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1-22 17:29 (금)
[이슈추적]꿈의 플랜, BTL이 사기극에 휘말린 이유
[이슈추적]꿈의 플랜, BTL이 사기극에 휘말린 이유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5.04.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미교포토마스리.46살.그는지난해9월제주골프텔건설,동두천미군기지및오대산개발에필요한수백억원의외자를유치해주겠다면서모벤처기업대표로부터1억5천만원을받았다.
그가부동산업자등6명으로부터가로챈돈은모두합해11억원.서울지방경찰청은4월21일이씨를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사기·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유가증권위조및행사·사문서위조및행사등의혐의로구속했다.


이씨가돈을뜯어낸명목중엔올해정부가시행에들어간BTL,즉건설-소유권이전-임대사업에대한외자유치건도들어있었다.
<파이낸셜뉴스>가4월21일보도한바에따르면,그는지난3월기획예산처강당에서열린BTL투자사업설명회장에서국내중견건설업체임원들에게외자를유치해주겠다며접근해1천억원투자자금대출에대한선이자조로20억원의자금을업체관계자들에게요구했다.
그러나어느업체가그에게속아돈을넘겼는지는아직확인되지않고있다.


사실,이씨의모습은자금에목마르지않은사람까지도속을만큼번듯해보였다.
그가대표로있던뉴잉글랜드펀드코리아홈페이지www.nefk.com에가보면그와그의회사에대한설명이영문과국문으로아직도‘멀쩡’하게실려있다.
모대기업과유명건설관리업체는그의회사와업무제휴를맺었고,심지어한대학의여교수는사교클럽에서만난그가유부남인줄도모르고지난3월결혼식을올렸다.
이정도로완벽하게주변인들을속인사람이라면대규모자금이필요한업체사장들이속아넘어가지않을수없었을것이다.


정부,“2007년까지23조원시장열려”

여기서우리가궁금하게여겨야할부분은온갖전문가,경영인들을속인이씨의사기노하우가아니라이씨가노렸던‘시장’이다.
희대의사기꾼이나타나는곳에는희대의시장이있다.
BTL사업은정부,복지단체,국내자본에게‘꿈의플랜’으로꼽힌다.
정부는국가적으로긴요한데재정확보가늦어서비스가지연되고있는교육,복지시설을BTL로조기확충할수있다.
복지단체는예전처럼부지확보를하고정부와지자체의예산을따는과정을거치지않고도좋은시설을갖출수있게됐다.
국내자본은국고채투자보다높은수익자산을장기적으로확보할수있다.
이런장점덕에영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에서BTL은성공적으로자리잡았다.
기획예산처는한국에서도BTL시장규모가2007년까지3년동안23조원이상으로늘어날것이라고전망한다.


이렇게정부와민간의기대속에출발한BTL사업이어떻게첫성공사례를제대로만들어내기도전에사기극에휘말린걸까?여기엔결정적이고,근본적인원인이있다.
BTL에참여하고자하는민간주체도많고정부도그들의참여를원하는데,돈이원하는대로흘러들어가지않고있다는사실이다.


먼저BTL이무엇인지살펴보자.BTL은특히돈이한꺼번에많이들어가는공공사업을시행할때유용하다.
우리가공장을운영하고자할때고가장비를리스로들여와쓰는것과원리가비슷하다.
BTL을통해정부는공공시설을민간으로부터리스받아쓰는것이다.


비용절감효과도크다.
영국회계감사원은2000년실시한15개민자사업이정부가직접실시한사업보다20%의비용절감효과를올렸다고발표했다.
기획예산처는“민간의창의적인아이디어와경영기법을공공부문에도입하여정부주도에따른비능률을제거할수있다”고설명한다.


BTL은수익성이낮아민간자금이흘러들기어려운공공사업을시행하는데에유용하다.
기존의BTO,건설-소유권이전-운영(Build-Transfer-Operate)방식은수익성이높아투자비회수와수익창출이용이한사업에라야적용할수있기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기존에실시한BTO도천안~논산간고속도로,우면산터널등통행료징수를통해투자비를회수할수있는사업들이었다.


이에비해학교,복지시설등은통상정부가무상서비스를제공하고있는분야로서민자사업으로할경우사용료를거둬들이기가어렵다.
한기획예산처직원은“이렇게수익성이낮은공공사업은정부가직접재정으로투자비를보전시켜주어야하기때문에최종수요자가정부”라며“그래서정부가임대료를지급하여투자비를보전하게되는BTL방식이도입된것”이라고말했다.


수익성이낮은사업에도돈이흘러갈까?그건돈의성격마다다르다.
생명보험사등장기자금을운용해야하는투자자들에겐정부가30여년간원리금상환을약속해주는BTL에대한투자가매력적으로보일수있다.
시중금리보다높은플러스알파수익률을꾸준히낼수있기때문이다.
기획예산처는“현재시중에여유자금이풍부해은행,보험사들이높은관심을가지고투자준비를하고있다”며“증권사중에선개인투자자자금을모아BTL에투자하는인프라펀드설립을추진하는곳도있다”고전한다.


