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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대담]이종희 대한항공 사장
[연재대담]이종희 대한항공 사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1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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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의 심층대담/10년 후 한국의 1등 기업 CEO를 만나다 ⑥ 지난 대담 ① 구학서 신세계 사장 ② 신헌철 SK 사장 ③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④ 차중근 유한양행 사장 ⑤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 김광수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이에 따라 국내외 여행 수요와 항공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산업으로서의 항공운수산업은 여전히 낯선 분야로 여겨진다.
항공운수산업은 다른 산업들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많이 갖고 있다.
비행기만 해도 한 대 가격이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보다도 비싼 초고가다.
그러다 보니 금리, 환율, 유가 등 외적인 환경 변화에 많이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
우선 항공운수산업의 특징을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이종희 요즘 새로 들여 오는 비행기의 가격은 1천5백억~2천억원 수준이다.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가 120대 정도되는데, 이걸 모두 자기 돈을 주고 사온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리스 형태로 빌려오든가 차관을 얻어 사와야 한다.
차관을 끌어 오면 보통 5년거치 10년 상환이 되는데, 고정금리도 있지만 변동금리인 경우에는 국제 금리의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름값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보유한 120대의 비행기가 1년에 12억 갤런의 기름을 사용한다.
한 해 기름값이 지지난해 1조원, 지난해 1조5천억원이었다.
이것이 올해는 2조원으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기름값으로만 지난해와 비교해 5천억원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5천억원은 바로 우리의 한 해 흑자 목표다.
다행이 원화강세로 2천억원가량의 부담을 덜기는 했다.
기름값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0%다.
기름값이 한 번 오르면 다른 것 해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다.
기름값이 뛰면서 항로 개선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현재 뉴욕으로 가려면 강릉으로 나가서 도쿄와 캄차카 반도로 넘어가는데, 북극으로 바로 넘어가는 직항로로 바꾸자는 것이다.
북한이 끼어 있어 돌아가야 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비행시간이 30분 절감된다.
돈으로 따지면 엄청난 액수다.
이런 식으로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의 영향을 너무 크게 받기 때문에 한계를 느낄 때도 많다.
몇 년 전엔 사스(SARS) 때문에 한 넉 달 놀았다.
(웃음) 비행기 120대를 갖고 4개월 놀면 등에 땀 난다.
요즘은 또 조류독감 때문에 걱정이다.
고객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항공사는 죽을 맛이다.
마케팅, 판매, 제휴, 모두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항공산업은 기본적으로 항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이 너무 많고, 그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김광수 수요측면에서 보면, 70년대 이후 세계 항공운송의 수요는 계속 증가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많은 부침도 겪었다.
최근에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브릭스(BRICs)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교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와 입지적으로도 가깝고, 경제 교류도 활발한 편인데, 향후 항공운송의 수요를 어떻게 전망하나. 이종희 팩스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앞으로 비싼 돈을 대며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 급격하게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왔다갔다 할 필요없이 간단하게 팩스로 보내면 끝나기 때문이다.
요즘 인터넷 화상통신의 발달로 다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여전히 비즈니스에서는 대면관계가 중요하다.
새로운 산업, 새로운 비즈니스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항공수요는 지금까지 계속 증가해 왔고, 앞으로도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비즈니스 항공 수요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 나가는 게 아닐까 싶다.
9·11 테러 이후 관광수요나 단거리 구간의 수요는 줄었지만 비즈니스 수요는 크게 줄지 않았다.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 나라들이 다 이 지역에 모여 있고, 성장 속도도 역시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향후 항공수요 역시 10% 이상 꾸준하게 성장해 나갈 것으로 본다.
김광수 항공운송산업은 안정적인 성장보다는 4~5년을 주기로 부침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76년에는 미국에 의해 항공규제 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었고, 저가 항공사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많은 기존 항공사들이 파산했다.
통계적으로 보면, 그동안 200개 항공사가 파산해 인수합병M&A)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부침이 심한 이유는 뭔가 이종희 항공산업의 부침은 대체로 경기 사이클과 일치한다.
