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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지역 밀착형 금융기관 만들어야”
[기획시리즈]“지역 밀착형 금융기관 만들어야”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5.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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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은행이바뀌어야경제가산다④

<글싣는순서>
1.프롤로그/은행의배신
2.수익을얻는곳에서투자대출을
(미국의지역재투자법)
3.중소은행과중소기업을함께키운다
(미국의중소기업육성책)
4.에필로그/좌담회


이회수&lt;Economy21&gt;에서그동안지역,중소기업,저소득자의금융소외문제를많이다뤄왔다.
외환위기이후금융소외가사회,경제양극화를심화시키고있지않은가하는문제제기였다.
1998년에노벨경제학상을수상한아마티아센은<자유로서의발전>에서경제,사회발전의핵심이인간의발전을도모하는것이며여기서발전이란인간의실질적자유를확장시키는과정이라고말했다.
특히그는현대금융자본주의사회에서경제적자유와관련한문제에대해금융을이용할수있는권리,금융접근권이경제적권리의핵심이라고봤다.
여기서배제되거나소외된다는것은산업자본주의사회에서실업을당하는사회경제적고통과마찬가지로심각한문제라는것이다.
금융의역할에대해먼저말씀을듣고싶다.


이회수(사회) | 사회책임투자센터(준) 준비위원장 겸 투기자본감시센터 운영위원.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들이 만들어져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할 정부부처가 따로 없다. 은행은 100% 국내 영업이다. 국내 공동체가 살아야 은행도 지속가능하게 발전한다.
조병선 신체에 비유했을 때 한마디로 금융은 혈액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피가 돌지 않으면 사람이 생존할 수 없는 것처럼 경제사회에서도 금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경제활동이 마비되고 어려워지지 않는가. 외환위기 사태 때 돈이 돌지 않는 신용 경색이 나타났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이 도산했다.
금융이 제 기능을 발휘하여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국민경제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조병선 | 기은경제연구소장 겸 건국대 겸임교수 “금융소외 문제는 금융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 은행은 은행 고유의 역할을 잘하도록 하고 다른 분야는 벤처캐피털, 지역금융 시스템, 거기서 안 되는 것은 사회정책적 지원으로 해소해야 한다.”
김용기 슘페터의 말을 인용해서 말하자면 자본주의 발전의 요체는 기업가 정신과 함께 은행의 선도적 투자 역할이다.
은행은 개인 투자자에 비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은행이 어디에다 신용을 공급하게 되면 그것이 신호가 되어 사회 자금이 모여든다.
일종의 신호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정한 산업, 특정한 기업을 선정해서 투자하는 역할, 이러한 선도적 투자자의 역할을 은행에서 기대할 수 있다.
김용기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은행이 계속 공익보다 사익을 먼저 내세운다면 세금 부과 등 사회적 대처방법이 필요하다. 영국은 은행이 과도한 이익을 올리자 횡재세를 물렸다. 거둬들인 세금은 고용을 늘리는 데 썼다.”
이회수 실제로 금융을 이용하는 중소기업 당사자는 어떻게 보는가? 최용관 12년 동안 사업하면서 은행이 선도적 역할을 한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은행 지점에서 기업 신용을 평가해 대출해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기업대출 대부분은 담보나 보증인을 요구받는다.
심지어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증서를 받아 은행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신보, 기보에서 실제로 담보, 보증인을 요구한다.
또 은행에선 대출받을 때 그 액수만큼 보험이나 적금에 들게 한다.
1억원짜리 대기업 어음을 할인받으려면 8%의 수수료를 떼고도 1억원짜리 적금에 가입해야 한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은 시중 은행 이용을 포기하게 된다.
자금 조달 컨설팅업체들을 통하면 신보, 기보의 보증서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이건 수수료가 15%에 이른다.
컨설팅업체들의 e메일을 하루에도 수십통 받는데 주변 중소기업가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곳을 끼면 실제로 은행대출을 받을 수 있단다.
그런 업체들은 은행이나 신보, 기보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운영한다.
다음에 갈 수 있는 곳은 상호저축은행인데, 여기는 이자가 연 30%에 이른다.
너무 비싸 쓸 수가 없다.