반면공제회등가입자에게일정수준이상의수익률을내줘야하는자금들은참여에난색을보인다.
위험대비수익률이낮다는것이다.
김희석국민연금대체투자팀장은“비슷한위험구조를가진SOC사업과비교해보면BTL투자의수익률은SOC투자보다0.7%정도낮은것으로분석된다”고말한다.
SOC사업의투자수익률은선순위채권이5~6%,후순위채권이8~12%,자본금이14~16%에이른다.
정부가장기간일정수익을보장한다는것외에는수익률로보나,위험구조로보나수익성을높이고자하는민간자본이참여하기에는이점이많지않은셈이다.


가장저항이거센곳은지방의중소건설업체들이다.
건설협회강원도회가20일연정기총회에서일부임원들은“BTL로강원도에2∼3개민간투자사업자만들어와사업을해도기존관급공사물량이격감할것”이라며“자본금을500억원이상확보할수있는업체만참여할수있는현행BTL제도로는지방중소건설업체의참여가사실상봉쇄된다”고우려했다.
이에대해한중견건설관리업체간부는“입찰에한번참여하려면수억원이드는데중소업체가참여했다가떨어지면타격을크게받을것”이라고지적했다.


이에기획예산처의한관계자는“건설사외에도운영사,은행등다른참여자가출자할수있고,일부재무적투자자가출자금전액을부담하는형태도나타날수있을것”이라고말한다.
그는“출자자본금은민간사업자가건설·운영상의위험을부담하는‘최소한의’책임성을나타내는담보장치로봐야한다”면서도최저자기자본비율을낮추는방안에대해서는“시장환경을보아검토해보겠다”고밝혔다.
실제로기획예산처는BTL사업자선정시지방중소업체들의출자비율이높은컨소시엄에가산점을주는등몇가지보안책을마련해발표하기도했다.


중소업체정보부족,금융기관미온적

그럼에도민간참여자들의비판이끊이지않는데에대해전문가들은중소업체등민간참여희망자들의정보부족,위험을선호하지않는금융기관의태도가복합적으로작용해정책에대한반발을높이고있다고분석한다.
국토연구원에서SOC를10여년간연구하다가BTL사업발굴개발사를차린송병록코프라대표는“금융기관이초기자금을대면중소건설업체도참여할수있겠지만대형건설사와충분히손잡고일할수있는금융기관으로선굳이그런위험을질필요가없다”고분석한다.


게다가입찰탈락위험을지고사업에뛰어든중소업체들은이런대형사업에대한정보도,참여해본경험도없어서다양한주체사이에서발생하는회계,법률,재무적인복잡한문제를앞에두고불안을느낄수밖에없다.
송대표는“수주만하던중소업체들이선투자를해야사업권을얻을수있다는데에서느끼는불안감도클것”이라고덧붙였다.
중소업체사장들이BTL설명회장에서처음만난토마스리에게별의심없이홀딱넘어간데에는이런배경이있었던것이다.


설사중소건설사들이돈을마련해BTL에뛰어든다고해도문화,복지,교육서비스를높이는쪽으로창의성을발휘할수있을까?아동보육시설건립을추진하고있는최용관코리아SPC설립준비위원회준비위원은“민간자본은이익을극대화할수있어야투자하는데,BTL은그렇게할수없는사업을추진하면서자본의창의성을요구한다는모순이있다”고말한다.
BTL사업이당초정부의의도대로민간의창의성을흡수하려면수익성보다는공공성에관심이높은민간영역,즉복지재단등비영리민간법인의참여를높이는방안을강구해야한다는것이다.
최위원은“현재의BTL사업자선정기준을보면창의성높은쪽보다는서류작성능력이높은쪽이사업권을따낼가능성이높다”며“이런상황에서는대형건설사들이굳이비영리민간법인과함께일할필요를느끼지못할것”이라고덧붙였다.


해법은자금,사회책임성심어야

결국해법은‘돈’에있다.
투자자금이충분치못한중소기업이나비영리재단에도출자등투자를해줄만한자금이있다면이들도BTL사업에서자신의역량을발휘할기회를얻을수있다.
시장원리가득세한세상에서도이런‘돈’은정책으로만들어낼수있다.


가령미국엔시중은행이한지역에서예적금으로거둬들인돈의일정부분을그지역에투융자해야한다는‘지역재투자’법이있다.
지역재투자법에정한기준을충족시키지못한은행은지점개설,다른은행과의인수합병에불이익을당한다.
수익성때문이아니라정부정책때문에미국의은행들은BTL방식의지역개발사업,주민복지사업에적극적으로뛰어들고있는것이다.
이과정에서뱅크오브아메리카같은은행처럼지역재투자법,BTL제도를적극활용해거꾸로수익을극대화시키는곳도생겨났다.