경기가 좋을 때 항공사들이 왕창 뛰어들었다가 조금 나빠지면 쇠퇴된다.
수요가 절반으로 줄면 항공사의 반은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 조정 과정을 포함해 3~4년 정도 어렵다가, 일단 조정을 해 놓으면 전체 수급에 의해 한 4~5년 또 좋아지면서 다시 경쟁이 붙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70년대에 시작된 항공 규제 완화, 오픈 스카이(Open Sky) 정책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다.
처음에는 다 열어 놓으면 경쟁력인 있는 미국 항공사들이 훨씬 유리할 거라고 봤다.
지금도 정부가 나서서 지원을 못하도록 철저하게 견제하고 있다.
다 열어 놓고 싸워서 죽을 곳은 죽고, 살 곳은 살게 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
45년에 해방되면서 노선권도 미국에 모두 주었다.
그런데 규제를 다 풀고 막상 외국 항공사들과 경쟁을 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현재 태평양 노선에서 미국으로 바로 가는 항공사는 우리와 아시아나뿐이다.
미국 항공사들이 우리와 논스톱 경쟁에서 처진 것이다.
우리가 시장의 노하우를 갖고 있기 대문이다.
그런 점에서보면 오픈 스카이 정책이 우리의 체질을 강화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유럽 항공사들도 계속 미국을 괴롭히고 있다.
9·11 이후에는 미국 사람들이 비행기를 잘 안 탄다.
보안 검색을 하는데 ‘삑’ 소리가 한 번 나면 불려가서 옷을 다 벗어야 한다.
미국 사람들도 질색하고 차라리 3~4시간 운전을 한다.
또 테러의 대상 자체가 미국 항공사들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종업원 지주제로 유명한 기업이다.
노조가 51% 지분을 가진 대주주다.
그러다 보니 매년 임금을 올렸고, 다른 항공사들의 2배가 되었다.
결국 3년 전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올해 말까지는 살아 남아야 한는데, 기름값이 뛰녀서 자신이 없다고 하더라. 이뿐만 아니라 미국 항공사들이 전부 난리다.
김광수의 심층 대담 /이주노 기자
김광수 저가 항공사들의 부상 역시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저가 항공의 붐을 일으킨 원조라고 할 수 있다.
항공사의 인력구조를 보면, 비행기를 움직이는 인력, 지상 근무 인력 그리고 예약, 판매, 영업 인력으로 나뉘어 있다.
사우스웨스트는 이 가운데 비행기를 움직이는 인력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 보잉 737 단일기종 하나만 운항해 정비 원가를 크게 줄이고, 마케팅, 영업도 효율화했다.
그래서 한때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일본에서도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저가 항공사들이 몇몇 생겼지만, 벌써 문을 닫은 곳이 생겼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 국내선 시장이 충분히 크지만,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저가 항공사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만약 저가 항공사들이 경영난에 빠지면 어떻게 할건가. 누군가 인수하거나 국제선에 뛰어들게 해줘야 한는데, 중고 비행기 한두 대로 국제선을 운항한다는 게 조금 말이 안 된다.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 /이주노 기자
이종희 전세계 항공사들이 저가 항공사들의 공세에 떨고 있다.
이들의 공세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아시아만 해도 이미 여러 곳이 탄생했고, 인천공항에도 다 들어오고 있다.
올해 한성항공이 생겼고, 내년에는 제주항공이 운항에 들어간다.
기존 항공사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비효율적인 면에 대한 반성도 하고, 고민도 하게 한다.
하지만 저가 항공사들의 성공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항공업은 1대를 갖고 있든 100대를 갖고 있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게 너무 많다.
비행기만 한 대 들여온다고 되는 게 아니다.
조종사나 정비사, 승무원 모두 일정한 수준이 되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인건비를 크게 낮추기도 어렵다.
또 안전 운항 확보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비행기 1~2대를 움직이는 건 굉장한 비효율이 따른다.
