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일부터 18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선 8개 종목이 회사자금 피횡령설과 자금악화설로, 3개 종목이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거래정지 조처를 받았다.
거래소시장은 ‘지배구조 개선통’을 앓는다.
투자자 압력이 거세지자 SK그룹은 중핵기업인 (주)SK의 사외이사 비중을 70%로 높이기로 한 데 이어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 경영진에서 오너 일가가 동반 퇴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은 불법대선자금 제공 혐의로 수사 중인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의 이사 재선임, 삼성카드 지원문제로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LG카드에 대한 지원이 걸린 LG전선,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장도 설전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그러나 2월19일 미래에셋증권 회의실에서 열린 기업 투명성 평가 좌담회에서 참여 인사들은 이 모든 것이 기업 투명성 개선과정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신호라는 확신을 보였다.
투명성 강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인 만큼 기업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는 얘기다.
이날 좌담회에는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 양세정 KT&G경영관리본부장, 장범식 숭실대 교수가 참가했다.
사회는 최우성 편집장이 봤다.
**사진 밑 멘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 “삼성전자는 순이익이 인텔과 비슷한 규모인데도 시가총액이 3분의 1에도 못미친다.
불투명한 한국의 기업환경 탓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인텔에 버금가게 하려면 개별 기업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양세정 KT&G 경영관리본부장 “투자자들도 단기적인 주가 상승, 급속한 성장보다는 기업 가치를 보는 쪽으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가 변하면 기업도 그런 쪽으로 IR할 것이다.
투자자가 바뀌어야 기업이 바뀐다.
”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기업 투명성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내가 사는 주식의 회사가 경영을 어떻게 했었고, 경영성과를 어떻게 발표했는가 하는 부분이 불투명하다면 투자자들이 그 기업에 제대로 투자하겠는가? ” 최우성 을 비롯해 많은 언론과 정부, 기관, 연구자들이 최근 기업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이런 분위기가 부담스럽지 않은가? 양세정 투명성이 강조되는 것이 경영 입장에선 오히려 기업을 도와주는 것 같다.
회계 투명성이 강조되면 기업들이 분식회계의 덫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예전에는 어쩔 수 없이 했던 기업들, 경영자들도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 차츰 벗어날 기회를 얻게 된다.
예컨대 올해 회계 기준이 강화되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분식 회계 부분을 싹 사면해 주고 앞으로 하지 말자, 하니까 기업들은 그동안 쌓인 부분을 처리하고 새로 회계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사회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맞춰지면 기업들도 크게 자극을 받을 것이다.
장범식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제도적인 것은 많이 갖춰졌다.
정부가 감사위원회, 사외이사제도, 주주제안제, 집중투표제, 공정공시제 등 많은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집단소송제는 투명성과 관련해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젠 기업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도가 미비해서 최근 들어 기업의 선거비자금 제공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나라에 벤처기업만 해도 8천~1만여개가 있다.
이런 작은 기업까지 정부가 제도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투명성을 강조하기는 어렵다.
제도를 통한 강제적인 접근보다는 기업 스스로 자발적으로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현만 이런 것을 가지고 비교해 주면 좋을 것 같다.
2003년 순이익이 삼성전자가 51억달러, 인텔이 53억달러였다.
그런데 2003년 시가총액은 삼성전자가 637억달러, 인텔이 2230억달러로 마감했다.
흔히 삼성전자 본사를 뉴욕으로 옮기면 이렇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우리 환경, 즉 SK글로벌 분식 회계 같은 사태를 일으키는 불투명한 기업환경 속에 삼성전자가 있기 때문에 주가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인텔에 버금가게 하려면 개별 기업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우성 투명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기업정보가 많이 공개되면 기업들이 겪을 수 있는 반작용은 없는가? 적대적 M&A라든가…. 최현만 최근 일어나는 적대적 M&A와 관련해선 산업의 역사를 이해한 뒤에 봐야 한다.
기업 성장이 지속되면 오너가 팔고 싶어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고, 기술가와 자본가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순간도 온다.
기업이 탄생해 10~20년쯤 지나고 증자도 하게 되면 소유구조의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해 적대적 M&A시장이 열린다.
기업이 투명해 누구한테나 소유정보를 공개하게 되면 적대적 M&A를 더 잘 방어하는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더 자극하는 쪽으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해당 기업의 소유구조가 한계에 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투명성을 높이는 요인과 적대적 M&A를 일으키는 요인이 같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기업 투명성을 높이다 보면 결국은 적대적 M&A 방어기제가 더 강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장범식 기업 투명성 강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기업의 주식을 누가 사주는가? 투자자 입장에서 보자. 내가 사는 주식의 회사가 경영을 어떻게 했었고, 경영성과를 어떻게 발표했는가 하는 부분이 불투명하다면 투자자들이 그 기업에 제대로 투자하겠는가? 최우성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한다고, 국가가 제도를 만들어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투자자 측면에서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는 없겠는가? 장범식 중요한 지적이다.
선진국의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 가장 크게 기여한 제도가 사실은 소송이었다.
