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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이름값하는 시행사 ‘헤쳐모여’
[비즈니스]이름값하는 시행사 ‘헤쳐모여’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3.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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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 빠지며 업계 구조조정 바람… 상품기획·자금조달 자력 갖춰야 생존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보이면서 ‘디벨로퍼’(Developer)를 표명하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아파트,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개발한 시행사만 300~5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부동산 개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꾸준히 개발사업을 벌이는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대부분은 부동산 호황에 편승해 ‘대박’을 노리고 뛰어든 업체들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개발 경험이 없더라도 좋은 부지만 확보하면 누구나 시행을 할 수 있고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입지만 괜찮으면 대형 시공업체를 잡을 수 있고 투자자들도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처럼 경기가 침체되면 한탕을 노리고 뛰어든 업체들은 활동이 뜸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체는 그만큼 분양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올해가 부동산 디벨로퍼의 옥석을 가리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좋은 부지만 잡으면 돈 번다’ 환상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사업기획부터 부지 확보, 자금 조달, 시공, 마케팅 등 개발 과정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록펠러, 도널드 트럼프, 미쓰이부동산 등 선진국 디벨로퍼들은 전체 개발 과정을 조율하면서 설계회사와 시공사를 선정한다.
건설업체인 시공사는 디벨로퍼의 통제를 받으며 단순 시공만 하는 하청업체에 불과하다.
국내 디벨로퍼 가운데 이러한 역할을 하는 업체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영세한 업체라서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건설업체의 브랜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건설회사의 지급 보증이 없으면 금융조달도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행사라고 불리는 디벨로퍼 회사들은 대형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나면 이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행사의 역할은 부지 확보와 각종 인허가를 처리하는 수준이며 그나마 일회성 개발사업을 벌이는 데 머물러 있다.
소비자들도 시행사가 어느 업체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국내에서도 상품기획, 금융 조달, 마케팅 등 디벨로퍼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업체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신영과 도시와사람이다.
두 업체는 시공업체의 브랜드가 아닌 자신의 브랜드로 매년 꾸준히 주택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다른 시행사와는 달리 시공업체의 지급보증 없이도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있다.
때문에 시공사에 끌려다니지 않으면서 자신의 상품기획 의도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신영은 분양대행사에서 디벨로퍼로 성장한 업체다.
처음으로 벌인 사업은 1997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인 ‘시그마Ⅱ’였다.
시그마Ⅱ는 8층짜리 4개동 1094가구였는데, 오피스텔을 여러 동으로 나누어 1천가구 이상 짓는다는 것에 대해 외부의 시각은 회의적이었다.
사업부지도 분당 신도시 고속도로변 외곽이어서 건설업체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버려진 땅을 유럽형 오피스텔로 개발해 분양에 성공했다.
시그마Ⅱ의 성공은 신영이 실력있는 시행사로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됐다.
이후 99년에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로얄팰리스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10년 만에 분당에 새 아파트가 나온다’는 마케팅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로얄팰리스 하우스빌, 서울 서초구 서초동 신영체르니, 용인시 죽전지구의 프로방스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확고한 위치를 다졌다.
신영은 지금까지 십수개의 사업을 벌인 대표적 디벨로퍼로 꼽힌다.
신영은 올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예상됨에도 오히려 경영목표를 공격적으로 잡았다.
매출액 목표는 지난해 2300억원(추정치)에서 150% 증가한 3500억원이다.
지난해에 부지를 확보한 용인시 동백 프로방스(아파트 590세대), 수원 송죽동 로얄팰리스(주상복합 740세대), 논현-PJT(오피스텔 170세대)를 공급할 계획이며 추가로 3~4개의 개발사업을 계획중이다.
신영·도시와사람, 주택개발 왕성 대교그룹 계열사인 ‘도시와사람’은 2000년 7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주상복합아파트인 ‘미켈란쉐르빌’을 시작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대교그룹은 건설사업부문에 시공사인 건설알포메와 부동산 자산관리 회사인 더디앤애스를 거느리고 있다.
도시와사람은 건설사업의 두뇌에 해당하는 상품기획, 자금 조달, 마케팅 등을 담당한다.
이 회사는 이후 강남구 삼성동에서 미켈란107과 미켈란147을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그밖에도 벤처 빌딩인 인텔리지, 오피스텔인 모스를 선보이며 매년 1~2개의 개발사업을 수행했다.
도시와사람은 올해 더욱 왕성하게 개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시와사람 김한옥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과열됐던 지난해보다 올해가 오히려 사업하기는 더 편하다”고 밝혔다.
2001년 하반기부터 시행사들이 난립해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는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시와사람은 올해 5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고급 아파트 67가구를 일반 분양할 예정이다.
또한 실버타운, 복합유통센터 등을 조성하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김한옥 대표는 “지지난해와 지난해에 난립했던 시행사들이 올해는 교통정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이 나빠지면 상품기획력이 부족한 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사업기획, 마케팅, 자금 조달, 사후 자산관리 등 부동산 개발의 모든 과정을 수행할 수 없는 디벨로퍼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부동산 경기침체는 신영이나 도시와사람 같은 디벨로퍼 업체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두 업체는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자들이 많은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 사업이 주력이다.
지난해 과열 양상을 보였던 주상복합아파트는 올 들어 거품이 급속히 꺼지고 있다.
더구나 오피스텔은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에 대해 신영 최상규 부장은 “앞으로 입지조건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게 공급하느냐에 따라 상품가치가 두드러진 차이를 보일 것”이라며 “상품기획 능력이 뛰어난 업체는 불황에도 버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신영은 지난해 11월 종로구 수송동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건너편에 로얄팰리스 스위트 486가구를 분양하면서 호텔형 주거시설인 ‘서비스드 레지던스’를 도입한 바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청소, 세탁, 비즈니스 센터, 컨퍼런스 룸, 룸 서비스 등 호텔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취사까지 가능한 새로운 주거시설이다.
또한 올해 3월에 분양하는 ‘동백프로방스’는 입주자의 조망권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부채꼴 모양으로 각 동을 배치해 거의 모든 세대가 근린공원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도시와사람도 차별화된 상품기획으로 불황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도시와사람은 지난해 11월에 독신 직장인이나 미혼자 등 싱글족 전용 오피스텔인 ‘모스’(MOS)를 선보인 바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모스는 기존 주거공간에서 등한시했던 문화의 개념을 도입, 단절된 주거공간이 아니 싱글만의 독특한 문화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로와 한양대 앞에서 동시에 분양한 모스는 가구와 가전이 포함된 오피스텔로 전용면적은 5~8평 정도다.
도시와사람 김한옥 대표는 “이제는 부지만 확보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며 “좋은 땅도 확보해야 하지만, 차별화된 품질과 좋은 서비스, 치밀한 사후관리를 제공하지 않는 디벨로퍼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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