중고 비행기도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새로 나오는 비행기들은 성능은 2배로 좋아진 반면 값은 절반 수준이다.
고장도 거의 나지 않는다.
수리비 등 전체 비용을 따지면 새 비행기를 사는 것이게 오히려 싸다고 할 수있다.
하지만 워낙 비싸기 때문에 저가 항공사들은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
국내 항공시장 역시 포화상태다.
지난번 아시아나 파업때 25일 동안 제주를 제외한 내륙 노선에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운항했다.
그때 좌석 점유율이 85%이었다.
그동안 1개 업체가 해도 되는 걸 2개 업체가 해왔고, 이제는 4개 업체가 뛰어들어 해야 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굉장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국내선 요금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서도 싸다.
킬로미터 당 운임이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아무리 비용을 줄인다고 해도 여기서 30~40%를 할인해 주고 항공사가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역할 분담이다.
그것이 지방공항의 활성화나 국가의 균형발전에도 맞다.
200석짜리 보잉 737을 갖고 있는 기존 항공사가 간선을 맡고, 50~60석인 터보프롭을 띄우는 저가 항공사들이 양양, 예천, 울진, 목포 등 지방 공항의 틈새 수요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김광수 올해부터 주5일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여행도 크게 증가했는데, 항공업계 입장에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할 계획인가. 이종희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하는 광고 카피가 있는데, 아주 마음에 든다.
(웃음) 모든 것이 복잡해지면서 누구나 일 년에 한두 번은 어디론가 떠나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은 기업에서도 보너스 100%를 주는 것보다 중국이나 몽고에 보내주는 걸 직원들이 더 좋아한다고 한다.
주5일제는 우리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이틀을 쉬기 때문에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월요일 아침에 도착하면 된다.
중국, 동남아, 일본, 호주 등 거의 모든 노선에 그런 수요를 위한 항공편을 다 만들어 놓았다.
또한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역사문화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많다.
카이로, 이집트 등 고대문명이나 이스라엘을 거쳐 그리스, 로마로 가는 성지순례 코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인도의 불교문명에 대한 관심도 높다.
미지의 세계 코스도 인기다.
지난 여름 300석짜리 비행기가 매일 몽고로 들어갔는데도 자리가 없었다.
몽고는 완전히 딴 세상이다.
고비사막에서 전통 음식도 먹고 하룻밤 자고 오는 것이다.
아이디어만 잘 개발하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동남아 쪽은 거의 갔다온 것 같고, 이제는 좀더 특이한 목적지를 찾아야 한다.
올해 1천만명이 해외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인구의 25%에 해당한다.
일본은 대략 1500만명이 나가 25%가 채 안 된다.
그런 점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한발 앞서 있다.
일부에서는 외화 낭비라고 우려하지만, 그런 비판은 맞지 않다.
우리는 고객들의 삶의 질과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믿는다.
김광수 대한항공은 국제 항공동맹인 ‘스카이팀’(Skyteam)에 참여하고 있다.
마침 사장님이 항공 제휴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항공동맹이 탄생한 배경은 무엇인가. 이종희 오랫동안 전략적 제휴(얼라이언스) 업무를 담당해 그런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얼라이언스는 세계적으로 항공사들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등장했다.
노선이 중복되지 않는 항공사끼리 모여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취지다.
일단 제휴에 들어가면 모든 노선을 다른 제휴항공사들과 ‘코드 쉐어’ 해야 한다.
우리 항공사의 항공편처럼 싸고 편리하게 연결해서 탈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다른 항공사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일리지를 주고 받는 것이다.
대한항공 회원이 1500만명인데, 이 분들이 해외에 나가 우리 제휴 항공사를 타면 그 마일리지를 우리가 통합해서 넣어준다.
고객 입장에서 이건 굉장한 것이다.
마일리지는 우스운 것 같지만 20% 보너스다.
미국에 5번 가면, 1번은 공짜다.
결코 적은 혜택이 아니다.
