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내세우는FTA추진전망을살펴보면,우선그엄청난속도에놀라게된다.
통상교섭본부의발표에따르면,우리나라는오는2007년까지50개나라와장기적인FTA협상을추진하고,이가운데최소15개국과FTA타결을목표로하고있다.
그러나이처럼적극적으로FTA를추진하려는분주한움직임속에서도,정작앞으로우리나라의경제권구상에서근간이되어야할아시아경제협력체구상에대한장기적인로드맵은마련되어있지않은게현실이다.
특히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경제협력,혹은FTA체결을바라보는우리의입장또한사정은마찬가지이다.
현재우리나라는아세안과는경제발전수준이현격하게차이가난다는이유를들어중국이나일본과의경제협력이나FTA체결을아세안과의경우에비해우선적으로추진하고있다.
한·중,한·일혹은한·중·일3국으로이루어진동북아FTA를전략적중심에세워놓은다음,아세안에대해서는부차적인관심만을기울이고있을뿐이다.
아세안과의경제협력에대한우리의관심은기껏해야중국이아세안시장을장악하는것을대비한다는차원에머물러있을뿐이다.
즉중국이아세안과의FTA를전략적으로추진해나감에따라아세안에서중국상품의관세인하효과로인해우리상품의가격경쟁력이약화되고그결과수출이감소되는,이른바무역전환효과를두려워하고있는것이다.
다른한편으로우리나라는아세안과의FTA를통해산업구조조정을도모하려는생각도갖고있다.
한·일FTA가추진되면서일본이자본·기술집약적산업에특화하는반면,상대적으로부품산업이취약한우리나라는노동집약적산업에치중하게되어일본의하위경제파트너로재편될것이라는우려가커지고있다.
바로이러한우려에대한대처방안으로우리보다산업구조가뒤처져있는아세안과의경제협력을강화해우리의자본·기술집약적산업을발전시키자는주장이제기되고있다.
일종의산업구조조정을위한보완전략의차원에서아세안과의FTA가논의되고있는셈이다.
EC와NAFTA,두가지사례에서얻는교훈
하지만중국과일본이라는두강대국과함께동아시아FTA,혹은동아시아경제협력을강화하기위해서는보다적극적이고장기적인전략에근거해FTA를추진하여야한다.
경제통합,혹은FTA추진과관련해선다음과같은2가지사례를되짚어볼필요가있다.
그하나는초기유럽공동체(EC)설립과정에서나타난바와같이동등한국가간의수평적인경제권확대이고,다른하나는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예에서보이듯,1국주도에의한경제권확대이다.
유럽공동체설립과정에서동등한경제세력간의수평적인경제권확대가이루어졌다는것은서독,프랑스,이탈리아3국이인구및경제규모상으로엇비슷한규모라는사실뿐아니라그가운데중재자의역할을수행했던베네룩스3국이3국관세동맹에기초해자신들보다규모가훨씬큰서독,프랑스,이탈리아와상대적으로동등한입장에서또하나의주도세력을형성한채경제권의확대가이루어졌다는사실에근거한것이다.
이와는달리,NAFTA의예에서는미국의주도적인역할아래캐나다와멕시코를포괄하는경제권확대라는형태로FTA가진행되었다.
킨들버거의논의를빌려본다면,NAFTA내에서미국은확실하게경제적주도권(economicsupremacy)을행사하고있으며,만약에미국의경제적주도권이실제로타국에긍정적으로기능하게될경우이론적으로는역내의‘공공재’기능을수행할수있을것이다.
하지만1국에의한경제적주도권은현실적으로는1국의경제적이익을위해역내타국들을일방적으로희생시키거나,혹은일방적희생은아니라하더라도적어도그들이원치않는방향으로경제구조를재편하는결과를가져올수있다.
그렇다면,만일1국에의한경제적주도권의행사가아니라2국에의해경제적주도권이행사된다면어떻게될것인가?이처럼독점모델이과점모델로전환되는경우에도,우리는유사한분석을해낼수있다.