한국에서도자금의‘사회책임성’을높일만한논리는얼마든지있다.
한국에는100%단일자본이지배하는비상장시중은행이있고,공적자금이투입된금융기관,공적자금회수를앞둔기업들이있다.
이런‘돈’에‘사회성’을심어주는것은우리국민,우리정부가할일이다.
미국국민이금융기관의횡포에맞서지역재투자법을제정하고,영국대처정부가금융기관이국내에서거둔과다이익을‘횡재세’로되돌려받은것처럼말이다.
BTL에 관한 주요 문답
- BTL이란? 건설-소유권 이전-임대(Build-Transfer-Lease)의 줄임말이다.
민간이 공공시설을 지어 시설 운영 등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투자원리금을 회수하는 투자방식을 뜻한다.
- 기존에 정부가 하던 BTO와는 무엇이 다른가? 그것은 건설-소유권 이전-운영(Build-Transfer-Operate) 방식이다.
민간이 시설을 건설하고 소유권을 정부에 이전한 뒤 시설을 운영하면서 시설 이용자로부터 사용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한다.
민자고속도로, 항만, 철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정부가 사전에 정해진 임대료를 지급하는 BTL과는 달리 BTO는 통행량 등에 따른 운영실적에 따라 민간사업자의 영업 수익이 달라진다.
-BTL 대상 사업은? 민간투자법에 정한 44개 시설(표1 참조)로, 정부 즉 사업주무관청이 민자사업으로 지정한 사업으로 제한된다.
- 사업자는 어떻게 선정되는가? 주무관청이 먼저 단위사업을 선정하고 공개경쟁 절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각 사업신청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담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평가해서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고, 사업자-주무관청간 실시협약을 체결한 뒤 타인 자본을 조달하여 착공에 들어가게 된다.
- 사업 신청자로서 사업을 제안할 수 있는 자격은? 사업자는 계획·설계-건설-자금조달-시설운영 등을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 각 분야에서 각기 전문성과 사업 경험을 구비한 건설사, 금융기관, 운영사 등이면 모두 사업 신청을 할 수 있다.
- 주무관청이란? 해당 사회 기반시설사업의 업무를 관장하는 행정기관의 장을 뜻한다.
가령 국립미술관사업이라면 문화관광부가, 시립미술관이라면 지자체가 된다.
통상 국고 보조가 수반되는 교육, 문화, 복지, 환경시설 등은 지자체가 주무관청이 되고, 중앙부처는 국고보조 등을 통해 지원하게 된다.
-2005 년 BTL 대상 사업이 아니면 올해엔 사업을 신청할 수 없는가? 올해 협약 체결이 가능한 사업은 이미 대상 사업 선정 완료된 상태이다(표2 참조).
[정부가 민간투자를 허용하고 있는 시설 종류(자료 : 기획예산처) ] 구분/시설 종전 35개 시설/도로, 철도, 도시철도, 항만, 공항, 다목적댐, 수도, 하수종말처리시설, 하천부속물, 어항시설, 폐기물처리시설, 전기통신설비, 전원설비, 가스공급시설, 집단에너지시설 정보통신망, 유통단지, 화물터미널, 여객자동차터미널, 관광단지, 노외주차장, 도시공원, 폐수종말처리시설, 분뇨처리시설, 축산폐수공공처리시설, 재활용시설, 생활체육시설, 청소년수련시설,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국제회의시설, 지능형 교통체계, 지리정보체계, 초고속통신망, 과학관, 철도시설 2005년1월 민간투자법 개정으로 추가된 9개 시설/학교시설, 군 주거시설, 공공임대주택, 아동보육시설, 노인요양시설, 보건의료시설, 문화시설, 자연휴양림, 수목원 [BTL 연차별 투자유치 협약 계획](자료 : 기획예산처, 단위 : 억원) 사업명/합계/2005년/2006년/2007년 초중등 노후학교 개축(798개교)/2754천㎡, 33250/5955/13620/13675 초중등학교 신축/755개교, 80496/18223/38091/24182 초중등학교 체육관 및 강당/713개교, 14015/5685/4436/3894 특수학교 신축/15개교, 1741/492/385/864 국립대 기숙사 신축/25개교, 5974/4000/1974/- 군인아파트/1만8천세대, 17700/6130/5910/5660 사병내무반(시범사업)/10개대, 640/640/-/- 노후 하수관거 정비/8824㎞, 56140/10000/23070/23070 기능대학시설(기숙사,공학관) 확충/11개동, 627/398/229/- 문예회관 신축/30개소, 6000/2000/2000/2000 도서관 신축/23개소, 2700/500/1100/1100 박물관, 미술관 신축/12개소, 3000/1000/1000/1000 노인의료복지시설/9개소, 264/190/75/- 재가노인복지시설/3개소, 32/32/-/- 일반철도(경전선 마산-진주, 전라선 익산-신리)/56㎞, 11629/4358/7271/- 총 계/234208/59602/99161/7544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