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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대부업체도 공중파 타고 싶다”
[비즈니스] “대부업체도 공중파 타고 싶다”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2.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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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법 시행으로 양성화 계기를 맞은 대부업체들이 조만간 TV광고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단기간에 ‘고리 사채업자’라는 굴레를 벗고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TV광고보다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
대부업법에 따라 이자율을 낮추는 대신 합법적 지위를 확보한 만큼, 공중파를 타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도 한몫 한다.
일부 상호저축은행과 이들 상호저축은행의 대출상품을 대신 팔아주는 대출대행업체들은 이미 발빠르게 TV광고를 내보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대부업체로서는 부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대부업체의 TV광고에는 여전히 ‘심의’라는 걸림돌이 남아 있다.


경기도 분당의 좋은상호저축은행은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동안 인기 탤런트이자 가수인 장나라를 기용해 TV광고를 내보냈다.
광고효과를 높이기 위해 장나라와 비슷한 이름의 신용대출상품 ‘론나라’를 내놓기도 했다.
좋은상호저축은행 박주승 주임은 “광고가 나간 이후 실제로 신규대출이 크게 늘었다”며 “이제는 상호저축은행도 좋은 상품은 더 적극적으로 광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대행업체인 굿머니도 11월부터 TV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탤런트 안재모를 등장시켜 TV광고를 방송하고 있다.
이 업체는 1억8천만원을 주고 안재모와 1년간 전속모델 계약을 맺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업계에서도 TV광고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대부사업자연합회 장태승 이사는 “대부분의 대부업체들이 벼룩시장에 광고나 내는 것이 고작이다.
벼룩시장은 신뢰성이 떨어져 광고효과가 높지 않다.
TV광고로 인지도가 높아지면 우량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부실률도 지금보다 훨씬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계 대부업체의 폭발적 성장세에 밀려 토종 대부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대부업법 시행으로 일본계 대부업체의 국내 진출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들은 뭔가 자구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태승 이사는 “일본계 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고객만 겨우 받아서는 살아 남을 수 없다”며 “우량 고객 확보를 위해 정면대결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치열한 고객 확보전에서 TV광고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나마 ‘정면대결’이 가능하려면 국내 업체간 인수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작업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
국내 대부업체 중 거액의 TV광고 비용을 조달할 수 있을 만한 여력을 갖춘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상태로 대부업체의 TV광고가 전면 허용된다면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일본계 업체가 더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계 대부업체인 프로그레스 관계자는 “당장은 TV광고 계획이 없지만 앞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에서는 이미 일반 은행들과 대등한 수준까지 TV광고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제3금융권으로 합법화된 이상 TV광고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대부업법의 제정으로 대부업체의 TV광고를 막는 1차적 법률적 제한은 완전히 사라졌다.
금융감독원 비제도금융조사팀 김병기 조사역은 “TV광고는 업체들이 상업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경고문구 등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의무 표시 사항만 준수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서민들의 가계자금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정서적 거부감’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금은 ‘가계대출 대란’ 우려 등으로 오히려 더 많은 광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광고 심의다.
TV광고를 하려면 반드시 심의기구의 사전심사를 받아야 한다.
방송위원회 산하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는 “내부규정상 그동안 사채업체의 광고를 허용하지 않았다.
대부업법 시행으로 사정이 바뀐 것은 알고 있지만, 대부업체의 TV광고를 허용할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와 우리나라를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며 “일본은 대부업체의 대부 이자가 더 낮고, 관리 감독 체계도 잘 갖추고 있다”는 말을 던졌다.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당분간’ TV광고가 허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TV광고를 서두르는 대부업체들이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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