이런경우에도앞서언급한대로역내강대국의경제적주도권이‘공공재’로서기능하는것은다소이상적인차원에머물공산이크다.
소수강대국에의해유지되는협력체제에서는현실적으로‘공공재’가아니라이른바‘클럽재’(clubgoods)의형태로,소수강대국이서로간에이익을나눠가지게될가능성이크다.
예컨대1970년대석유위기당시석유소비국들간에이루어진,이른바‘긴급석유공유체제’(emergencyoilsharingsystem)를위한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EnergyAgency)가과점적국제협력체제의정형에속한다.
이협력체제는에너지위기의극복이라는,석유소비국모두를위한공공의목적에의해만들어졌으나,대다수의약소국들은그혜택을누릴수없었다.
이런논리는동북아FTA의경우에도그대로적용될수있다.
우리나라가한·중,한·일혹은한·중·일3국으로이루어진동북아FTA를추진한다면,우리나라의경우동등한경제력을가진국가들사이의수평적인경제협력보다는강대국의주도적인영향력아래에서경제협력이이루어질가능성이크다.
이렇게되면,우리나라역시원치않던방향의구조조정을겪은캐나다나멕시코와같은위치로전락할가능성이높다.
캐나다의경우,자유무역지대가만들어지자종전의미국기업으로부터의직접투자는무역으로대체되어크게감소됐다.
FTA에대한일반이론에서알려져있듯이,현지시장에서의생산,판매를주된목적으로하는수평적FDI의경우는하나의중간생산단계구성을위한수직적FDI의경우와는달리FTA의성립에의해관세인하가이루어지면무역으로대체되는결과를가져온다.
마찬가지로일본도지금은우리나라에관세장벽(평균관세율7.9%)을회피하는수단(tariffjumping)으로직접투자를행하고있지만,자유무역이이루어지면자국에서직접생산하고이를수출하는형태를띨것이다.
멕시코의경우도마찬가지다.
NAFTA의발효(1994년1월1일)는외환위기에서벗어나는데에큰도움을주었지만FTA이후10년에걸쳐실업률이증가했다.
미국에인접한공업지역인마킬라도라지역의생산증가효과가여타지역으로확산되는후방효과가발견되지않는등,산업구조조정과정에서의부정적효과또한무시할수없는형편이다.
이쯤에서우리는아세안과의FTA에비해동북아에서의FTA를우선적으로중시하는전략이과연올바른것일까되묻지않을수없다.
이글에서는어느국가혹은국가들과먼저FTA를체결해야하는가라는‘순서’의문제를논하려는게아니다.
다만우리가어떠한상대방과더심도깊은경제적파트너십을형성하는것이전세계적인다자주의체제에서우리에게더나은선택이될것인가를살펴보고자하는게이글의관심이다.
먼저경제규모를생각해보자.한국의GDP규모는일본의10분의1,중국의2분의1수준에불과하고,인구에있어서도일본이중국의10분의1,우리는다시일본의3분의1수준에머무르고있는상태이다.
앞서언급한대로NAFTA와유사한방식으로우리에게불리한형태의경제권형성이가능하단얘기다.
ASEAN과대등한경제협력강화가능
반면에우리가아세안과전략적협력을추진한다면사정은달라진다.
이지역의인구는6억7천만명으로중국의절반,일본의5배에이르고,GDP규모로도중국과거의같은규모가되어단순히동북아국가끼리의FTA를추진하는것에비해세력의균형을이룰수있게된다.
유,불리를따질수없는수평적관계에서의대등한경제협력의강화가가능한셈이다.
이렇게볼때,동아시아경제협력의심화과정에서도중국과일본에의한과점적협력체제형태로동아시아경제공동체구상이진행될가능성을배제할수없다.
결국강대국만의과점에의한국제협력체제의주도권을국제적으로서로나눠갖는방안으로제시되는게다자주의와지역공동체설립이라고할때,동아시아내에서평등한지역공동체의설립을위해베네룩스3국의협력과유사한한·ASEAN간의협력을서둘러고민해야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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