 게임기용으로 흡수하는 것은 시장 장악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특히 ‘리니지’ 개발업체 엔씨소프트의 움직임은 주목된다.
“처음에는 온라인 게임 사용자들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보고 좀 긴장을 했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봐서는 PS2가 국내 게이머들의 PC 선호 성향을 급격히 깨기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리고 앞으로 온라인 게임과 비디오 게임은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그렇게 보면 우리에겐 오히려 더 기회라고 생각한다.
” 엔씨소프트 김주영 팀장의 말이다.
실제 엑스박스나 PS2나 온라인 게임에 대해 관심이 높다.
소니쪽이 오는 8월부터 PS2를 위한 온라인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이나, 엑스박스가 처음부터 네트워크 기능을 장점으로 내세운 것이나 모두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이들의 관심을 잘 보여준다.
“개발자들에 따르면 리니지를 엑스박스용으로 전환하는 데 보름에서 한달이면 충분하다.
PS2는 상대적으로 전환에 어려움이 있지만 시장이 크다.
서두를 생각은 없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다.
” 엔씨소프트의 얘기는 국내 개발업체들의 저울질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하반기 엑스박스의 출시는 국내 게임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두 거인의 경쟁은 우리나라 게임 개발업체들을 선택의 기로에 세우게 될 것이다.
비디오 게임타이틀 개발능력이 부족한 우리 게임업체들 형편에선 초기 시장을 외국 유명 타이틀에 빼앗길 우려가 크다.
하지만 두 거인의 경쟁을 잘 활용한다면 앞으로 이들을 등에 업고 세계 시장까지 노려볼 수 있다.
국내 게임시장에 불고 있는 비디오 게임 외풍은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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