또한 제휴 항공사끼리 공동 구매, 공동 마케팅, 공동 프로모션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심야 카운터를 같이 쓰면, 9개 항공사가 ‘스카이팀’에 참여하고 있으니 9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기름이나 하다못해 냅킨까지 공동 구매를 통해 바잉 파워를 가질 수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배운 점이 많다.
전에는 고객 데이터베이스 분석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무조건 미국의 큰 도시에 가서 대한항공을 타라고 판촉행사를 했다.
지난해 그 도시에서 몇 명이 대한항공을 탔는지도 몰랐다.
미국이나 선진 항공사들은 정말 완벽하게 데이터베이스가 되어 있다.
우리도 이제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에서 세계적인 내과의사 모임이 있으면, 우리 고객 가운데 내과의사 명단을 쭉 뽑아볼 수 있다.
지난 3년 동안 매년 3번 이상 서울-LA 노선을 탄 고객 가운데, 최근 1년 동안 타지 않은 고객만 따로 뽑아낼 수도 있다.
그러면 이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추가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행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미국 백인 고객들의 유치에도 제휴의 덕을 많이 봤다.
백인 승객들은 웬만해서는 동양의 항공사를 잘 안 타려고 한다.
요즘은 스카이팀의 리더인 델타항공이 대신 팔아준다.
아틀란타 노선의 경우 60%를 델타항공이 팔고 있다.
일단 한 번 대한항공을 타고 나면 굉장히 좋아한다.
비빔밥도 아주 좋아한다.
이제는 제휴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적지 않다.
세계적으로 상당한 여행 수요를 몰고 다니는 거대 다국적 기업들도 제휴체들의 대표를 불러 통째로 ‘딜’을 한다.
스카이팀의 경우, 델타항공이 이를 따와 제휴 항공사들에 나눠준다.
이렇게 되다 보니 제휴관계에 들어가지 못한 곳은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4년 동안 스카이팀에 참여하면서 얻는 또하나의 자산은 직원들이 갖게 된 자신감이다.
사실 대한항공이 35년 동안 항공업을 해왔지만, 막상 세계적인 일류항공사들과 경쟁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영어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여러 실무그룹 회의에 참여해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몇 년 동안 토론을 하다 보니 실무자들이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델타항공이나 에어프랑스에 뒤질 게 없다고 생각한다.
김광수 대한항공이 화물 분야에서는 세계 1위다.
성공요인이 무엇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것인지 알고 싶다.
이종희 2004년 국제선 화물수송에서 대한항공이 세계 1위에 올랐다.
세계가 깜짝 놀랄 뉴스였다.
지난 18년 동안 루프트한자가 이 분야의 선두였다.
사실 대한항공을 한반도에 있는 조그만 항공사 정도로 알고 있는 곳이 많았다.
특히 서비스, 물류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했다는 점에 더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69년 대한항공공사가 대한항공으로 민영화되었을 때만 해도 프로펠러기 몇 대와 제트기 한 대가 고작이었다.
그나마 제2차 세계대전 때 쓰던 40년 가까이 된 비행기들이라 절반 이상이 고장이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제트기로 바꾸기로 하고 들여왔다.
그걸로 국제선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들어오게 해주는 나라가 없었다.
88년의 여행자유화 이전까지는 우리나라에 해외여행 수요라는 게 없었다.
공무원들이 출장 갈 때는 노스웨스트가 들어와서 싣고 가고, 국제선은 후쿠오카 노선 하나밖에 없었다.
처음에 필리핀에 우리가 들어가겠다고 하니까, 들어오지 말라고 거부했다.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인천공항에 세계 55개 항공사가 들어오는데, 모두 양자간 항공협정에 근거해서 오는 것이다.
한국이 여행 자유화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국제선 취항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화물은 달랐다.
수출입 화물을 실어나르는 항공화물의 수송능력이 부족한 나라가 많았기 때문에 화물은 들어가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그때부터 화물로 방향을 잡았다.
채산성도 여객보다 나쁘지 않았다.
