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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빈곤퇴치전략으로서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세미나
[연중기획]‘빈곤퇴치전략으로서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세미나
  • 이경숙/객원기자
  • 승인 2005.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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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에겐 일자리를, 기업에겐 소비자를”


신자유주의자에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시장을 통한 빈곤 구제책이라고. 사회주의자에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생산 수단의 공동소유책이라고.

‘이것’에 대해 가난한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나를 신용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 그래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고맙다, 그러니 더 열심히 일해야지.”(신나는조합에서 300만원을 대출받은 해맑은소모임의 한 조합원)
‘이것’이란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 빈곤층 자활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을 말한다.
쉽게 말해 ‘돈이 궁한 사람에게 돈을 꿔주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너무나 당연한 개념이다.
돈은 돈이 없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우리가 이 단어에 낯선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우리는 소득이,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돈을 꿔주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궁한 사람에게도 돈을 꿀 기회를 주자고 UN은 2005년을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해로 삼았다.
2004년은 쌀의 해, 2003년은 물의 해였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쌀만큼, 물만큼 중요한 이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신나는조합’이 주최하고 씨티그룹과 보건복지부, KT가 후원한 ‘빈곤퇴치전략으로서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세미나는 그것을 알리기 위해 5월18일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는 방글라데시의 마이크로크레디트 ‘그라민트러스트’의 라티피 총재, 강명순 신나는조합 대표가 주제 강연을 하고 최우성 편집장, 박선오 한국씨티은행 홍보부장, 정준성 보건복지부 자활지원과 사무관, 오세경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토론을 벌였다.


라피티 그라민트러스트 총재는 빈곤 감소를 위해 마이크로크레디트 같은 소액금융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를 힘주어 말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공업화를 통해 전 세계에 부와 번영을 가져와 어떤 이는 전례 없는 번영을 누리고 있지만 아직도 지구상엔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12억명이나 있다”며 “경제 성장이 결국 극빈층까지 혜택을 줄 것이라는 믿음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으로 많은 인구가 이익을 얻었지만 동시에 많은 빈곤층은 비주류로 남고 있다는 것이다.


“빈곤 해소 최선책은 고용 기회 늘리는 것”

라피티 총재에 따르면 그라민은행은 방글라데시의 5만여개 마을, 435만가구에 평균 200달러의 대출을 제공해 10년 동안 그라민 회원가구의 절반이 빈곤선 이상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에 기여했다.
“최선의 빈곤 해소 방안은 빈곤층을 위한 고용 기회를 늘리는 것입니다.
자기 고용은 고용 창출의 가장 쉽고 신속한 방법이고요.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창업 지원으로 자기 고용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소득을 발생시킴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내도록 합니다.
” 그라민은행의 대출금 상환율은 98%로, 70%대인 기존 은행보다도 높다.


강명순 신나는조합 대표는 “빈곤층이 스스로 빈곤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전략적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곤 문제는 단지 저소득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는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빈곤의 빈도와 개선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빈곤을 소득 빈곤으로만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빈곤은 식량 등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소비 여력이 부족한 데에서도 일어납니다.
그래서 어떤 이가 빈곤의 상태로 접어드는 것을 방지하려면 지역사회가 기본적인 보건, 교육, 필수 서비스,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해 빈곤층 스스로 빈곤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강 대표가 제시한 빈곤 퇴치 전략은 크게 4가지다.
첫 번째로 빈민층에게 정치, 경제, 사회, 시민적 권리를 부장하고 보호해 주겠다는 정치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두 번째, 신용대출 등 금융 서비스 접근권을 주고 빈곤 탈출 기간 동안 주택이나 토지의 임대 기간을 보장해 주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 빈민층의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 보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네 번째, 중산층과 서민이 빈민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