1966년 미국 연방민사소송제도(FRCP Rule23)에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서 경영 의사결정의 결과에 대한 부실표시, 즉 회계 공시가 잘못되었다 하면 비슷한 처지의 투자자들이 바로 소송을 통해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한국에선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형태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제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서 민간 투자자가 나서게 된다.
문제는 민간 소송에 의해 해결하면 기업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은 정부의 간섭을 계속 받을 것인가, 민간 소송을 받을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섰다.
소송 만능주의자는 아니지만 앞으로 민간의 사적인 견제는 기업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최우성 의 기업 투명성 조사 결과 투명성 점수가 평균 이상인 기업들은 지난 1년간 주가가 시장 평균보다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봐야 하나? 최현만 당연한 결과다.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는 투명한 기업의 주가가 유리하게 형성되는 구조로 바뀌어 나갈 것이다.
외국 선례를 보면 GE가 2001년 사업 실적에 대해 소극적으로 공시했을 때 2002년 1월에 당월 주가가 15%나 떨어졌다.
실적은 좋았지만 투명성 확보, 적극적 공시에 힘쓰지 않아 투자자로부터 외면당한 것이다.
타이코란 기업도 금융 서비스, 보안, 전자, 헬스케어 등 4개로 기업 분할을 추진하면서 기업전략의 전면적 수정을 공개하지 않다가 2002년 2월에 그 내용을 발표하자 주가가 60% 폭락했다.
이런 외국 사례를 보건대 우리 나라도 적극적으로 투명성 강화를 계도해야 한다.
장범식 지난해 코스닥 기업의 투명도를 연구했는데, 제한적이긴 했지만 투명도가 높을수록 주가 변동성이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나왔다.
또 코스닥 기업 가운데 투명성 지수가 높을수록 투자수익률도 비교적 좋다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현만 99년 LG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것인데, 부실 회계로 인해 한정의견을 받은 기업의 주가하락률이 처음엔 3% 정도 떨어졌다가 주총 이후엔 14%까지 떨어졌다는 통계치가 있다.
2002년 봄에 증권선물위원회가 99년과 2000년 결산재무제표에 대한 감리 실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발표 당일 12개 해당 기업이 평균 7.3%의 주가하락률을 보였다.
시가총액은 2천억원이 하락했다.
부실 회계에 대한 투자자의 반응이 점점 냉혹해지고 있다.
최우성 국내 투자자들은 단기투자 성향이 강하다.
투자자들이 과연 투명성을 보고 기업에 투자할까? 최현만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시장이 많이 달라졌다.
외환위기 이전엔 자산시장이 주식, 채권 투자만 해도 일반 투자자는 “하면 되는구나” 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증권과 현물 사이에 파생상품이 많이 생겨 외환위기 전에 일반 투자자들이 경험했던 환경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단기투자로 얻는 수익률도 별로 높지 않다.
이제는 장기적 시장, 간접 시장으로 가야 한다.
지식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예전보다 더 복잡해진 시장에 뛰어들면서 아직도 옛 기억에 연연해 변동성 투자, 단기 투자를 하는 한, 시장의 질은 좋아질 수 없다.
경영자나 기업가한테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일반 소액 투자자한테도 문제가 있다.
소액 투자자들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장범식 사실 투명도와 기업 실적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 학계의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를 가져올 계기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투명성은 대기업뿐 아니라 소기업에도 공히 적용되는 문제다.
코스닥에선 개인 투자자 비중이 거의 90%를 이른다.
코스닥에서 2003년에 54회의 공시 위반 사례가 있었는데, 그 중엔 최대주주들이 회사자금을 이사회 승인 없이 쓴 사례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투자자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선별해서 투자해야 한다.
최우성 기업IR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보면 어떠한가? 양세정 전적으로 동의한다.
투자자들도 단기적인 주가상승, 급속한 성장보다는 기업 가치를 보는 쪽으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가 변하면 기업도 그런 쪽으로 IR할 것이다.
투자자가 바뀌어야 기업이 바뀐다.
최우성 고배당을 강조하는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장범식 배당은 기업의 고유한 정책사항이다.
우리 기업이 대부분 성장기업이라는 점, 외국인 투자자가 40%를 넘어서는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배당 압력에 대해선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최현만 주주 중심의 영미식 기업지배 구조에 대해 많이 말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유럽, 일본처럼 주로 이해 당사자 중심으로 기업활동을 했다.
정부의 보호 아래서 그랬던 측면이 강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갑자기 주주 중심으로 지나치게 몰고 가버리면 안 된다.
기업가가 경영을 위해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현금 집행계획을 유보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이해 당사자 중심주의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일련의 기업전략에서 배당을 해야지 주주가 압력을 준다고 배당을 높이면 아르헨티나처럼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최우성 기업 입장에서 보면 어떠한가? 양세정 배당은 기업이 갖고 있는 전략과 특성에 따라 각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선택할 문제다.
주주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것도 기업의 고유정책이다.
일반적으로 똑같이 적용할 수 없는 문제다.
장범식 요즘 기업들이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업의 대선 비자금 관련 검찰 조사도 투명성 개선의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주주의 귀중한 자산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최우성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오늘 말씀을 토대로 앞으로 좋은 조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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