최용관 | 와우프리 대표이사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임을 분담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은 정부가 정책자금을 배정해도 은행은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김용기 컨설팅업체를 통해 어떻게 대출이 되는가? 최용관 서류, 인맥을 만들어준다.
정 급하면 그것을 이용하게 된다.
이런 대출을 받으면 급한 돈을 메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게 금융 사고를 일으킨다.
조병선 금융 서비스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요즘 은행 지점장들의 주요 업무가 우량 기업에 찾아가 자기 은행 대출을 써달라고 사정하는 것이다.
우량기업이 자금에 여유가 생겨 대출금을 갚으려고 하면 지점장은 갚지 말아달라고 한다.
반면 지금 최 사장이 말하는 기업들은 경영실적이 좋지 않다든가, 담보가 없다든가, 신용이 높지 않은 곳일 것 같은데, 이런 기업들은 은행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제공할 수 있는 물적 담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담보를 요구해 대출하는 일도 이제 어려워질 것이다.
앞으로 선도은행은 기업 신용을 잘 평가하고 신용에 맞는 이자를 매기면서 신용대출을 확대하는 곳이 될 것이다.
김용기 이건 어려운 문제다.
중소기업도 2가지로 분류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창의적 정신을 가지는 곳과 시장에서 취직이 어려워 자영업을 하게 된 곳. 후자는 사회경제적으로 기여도는 높지 않다.
이들의 문제는 금융만으로 해결하기는 곤란하다.
교육, 사회안전망, 재교육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회수 외환위기 이후 금융의 구조조정을 지렛대로 재벌 대기업, 공공부문, 노사관계, 지역까지 구조조정이 확대됐다.
그 과정에서 금융의 사회경제적 역할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조병선 외환위기 이후 은행은 공익성보다는 수익성 추구 경향이 강해졌다.
과거엔 은행은 자본을 조달해서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문에 자금을 배분하는 중개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고 국민도, 감독당국도, 은행도 생각했다.
외환위기 이후엔 은행도 적정 수익을 내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었고 이것이 실제로 현실화됐다.
글로벌화 뒤 많은 은행들이 예전보다 적정 수익을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게 됐고 감독당국도 그런 것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면서 금융분야에서 시장 기능이 활발하게 작동하게 되었고, 그 결과 금융소외가 더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용기 금융 구조조정 이후 상당히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은행의 선도적 투자자로서의 역할이라는 것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은행이 영미식 금융의 겉모습만 모방해 가지고 오면서 안전 투자와 단기적인 유동성 추구를 선진금융 기법인 양 받들고 있다.
사실 영미식 선진금융 기법이란 산업에 대한 이해, 특정한 기업이 가진 인적 자원,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에서 출발한다.
1996, 97년엔 제조업 기업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들에서 34~35% 정도 설비투자 재원을 조달했는데 이젠 그 비중이 10~12%로 떨어질 정도로 은행의 역할이 줄었다.
기업 영속적 가치가 있는데도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은행은 이 위기를 건너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영국, 미국에서도 은행이 하는 역할이다.
그런 역할을 외환위기 이후 일부 은행들은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만 미루며 국민경제의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가 되었다.
이회수 설립 목적상 중소기업이나 지역경제 등과 관련하여 금융소외 해소에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는데, 최근 현황이 어떤가? 조병선 중소기업을 전담하는 특수은행으로서 기업은행은 요즘 더 그러한 기능이 강조된다.
국민경제 발전에서 중소기업 발전이 중요한데 일반 상업은행이 수익성을 강조하다 보니 돈이 안 되는 대출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들이 중소기업 금융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긴 하지만 일부 우량 기업 중심으로 한다.
소규모, 영세기업, 또 리스크는 크지만 국민경제적 효과가 큰 기술 개발 기업이나 장기 설비자금 분야에 대한 대출은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기업은행이 이 분야에서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 대출액 순증의 70%를 담당했다.
이회수 외환위기 전엔 새마을금고, 신협, 상호저축은행 등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들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유지하는 활동을 했는데 금융 구조조정 이후엔 강원, 충청권처럼 아예 지역 은행이 없어진 지역까지 생겼다.
지역경제에 금융 구조조정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 조병선 외환위기 전에 10개에 달하던 지방 은행 가운데 지금 독자적 법인으로 남은 곳은 부산, 대구, 전북은행 3군데뿐이다.
