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 의원은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뜻밖에도 ‘죄송’이라는 말을 꺼냈다.
대체 왜 그럴까. 민생탐방에 열심이던 어느 날. 심 의원은 한 영세상점을 찾았다.
민생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몸소 체험할 요량이었던 것. 그러나 그는 가게 문을 차마 열지 못했다.
문 꼬리를 잡은 채 몇 분간 망설이다가 이내 돌아서고 말았다.
너무도 적막한 가게, 그 안에서 막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점주인 때문이었다.
“정치인으로서 죄책감을 느껴 힘들었다.
” 심 의원은 고개를 숙였다.
서민정당의 미력함에 대해서도 “송구스러울 뿐이다”고 자책했다.
“양극화 해소 못해 송구스럽다” 심 의원의 눈에 비친 민생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꿈’과 ‘희망’이 사라진 지 오래이다.
수천만원짜리 핸드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강남의 ‘잘 사는 동네’와는 너무도 딴 판이다.
그가 ‘양극화 해소’를 당면과제로 삼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 의원은 ‘민생고’를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선 ‘부의 재분배’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엔 ‘소득의 재분배’ 뿐 아니라 ‘자산의 재분배’도 포함된다.
그는 “한국경제는 ‘자산주도형 투기경제’로 계속 이어져 왔다”면서 “부동산자산·금융자산·교육자산 모두 ‘투기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양극화의 해소를 위해선 이 같은 자본들도 모두 재분배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이 최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소기업 집중 육성전략’도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안 중 하나이다.
그는 중소기업의 생사가 민생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이 신규고용창출의 85% 이상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심 의원은 “중소기업이 회생해야 민생이 살아남과 동시에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다”면서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할 수 있는 정책마련에 역점을 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민의 눈’으로 한국경제를 응시한다.
그래서 부유층 또는 대기업의 눈으로 본 한국경제의 현주소와는 사뭇 차이가 크다.
보다 서민적이고 보다 민생경제 쪽이다.
“일하기 좋은 사회를 꿈꾼다.
기업하기 좋은 사회에선 노동이 배제되지만 일하기 좋은 사회에선 노동의 가치가 보장되지 않는가. 그렇다고 기업을 도외시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노동의 가치가 보장되려면 기업 역시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과 자본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가 곧 일하기 좋은 사회이자 서민중심의 사회이다.
” 이것이 바로 심 의원의 독특한 ‘경제마인드’이다.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말해 달라. 전반적 침체국면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부동산 담보 대출 등에 의한 ‘버블경제’ 기미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는가. 현재의 한국경제와 일본이 겪었던 상황은 비슷한 측면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일본은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플라자 합의 이후의 이른바 ‘이상엔고(異常円高)’로 외환은 증가하고 환율은 하락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수출 가격의 하락으로 제조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상황에 직면했다.
90년대 초중반의 BIS 자기자본 비율 적용과 대출총량제 도입을 계기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했다.
지금의 한국경제는 외환급증·환율하락·부동산 투기가격 형성 등 불황을 앞둔 일본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외환을 적정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방치한다면 우리 경제도 유사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참여정부가 경기침체를 극복하지 못한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가. ‘소비’와 ‘투자’의 부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현재 서민들의 ‘평균 소비성향’이 급격하게 떨어져 있는 상태다.
IMF 이후 단행된 구조조정과 부동산 가격의 급등에 따라 서민의 소득이 줄어든 반면 자산계급의 소득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것도 경기침체를 심화시키고 있다.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민생이 피폐되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양극화 현상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민생탐방을 갔을 때의 경험이다.
시내 중심지의 가게에 들어갈 때 주춤할 때가 많았다.
너무도 적막한 가게, 그 안에서 막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점주인 때문이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스럽고 죄송할 따름이다.
또 다른 예도 있다.
대형 할인마트가 중심상권부터 재래시장까지 휩쓸고 있는 탓에 재래시장 상인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양극화 때문에 서민들이 신음하고 있는 게 한국경제의 현주소다.
서민정당의 ‘미력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참여정부는 시종일관 ‘분배정책’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소득분배의 개선 정도는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참여정부는 말로는 ‘분배정책’을 얘기했지만 실제로 그런 정책을 편 것은 없다.
참여정부는 줄곧 대기업과 부유층을 위한 정책을 펴왔으며 이를 감추기 위해 ‘정치적인 수사’로 분배라는 말을 썼을 뿐이다.