화물은 밥달라는 소리도 안하지, 까다로운 요구도 안하지, 하루 이틀 늦었다고 문제삼는 사람도 없지, 그만이었다.
(웃음) 여행 자유화가 되면서 화물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현재 100톤 이상을 싣는 점보 화물기만 20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화물도 비행기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판매 네트워크도 있어야 하고, 물류 시스템도 따라와야 한다.
요즘은 화물이 오히려 여객보다 더 까다로워졌다.
화주가 맡긴 짐이 어느 지점에 있고, 언제 도착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짐 추적 시스템이 완벽해야만 이런 요구를 맞출 수 있다.
게다가 세계 기업들이 물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재고’ 경영을 하면서 더 골치를 앓고 있다.
물류 창고를 거치지 않고, 항공기로 시간을 딱딱 맞춰서 바로바로 연결해 줘야 한다.
최근 중국정부가 대한항공에 도움을 요청했다.
어떻게 하면 빠른 시일 안에 대한항공 같은 항공사 2개를 만들 수 있는지 자문해 달라는 것이다.
중국경제가 10% 이상 성장을 계속하게 되면, 10년 후에는 중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상품의 10분의 1도 실어나르기 어려울 것이다.
항공화물 수송 능력의 확충이 시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
진행·정리=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사진=이주노 기자 jooroad@economy21.co.kr 약력/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 1942년생 1961년 단국대 경영학과 졸업 1969년 대한항공 입사 1985년 대한항공 LA여객지점장 1992년 대한항공 한국지역본부장 1996년 대한항공 종합통제담당 상무 1999년 대한항공 여객영업담당 전무 2000년 대한항공 여객영업담당 부사장 2003년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 사장 2004년 대한항공 총괄담당 사장(COO)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 김광수 소장은 2000년 김광수경제연구소를 설립해 기업 컨설팅과 정부 정책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발한 컨설팅 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정기적으로 경제 보고서를 제공하는 유료회원제 사업도 하고 있으며,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등 주요 정부부처와 대기업, 금융기관 CEO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차세대 항공기, 대한항공의 선택은?
차세대 항공기를 둘러싼 보잉과 에어버스의 경쟁이 치열하다.
에어버스는 800석 규모의 초대형 2층 여객기 A380을 앞세우고있다.
반면 보잉의 야심작은 기존 항공기보다 무게를 30% 줄인 B787이다.
A380 제작현장을 둘러보고 온 이종희 사장은 “과연 뜰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크기가 엄청나다”며 “일반석을 모두 달면 800석까지 넣을 수 있지만, 좌석 수를 줄이는 대신 공간을 넓게 해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한항공은 2008년부터 A380 5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A380은 2층 구조로 샤워장까지 설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사장은 “무게를 고려할 때 샤워장까지는 무리”라며 “대신 일반석 중간에 휴게실을 만들고, 면세점과 노래방도 설치하려고 한다”고 했다.
3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보잉 B777은 기름 소모량은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성능은 2배로 향상되었다.
조종사의 실수에 의한 ‘휴먼 에러’도 제로 수준으로 낮추었다.
실수로 조종을 잘못해도 움직이지 않는다.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B787은 이보다 더 앞선 차세대 항공기다.
이 사장은 “기존 비행기는 타이나늄 합금에 알미늄으로 만들었는데, B787은 종이처럼 얇은 비닐을 계속 붙여서 만든다”며 “이런 과정을 반복해서 만들면 강철보다 강도가 더 단단해지고, 무게는 기존 항공기보다 30% 가량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대신 여러 부분을 연결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붙여서 만들기 때문에 크기 자체는 270석 규모로 줄어들게 된다.
이종희 사장은 “노선 시스템은 대도시를 연결하는 ‘허브 앤 포크’와 중소도시를 바로 잇는 ‘포인트 투 포인트’로 나뉜다”며 “800석 규모인 A380은 허브 앤 포크 시스템에, 좀더 크기가 작은 B787은 포인 투 포이트 시스템에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10년 이상된 여객기 10대가량을 화물기로 개조해 화물 수송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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