경남, 광주, 제주은행은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됐고 나머지는 다른 은행에 피합병됐다.
은행 점포도 수익성이 나지 않는 지방점포 중심으로 폐쇄돼 외환위기 전에 7300여개이던 것이 6400여개로 많이 줄었다.
지역 소재 소규모 중소기업들에 자금 공급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협 등 서민금융기관도 203개에서 130개로 감소했다.
이들은 예전엔 지방에서의 예금과 대출 비중이 높았는데 이젠 수도권에서의 금융활동 비중이 더 높아졌다.
지방 소재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주던 공급 주체가 많이 사라지면서 지방 중소기업의 금융소외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기업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금융상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이 수도권보다 지방에 많았다.
김용기 97년 말에 중소기업의 여신한도가 102조원이었는데 2003년 225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양적으로는 많이 늘었다.
그런데 문제는 늘어나던 추세에서 2003년 3월 이후 급격하게 퇴조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여신을 갑자기 줄인 것이다.
기업, 개인 등 행위자는 기본적으로 환경에 대응하도록 되어 있는데 도덕적 해이, 과도하게 위험한 사업행위를 해도 되는 환경을 조성했다가 그 다음에는 기업의 옥석 여부 구분 없이 다 어려움을 겪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은행들은 신용카드, 소호와 중소기업, 개인대출 3개 부문 모두 버블을 일으키며 키우다가 경기 위축이 우려되자 마구 줄이면서 최소 한도의 유동성까지 마르게 했다.
은행도 수익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미명, 선진금융 기업이라는 미명 아래 실제 위험 분석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로 위험관리, 유동성만 강조했다.
이런 소떼 행위(Herd behavior)를 국민은행 등 선도 은행들이 했다.
이회수 이런 부분에 대한 법 제도, 정책적 보완 대책은? 김용기 금융주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금융은 한 나라 국민경제에 있어 그 나라 국민의 번영에 긴밀하게 관계된다.
WTO체제의 ‘서비스에 관한 일반협정’(GATS)에서도 국민경제 안정의 목적에서 각 나라의 금융당국이 금융에 새로운 규제를 추가하더라고 문제가 없도록 했다.
그만큼 금융이 각 나라 고유의 문제라는 것은 모든 나라에서 인정한다.
이론과 달리 현실에선 금융시장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시장 실패가 나타난다.
그래서 금융 관련해선 어느 나라든 개입한다.
조병선 독일, 미국 등 외국엔 지역에 바탕을 두고 건전하게 성장해 온 소규모 지역 금융기관이 많이 존재한다.
금융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거의 파괴되다시피 한 지역금융 시스템을 복원하는 정책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또 시중 은행이 지방 중소기업에 대출을 확대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은행의 총액한도 대출 가운데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실적을 기준으로 은행에 배정하는 C2자금을 확대하는 방법도 그 중 하나이다.
각 시도에 설립된 14개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소재지 소영세기업에 보증을 원활히 하도록 정책적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용관 지역신용보증재단을 보면 중소기업이 실제 신용을 일으킬 수 있는 대출 금액이 너무 적다.
중소기업 운용자금은 시설투자든, 뭐든 억 단위의 돈이 필요한데 지역신보재단에서 보증하는 단위는 3천만~5천만원이다.
그래서 주로 소기업 장사하는 사람들, 식당 하는 사람들이 이용한다.
지역신보재단을 활성화한다 해도 제조업, 중소기업은 이용 못한다.
그렇다고 은행에 중소기업 대출 자금을 많이 배정하면 은행이 신용으로 대출해 주나? 절대 안 한다.
대출금을 안전하게 회수해야 한다면서 공장부지든 아파트든 담보나, 회사 이사나 친척 등 보증인을 엮는다.
이회수 금융권의 공공성은 중요하다.
공적자금이 157조원이나 투입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런데 금융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 기업과 산업에 대해 리서치하고 신용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누가 만들어야 하는가? 정부도, 금융기관도, 협회들도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용기 은행이 계속 공익보다 사익을 먼저 내세운다면 세금 부과 등 사회적 대처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지난해 8조원 은행 수익 중 대부분 예대금리차, 수수료 수입 등 규제의 보호 안에서 얻은 이익이다.