오히려 부동산정책이나 알맹이 없는 지역균형정책 등 참여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자산의 양극화를 극단까지 밀고 가고 있고 그것이 또한 자산소득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불황’을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경제는 ‘자산주도형 투기경제’ 성격을 띄고 있다.
그래서 ‘소득재분배’ 뿐 아니라 금융자산·부동산자산·교육자산 등 가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자산재분배’까지 체계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또한 ‘기업하기 좋은 사회’를 넘어 ‘일하기 좋은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불안정노동 개선 ▲노동인력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노동중심’의 성장기조를 견지해야 한다.
또한 동남아시아 지역경제 협력구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지역공동발전 전략·지역경제연대 전략 등 경제의 모멘텀을 형성해야 한다.
청년 실업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2006년 우리나라 공식실업률은 3.5%로, 수치로만 보면 양호한 것을 보이지만 그 실체는 매우 심각하다.
우선 실제 실업률은 공식실업률의 2~3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희망이 없어 구직을 포기하거나, 가족생계에 종사하는 무급종사자 등을 포함해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일자리의 ‘질’도 문제이다.
전체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로 구성된 자영부문이 전체 고용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실질 실업율이 상당히 높고, 취업자들도 비정규직, 영세자영자가 대부분인 심각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상을 말해 달라. 무엇보다 ‘비정규직 차별’이 해소돼야 한다.
불안정 일자리를 정상적인 일자리로 전환하는 게 당면과제다.
공공서비스부문의 일자리도 증대돼야 한다.
사회서비스업 고용비중이 한국은 11%로 선진국의 30%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다.
탁아·노인요양·지역문화서비스 등 일자리 확충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에서는 미래 재생가능한 에너지산업 육성 방안도 모색 중이다.
또한 핵심중소기업 육성·소재부품 산업 육성 등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기업활동’ 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근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기업이 ‘기업활동’하기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게 더욱 큰 문제다.
대기업들은 각종 규제를 철폐해 달라고 목청을 높인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들려 달라. 규제완화는 공정한 시장의 ‘룰’을 깨뜨릴 위험이 있다.
중소기업의 발전을 훼손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삼성저격수’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대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인데. 나는 장난감 권총도 들어본 적 없다.
(웃음) 절대 대기업의 공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해외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
개발독재시대부터 지금까지 정부정책은 모두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경제성장은 국민 모두가 분담한 금액으로 이뤄냈음에도 성장의 열매는 일부 대기업들이 독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이유에서 대기업의 ‘과’에 대해서도 이제는 정확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기업이 무너지면 그 피해가 모두 서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수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들어가지 않는가. 향후 삼성의 성과가 곧 국민의 성공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삼성 역시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종속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단기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거래를 확보하는 일이다.
2005년 조사에 따르면 협력중소기업들이 거래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불공정한 하도급거래 유형은 매년 단가인하(46.1%), 대기업의 발주취소·변경(22.6%), 하도급대금 60일 초과지급(13.0%), 어음할인료(지연이자) 미지급(11.3%)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의 75.7%가 ‘거래단절 등이 우려되어 그냥 참았다’고 응답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은 기본적으로 대기업의 심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진행돼 왔다.
때문에 대기업의 맘대로 중소기업을 쥐락펴락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시장의 ‘룰’ 보다는 ‘힘’에 의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설정돼 왔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종속현상’을 깨뜨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제도개선도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감독기관·사법기관의 개혁이 중요하다.
이것만 제대로 돼도 50% 이상 깨뜨릴 수 있다.
또한 불공정 하도급 거래의 근절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외환위기 전에는 국산부품의 소비율이 정해져 있었다.
부품의 일정분은 국산을 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복원이 어렵다.
WTO규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국산 부품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WTO의 재협상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케팅의 보장과 기술투자가 지원돼야 한다.
그래야만 중소기업이 진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산학연 트러스트를 구성하는 것도 중소기업 육성책의 또 다른 방안이 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 그리고 대기업-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인가. 상생이라는 표현 자체가 마땅치 않다.
이미 대기업이 과잉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강조점은 중소기업 육성에 둬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대기업은 ‘강자’이고 중소기업은 ‘약자’일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는 시장질서란 약육강식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음결제의 현금결제 전환 ▲중국산이나 일본산 부품의 일정수준 제한 ▲대기업과 하청업체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 등의 체질개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의 초기 자생력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제품 의무 이용, 국가 조달사업에 중소기업 우대 등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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