토론은 이 중 두 번째 전략, 즉 빈곤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 접근권을 어떻게 제공하느냐로 집중됐다.
최우성 편집장은 “빈곤층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이들이 대출 등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면서 빈곤 탈출 기회를 잃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기존 금융기관이 마이크로크레디트에 참여할 때 인센티브를 주고 마이크로크레디트에 수신(예금 유치)을 허용하는 등 마이크로크레디트를 활성화시켜 빈곤층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선오 한국씨티은행 홍보부장은 “은행에는 예금자의 예금을 지키고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가 있어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마이크로크레디트의 방식으로 빈곤층에 접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층을 육성하는 데에 기업이 이바지해야 하는데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일자리를 창출해 빈곤계층이 소비행위를 하도록 돕는 유용한 제도”라며 기업들의 참여를 권유했다.
그는 또 “중국은 마이크로크레디트 도입한 것이 10년이 되었지만 빈곤층 구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며 “결국 마이크로크레디트라는 게 자본주의에 어울리는 빈곤 퇴치 전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측에서 참석한 정준성 보건복지부 자활지원과 사무관은 “정부가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 창업을 지원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생업자금대출 등 기존 저소득층 자활지원자금을 신나는조합, 사회연대은행 등 마이크로크레디트에 위탁해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층이 공동체를 형성해 창업을 할 경우 민간기관을 통해 지원하려 하고 있다고 정부 정책 방향을 전했다.


“교육 등 자활 기회 제공이 가장 중요”

어떤 이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우리한테도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상호저축은행처럼 저신용, 저소득 계층에 돈을 대출해 주는 기관이 있지 않냐”고. 오세경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은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대출자가 무슨 일을 하든, 어떻게 돈을 상환하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조합원, 대출자에게 일할 기회,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일반 금융회사와 다르다”고 설명한다.


강명순 대표는 30여년 전부터 신협 활동을 하다가 2000년 이후부터는 마이크로크레디트 활동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당시 신협의 이점이 알려지면서 새마을운동에 새마을금고가 접목되고 새마을금고가 급성장했어요. 그러면서 신협도 컸지만 이렇게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애초의 교육 기능, 주민운동 기능은 약화되었고 시중 은행처럼 되어버렸지요. 하지만 빈곤 퇴치를 위해선 비록 늦게 갈지라도 그라민은행과 같은 원칙을 절대적으로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은행이 1인 신용대출을 하는 데에 반해 그라민은행은 5인 공동체 신용대출, 공동체 자활 훈련, 대출 원리금의 매주 소액 상환, 매주 소액 저축을 원칙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대출자들은 생산수단, 자산을 가지면 근로소득 외에 이자, 교육 등 다른 소득,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다.
은행은 공동연대제로 인해 대출금 상환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것도 어려운데 여럿의 삶을 바꾸는 것이 쉬울 리 없다.
그래서 강 대표는 강조한다.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정신은 거북이처럼 천천히, 한 배에 탄 사람들이 다 함께 가는 것입니다.


**2005 세계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해 Economy21이 후원합니다[마이크로크레디트 피상담자들의 대출 요청 사유] (자료 : 신나는조합, 2005년 1월25일~5월4일, 3090건의 전화 상담 내용 분석) “카드빚 상환” 60% “사업 운영자금” 20% “월세, 자녀 학비, 병원비 등 생활비” 10% “창업자금” 10% [한국의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 현황](자료 : 신나는조합, 설립연도 순) 기관명/설립연도/설립목적/대출 및 상환방법/연락처 오이코크레딧/1975년/소액자활자금 대출을 통한 저개발국 지원(한국에선 후원금만 모집)/3~10년 분할상환, 연리 9%/02-3673-1212 신나는조합/2000년/절대 빈곤층에 소규모생업자금 신용대출/1인당 100만~500만원, 연리 4%, 원리금은 50~100주로 나눠 매주 상환/02-365-1976 사회연대은행/2002년/가난한 사람들의 탈빈곤을 위한 창업 지원/1인당 500만~5000만원, 6개월거치 30개월 상환/02-2274-9640 아름다운재단-희망가게/저소득모자가정세대의 자립 창업 지원/1인당 3천만원 내외, 연리 1%, 7년 상환/02-76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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