은행이 올리는 부가가치는 제조기업들과 달리 국내 자금을 끌어모아 생기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지난해 바클레이드은행 등 시중 은행이 많은 이득을 올리자 횡재세(Windfall Tax)를 물리자는 얘기가 나온도 있다.
영국 횡재세는 자유주의 정권인 대처 수상 때부터 시작됐다.
81년 지오프리 하오 재무부 장관은 당시 은행 이익이 다른 산업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상승하자 은행 예대금리차의 일정 부분, 예를 들어 시장 평균보다 낮은 이자를 주는 저금리 예금에 대해 2.5%의 횡재세를 부과해 우리돈으로 7500억원을 거둬들였다.
영국 정부는 이 돈을 장기 실업자, 청년 실업자를 교육하는 등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 썼다.
레이건 정부, 블레어 정부에서도 법 규제로 신규 경쟁자의 진입이 제한된 영역에서 이익을 얻는 산업은 과도한 이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으로 세금을 거둬들였다.
외국에선 많은 학자들이 은행, 통신 같은 산업에서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은 국민경제에 주는 영향이 크며 이들이 과도하게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정부, 학자들엔 좌우가 따로 없었다.
이회수 금융의 역할과 관련해 중요한 지적이다.
우리도 법 제도, 사회통념상 정당한 경제활동을 통해 벌었다고 보지 않으면 상속세, 증여세, 부동산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은가. 조병선 개인적으로 은행이 적정 수익은 창출해야 하지만 과도한 수익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은행은 리스크를 더 적극적으로 부담하면서 중소기업과 은행이 함께 성장해 나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부실채권이 많아지는 것을 은행이 감당할 수 있을까? 또 민영화된 은행에 그 역할을 요구할 수 있을까? 이미 외국인이 투자한 은행에선 그것이 어렵다는 것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대출을 몇 조원 단위로 줄인 은행들은 대부분 외국 자본이 경영에 참여하거나 지배하는 곳이었다.
반면 기업은행, 농협 등 토종 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크게 늘렸다.
은행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리스크가 큰 분야에 대해서는 정책 자금 등 다른 부분으로 자금 공급을 하되 시중 은행도 은행의 기본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최용관 은행-기업의 윈-윈을 말씀하셨는데, 그것을 하려면 산업을 아는 사람들이 신용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보, 신보, 은행에서 다 신용평가를 받아봤는데 실제 신용평가를 하는 사람들은, 금융은 알아도 산업은 잘 모른다.
또 기업과 금융 간 신용은 거래관계에서 대출원리금 상환, 할인 진행, 적금 등 금융 거래를 통해 평가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것조차도 제대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없다.
결국 사람이 문제다.
신용을 평가할 능력이 안 되니까 책임지지 않으려고 담보를 요구하고, 대출이 필요 없는 기업에 지점장이 가서 대출받아 달라고 하는 것이다.
어떤 중소기업은 연 매출 100억원에 이익이 3억~4억원이 나도 대출을 받지 못했다.
지점들은 신용평가를 못한다.
신용평가 시스템을 만들면 전 은행 지점으로 확산할 수 있는가? 기보, 신보도 전혀 산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런 시스템에선 절대 신용대출이 일어날 수 없다.
김용기 자금 회수를 제1목표로 삼아선 중소기업에 자금을 대기 어렵다.
누군가 중소기업 입장에서 돕는 중간자가 필요하다.
시스타이노베이션앤그로스라는 공공기관이 있는데 이 기관은 기술, 사업 아이디어가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자금을 회수하려는 입장에서 중소기업을 보면 아이디어만, 기술만 가진 업체에 누가 돈을 주겠는가. 그러나 이런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지 못하면 중소기업이 혁신을 일으킬 기회가 사라진다.
역할이 비어 있는 부분에 대해 공공부문이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병선 유사한 사례를 봤다.
독일 통일 후 옛 동독 지역 지원에 대한 주요 정책이 중소기업 창업 촉진이었는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관련 지역 공무원, 회계사, 세무사, 은행원, 법률가 등 전문가 집단이 모여 기업이 창업해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었다.
김용기 핀란드에선 지역공공기관이 퇴직한 기업가들을 조직해 중소기업에 무료 컨설팅을 제공한다.
조병선 그렇게 지원하면 은행,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는 자기 고객을 미리 확보할 수 있어서 좋고 공무원은 고용 창출, 세금 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금융소외 문제는 금융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공급 주체가 선진국일수록 다양하다.
