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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불확실성에 내맡겨진 세계 경제
[특별기고]불확실성에 내맡겨진 세계 경제
  • 장보형와이즈인포넷수석연구원
  • 승인 2005.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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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3월22일미연준은금리를0.25%포인트인상했다.
시장은인플레이션에대한부정적평가에무게를뒀다.
그린스펀의장의입장변화에대한관심도덩달아높아지는분위기다.
이글은최근금융시장에나타나고있는움직임을,지난해이후한동안이어지던추세가올해들어서서히반전되는큰흐름이라는보다넓은틀속에서이해해야한다는메시지를담고있다.
그린스펀의장과시장사이의커뮤니케이션메커니즘이야말로그흐름한가운데놓여있는가장중요한변수라는게필자의생각이다.


“그린스펀이기침을하면미국은독감에걸리고,세계는사스에걸린다.
”우스갯소리가아니다.
실제로올들어벌어지고있는국제금융시장의일대파란이이를웅변하고있다.


지난2월,미의회에서행한증언을통해앨런그린스펀연준의장은장기금리의‘이상저공비행’에주목하며,“수수께끼”라는평가를내린바있다.
이런소식이전해지자,지난해6월이후연준의거듭된기준금리인상에도불구하고오히려하향안정세를보이던미장기국채수익률이급등세로돌아섰다.
그충격은국제금융시장전반에도몰아쳤다.
전세계적인초저금리기조에서수혜를누려왔던신흥시장국채나투기등급위주의이른바하이일드채권수익률이폭등한것이다.


이런가운데3월중순무렵부터는연초강한랠리로기대를불러일으키던세계주요증시가일제히부진에빠졌다.
대신이과정에서안전도피심리가기승을부리면서,막대한쌍둥이적자의하중에시달리던달러화가반등세로돌아섰다.
국제금융시장전반이동요하는가운데결국엔미국만큼안전한곳은없다는인식이다시부상한것이다.
이로인해역설적으로미국의장기금리상승세가다시주춤해진모습을보이기도한다.
반면,그간고공행진을거듭하며심각한우려를자아내던유가나상품가격등은반락하고있다.


이런일련의움직임은지난해이후올해초까지계속됐던추세를되돌리는것이다.
물론국제금융시장의기류반전에는미국의인플레이션압력이나세계최대자동차업체GM의신용등급이투기등급으로강등될수있다는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경고도어느정도영향을미쳤다.
특히GM충격은이른바‘글로벌신용버블’붕괴의발화점으로간주되기도한다.
하지만이런문제들은정작“새삼스런”재료다.
GM에관한얘기는벌써수개월된쟁점이었고,유가급등과정에서인플레이션에대한경고음역시이미지속적으로울려왔다.
바로그린스펀의경고이후시장의‘리스크인식’자체가달라졌다는점이핵심이다.


그린스펀의수사법과리스크프리미엄부활

오래전부터그린스펀은화려한수사법으로숱하게시장을당혹스럽게만들었다.
그단적인예가지난1996년의“비이성적과열”(irrationalexuberance)파문이다.
과열양상으로치닫던주식시장의행태를경계하며그가던진발언의여파로인해세계증시는일제히폭락한바있다.
연준의공세적인대응을경계한때문이다.
지난2월의“수수께끼”(conundrum)발언도마찬가지다.
시장에서는역시공세적인금리인상의신호탄으로간주했다.
“단기금리는아직도낮고”,“지금의채권가격은단기적인일탈”이라는그의지적에주목한탓이다.


3월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성명서에대한반응도마찬가지다.
특히시장은이번에인플레이션평가가달라진점에주목하며,연준마저이제‘인플레안테나’를올리고있다고해석했다.
물론그간점진적인금리인상의보증으로간주돼온‘measured’라는단어는이번성명서에서도유지됐지만,이표현을삭제할경우발생할시장충격을의식한때문으로풀이된다.
하지만연준의이같은태도변화를오로지인플레이션위협에대한경계만으로환원하기는힘들다.
오히려지난해까지미국경제를압박해온디플레이션리스크가해소됐다는자평에다름아니라는쪽에주목할필요가있다.


여기서정작문제는이른바‘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전략이라는미명아래그간연준이나그린스펀스스로가조장해온시장과의불장난이다.
이를집약하는단어가바로‘measured’다.
이말한마디에시장은연준이시장충격없이당분간매번0.25%포인트씩의점진적인금리인상에머물것이며,따라서시장충격은없을것이라는믿음에빠져들었다.


