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시절의 정치인 노무현 후원회장이었던 사람이 2002년 8월에 자신 소유의 토지를 일단 팔았다가 대통령 당선 이후 계약을 파기하고 더 비싼 값으로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는 것이 보도된 의혹의 줄거리다.
토지의 가격은 토지의 생산성에 따라 변동한다는 것이 고전 경제학의 원리지만 수십년내 우리나라의 토지 투자는 그런 것과 무관하고 개발 전망이 결정적 동기로 작용했다.
지하철역이 들어선다던가, 아파트 건설지역으로 지정되는 것 같은 것이 대표적 경우인데 ‘용인 땅’은 실버타운으로 개발하려 했다는 것이다.
강파른 산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녹지 훼손 및 도로 건설과 관련된 규제가 완화되어야 함은 물론 지목 변경을 포함한 행정상의 조처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지방 행정기관의 여러 가지 인허가를 따낼 자신이 설 때 비로소 토지 매매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험부담이 적지 않은 투자, 아니 투기에 가까운 것이 문제의 땅 매매였다.
신축 아파트의 전매를 불허할 정도로 새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방침이 확고하였다면 용인 땅을 판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양쪽 모두 공공적 입장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이야기다.
국민의 이목이 집중한 것은 용인 땅을 판 사람이 대통령이 된 정치인의 후원회장이었던 까닭이다.
나 자신이 1996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개혁신당’의 깃발 아래 서울 근교에서 출마했던 가까운 친구(해직 언론인)의 후원회장을 지낸 적이 있다.
그때 경험으로는 후원회장이 대중적 인기를 지닌 스포츠 혹은 연예 스타가 아닌 한 피후원자를 돕는 길은 선거에 필요한 자금을 조금씩이나마 많은 사람들로부터 거두어주는 것이 유일한 길이었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인지 나의 친구는 2만8천여표를 얻고도 3위로 낙선했다.
당선은 4선의 여당의원, 2위는 부산 부호의 아들인데 둘 다 돈을 마구 뿌렸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만약 국회의원 입후보자의 후원회장이 아니고 대통령 후보의 후원회장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입후보(정당공천)-선거 자금(공천 헌금) 조달-조달된 자금에 대한 보상(반대 급부)이라는 악순환이 지난 반세기 동안 이 나라를 어지럽혀온 정치풍토였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돈을 가장 적게 들이고 당선한 경우가 노무현 후보라는 것은 야당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기성체제에 식상한 국민 저변의 정치적 열망 이외에 젊은 유권자층을 파고든 인터넷의 쌍방향 의견교환 루트가 가세한 결과였다.
더구나 ‘노사모’와 같은 도시락 싸들고 다니는 자원봉사 그룹과 ‘희망 돼지 저금통’의 아이디어는 지난날 그 누구도 꿈꾸지 못한 노무현 후보쪽의 강점이었다.
그런데 노사모와 희망 돼지가 선거법 위반으로 소추되었다는 사실은 무엇인가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상 읽기에 바쁘던 나에게 한달 전 뜻하지 않게 중앙선거관리위원이라는 일거리가 생겼다.
‘세상 읽기’를 잠시 멈추고 더 좋은 세상 만들기에 힘을 보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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