은행은 은행 고유의 역할을 잘하도록 하고 다른 분야는 엔젤 투자자, 창업투자회사 등 벤처캐피털, 지역금융 시스템, 거기서 안 되는 것은 사회정책적 지원으로 해소해야 한다.
이회수 신자유주의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에서도 금융기관이 지역사회, 시민사회, 학교와 공동으로 지역사회를 개발하고 고무하는 시스템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지역 개발전략을 한국에서 추진하려면 어떤 전략들이 필요한가? 김용기 가장 자유주의적이고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미국에서도 은행의 사회적 기여를 높이려는 지역재투자법(CRA) 같은 제도가 존재한다.
지역재투자법의 핵심은 은행에 허가를 내준 그 지역경제의 발전에 은행이 기여하라는 것이다.
클리블랜드의 경우 해당 지역 중소기업에 18%만 대출하는 은행이 40%를 대출하는 은행을 합병하려고 들었을 때 금융당국이 그것을 불허한 경우도 있다.
이회수 한국에 적용 가능할까? 김용기 미국의 한 주(state)는 우리나라의 국민경제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우리 은행들은 은행에 국민경제 차원에서 은행면허를 준다.
따라서 지역경제보다는 국민경제 기여도를 검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병선 우리나라에도 과거 지역재투자법과 유사하게 금융기관이 지역에서 자금을 조달한 경우엔 그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을 당해 지역에 공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이 정신을 되살리고 남아 있는 지역금융기관을 건실하게 키우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지역금융에선 관계금융이 가장 핵심이다.
시중 은행들이 재무제표로 볼 수 없는 신뢰를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통해서 쌓아나가는 영세 소기업, 지방의 금융소외를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다.
이회수 중요한 문제다.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들이 만들어져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할 정부부처가 따로 없다.
청와대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동북아시대위원회,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를 만들어 각각 역할을 하고 있는데 지역, 중소기업의 금융소외에 대한 의제 연구부문은 비어 있다.
은행은 100% 국내 영업이다.
국내 공동체가 살아야 은행도 지속가능하게 발전한다.
어떤 정책이 더 필요할까? 최용관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임을 분담하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정책자금을 배정하더라도 은행은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역할밖에는 하지 않는다.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실질적으로는 중소기업, 특히 기업가 개인이 책임을 진다.
그러다 보니 시중 은행에선 신용등급을 10단계로 나눈다면 기업가는 무조건 9등급이라는 말까지 한다.
조병선 다른 나라 정책 자금의 경우 리스크 분담이 잘되어 있다.
정부쪽에서 리스크를 많이 진다.
최용관 우리도 정부가 일정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의 경우 리스크를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다 안지 않는다.
책임의 일정 부분만 진다.
우리나라에선 그래서 대표이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신용평가 시스템 개발과 함께 정부가 기업대출의 책임을 어느 정도 져줘야 기업가 정신이 살아날 수 있다.
그러면 은행도 더 편하게 대출해 줄 수 있다.
김용기 은행이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2가지다.
첫째, 크레딧뷰로(CB)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정보 기반이 없다.
또 산업, 기업에 대한 은행의 분석 능력이 부족하다.
독일 등 유럽 국가의 경우도 그렇지만 이 능력은 은행이 지속적으로 관계금융을 해야 높일 수 있다.
중소기업 혁신이라는 것도 중소기업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조병선 기업은행도 일반 중소기업용, 소기업용, 소호용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또 기업은행, 신보, 기보 등 몇 개 기관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중소기업CB도 곧 업무를 개시할 예정이다.
중기CB가 만들어지면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업무가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
중소기업인들에게도 자기 신용관리를 평소에 잘하라고 권하고 싶다.
신용대출을 하려면 기업의 재무상태, 성장성, 경영자의 경영 능력이나 도덕성을 보는데 대개의 영세 소기업이 회계 장부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재무관리도 어떻게 하면 세금을 적게 내냐에 맞춰져 있다.
이회수 앞으론 정부는 물론이고 금융, 대기업 등 국민경제를 선도하는 쪽에서 중소기업, 지역사회, 시민사회단체 등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금융소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해야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lt;Economy21&gt;의 이번 기획시리즈가 중소기업, 지역금융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로 채택되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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