그럼에도이과정에서언제부터인가연준의운신폭은되레제약받아온게사실이다.
시장의지나친신뢰로인해,그와충돌했을때의파장이그만큼커진때문이다.
따라서연준내부적으로과도한커뮤니케이션전략에따른시장기대의고착화를경계하는목소리가차츰확산돼왔다.
이에그린스펀이칼을뽑아들었다.
“글로벌채권시장의이상행태”와관련해,아시아의‘달러화리사이클링’(dollarrecycling)등제반설명요인들을일축하고,“수수께끼”라고역설했던것이다.
‘세계경제의마에스트로’로추앙받는그조차이해할수없는이런‘수수께끼’는결국‘불확실성’변수를환기시킨다.


금융시장에서는이런불확실성을(계량가능한)리스크라는개념으로소화한다.
사실그린스펀은“수익률곡선의단순수학”을동원해해법을도모하기도했지만,역부족이었다.
결국장기금리를현재의단기금리와미래기대단기금리의가중평균으로설명하는식외에뭔가다른변수가필요하다.
금융이론에따르면,채권수익률은기대수익률에다‘리스크프리미엄’(riskpremium)을얹은것이다.
리스크프리미엄에는최근GM충격에서드러난‘디폴트프리미엄’,혹은인플레이션압력과결부된‘인플레이션프리미엄’외에도,미래의불확실성과결부된‘유동성프리미엄’이있다.
지금문제가되는것이바로이런리스크프리미엄이다.


결국그린스펀이‘수수께끼’라는표현을통해의도했던것은정작자신이부여했던‘확실성’의자리에불확실성을대체시키려는것이라고할수있다.
사실그간장기금리의저공비행,나아가리스크스프레드의이례적인축소는바로이런확실성에기반해왔다.
이로인해시장리스크인식이실종혹은억압된것이다.
그러나바로그리스크프리미엄이부활하면서그기조가서서히반전되고있다.
따라서지금은사소한충격에도시장민감성이증폭되고있는형국이다.


그린스펀의불확실한승산

이런불확실성에대한환기를통해그린스펀은일단정책유연성혹은재량의여지를도모하고있는셈이다.
하지만이는공세적인긴축으로의선회가아니다.
시장기대에구속되지않는다양한선택의여지를남겨둔것일뿐이다.
나아가시장에대한적극적인개입,즉‘장기금리정상화’도주요한목표다.
정리하자면,리스크프리미엄을부활시켜시장을정상화시키겠다는얘기다

그간시장의관심은줄곧50여년이래최저수준으로떨어졌던‘기준금리의정상화’에집중돼왔다.
이른바‘중립금리’를둘러싼논쟁이그예이다.
물론여기서도확실성인식의도움으로시장은안도할수있었다.
그러나이제그린스펀이시장혹은장기금리를직접적인공략대상으로삼으면서사정은근본적으로달라지고있다.
특히그가염두에두고있는것은바로1990년대버블의교훈이다.
‘비이성적과열’에대한사전진화에나섰던그는아시아금융위기나LTCM붕괴를맞아발을뺄수밖에없었고,결국사상초유의버블을방치하고만경험을안고있다.


하지만이제그린스펀은다시새로운버블리스크를경계하며,시장의“무절제”와“자기만족”에대해경종을울리고있다.
특히내년초퇴임을앞둔그로서는미국사상가장뛰어난연준의장으로평가받는자신의업적을자칫무위로돌릴지도모를이런위험을의식하지않을수없었을것이다.
그러나여기에서도맹점은남는다.
연준의막강한파워나위상에도불구하고,정작장기금리혹은시장금리라는게연준의통제력을벗어난대상이기때문이다.
이제남은건시장과의‘불장난’이재점화된것뿐이다.
하지만,이번에도역시시장의과도한신뢰는문제가된다.


사실최근국제금융시장의교란을주도하고있는장본인은투기세력들이다.
흔히들주목하는‘달러화캐리트레이드’(dollarcarry-trade)의청산은투기적압력의해소,혹은시장정상화와는거리가멀다.
오히려연준이라는구원투수에기댄‘자산의로테이션’일뿐이다.
그리고불확실성은투기의주무대다.
시장을겨냥한그린스펀의모험역시결국이런불확실성에내맡겨진꼴이다.
‘포스트그린스펀’시대를앞두고정책실패가능성이다시부상하고있는건바로이런배경에서다.
아마도그불똥은한국을비롯해국제금융시장전반에막대한파장을초래할지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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