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뜨고 내릴 수 있는 ‘나만의’ 비행기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글로벌 비즈니스 시대가 활짝 열린데서 기인한 새로운 ‘트렌드’다.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비즈니스 제트기의 시장 규모는 무려 120억달러대까지 치솟았다.
비즈니스 제트기는 업무용 비행기를 말한다.
이른바 ‘하늘을 나는 리무진’으로 불린다.
비즈니스 제트기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번거로운 공항 통관절차를 손쉽게 통과할 수 있다.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정에 따라 이착륙시간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제트기 상종가 비즈니스 제트기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현재 ‘비즈니스제트(BBJ)’ ‘글로벌 익스프레스(BD7001A10)’ 등 두 대의 비즈니스 제트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활용도가 상당히 높다.
연간 운행횟수는 100회. 총 비행거리는 130만km에 달한다.
18인승으로 중단거리용인 BBJ는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제트기로 꼽힌다.
지난 5월 현재 총 108대의 판매고를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108대 중 40%를 국가원수가 사용하고 있는 점은 눈길을 끈다.
그만큼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캐나다 봄바디어사(社)가 자랑하는 글로벌 익스프레스는 14인승으로 장거리 비행용이다.
운항거리가 최대 6천 마일을 훌쩍 넘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한국에서 상당히 떨어진 미국· 유럽 전 지역을 논스톱으로 운항할 수 있는 까닭이다.
삼성전자의 비즈니스 제트기는 해외출장이 잦은 윤종용 부회장· 황창규· 이기태 사장 등 사장단이 주로 이용한다.
이건희 회장은 1년에 고작(?) 한두 차례 이용할 뿐이다.
이철우 삼성그룹 차장은 “사장단이 한번 움직일 때 민간 항공사를 이용하면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시간낭비도 심하다”면서 “삼성전자는 비즈니스 제트기로 비용 대비 최고의 효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94년 도입한 비즈니스 제트기 ‘걸프스트림Ⅳ’(G-4) 1대를 보유하고 있다.
G-4는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대 기업 중 9개 기업이 사용하는 인기 모델.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전용기로도 유명하다.
14인승 제트기인 G-4는 최대 운항시간 9시간· 최대 비행거리 7천267km 등 빼어난 성능을 뽐낸다.
순항속도는 시속 862km. 시설은 웬만한 회의실을 뺨친다.
업무용 탁자와 주방은 기본. 위성전화·오디오·비디오 등 각종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날아다니는 특급 회의실’이다.
대한항공 G-4의 용도는 임대용 전세기다.
이용료는 시간 당 300만~500만원 수준. 제법 비싼 가격 탓인지 G-4를 이용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류진 풍산 회장 등 몇몇 재벌총수들만 이용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G-4의 임대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눈에 띌만한 마케팅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최근 본격적으로 전세기 임대사업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 5월 ‘전세기사업 TF팀’까지 만들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데 여념이 없다.
지난해부터 G-4의 이용이 부쩍 늘어난데 따른 조치다.
오석중 대한항공 차장은 “전세기사업 TF팀이 구성된 것은 사실이며 인원은 총 4명”이라면서 “하지만 아직 구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업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GFI코리아 국내 사업 시작 대한항공과 달리 오직 비즈니스 제트기 임대사업에만 집중하는 기업도 있다.
일본 글로벌윙스와 합작해 설립된 GFI코리아가 그것. GFI코리아는 현재 3대의 전용 비즈니스 제트기를 보유하고 있다.
기종은 캐나다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봄바디어사가 제작한 8인승 제트기인 리어젯-45XR. 리어젯-45XR은 단번에 3천900km까지 비행이 가능해, 비즈니스 제트기로선 ‘최상의 제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GFI코리아의 타깃은 아시아다.
베이스캠프도 한국이 아닌 중국(1대), 일본(2대)에 마련했다.
이에 따라 중국 및 일본 공항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GFI코리아의 주요 고객은 외국 CEO다.
오직 외국회사만을 상대로 비즈니스 제트기 임대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성과가 만만찮다.
GFI코리아의 리어젯-45XR의 대당 평균 운항시간은 약 600시간에 달한다.
이는 비즈니스 제트기의 평균 운항시간(500시간)을 무려 100시간 뛰어넘는 수치다.
‘임대사업’이 그만큼 잘 되고 있는 셈이다.
여세를 몰아 이르면 올 하반기부턴 국내에서도 제트기 임대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는 게 GFI코리아측의 귀띔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전용비행기 멤버십 프로그램’의 활성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GFI코리아의 ‘전용비행기 멤버십 프로그램’은 미국에선 일찌감치 일반화된 것이다.
회원들이 일정한 회비와 이용료만 내면 ‘자기 비행기’처럼 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황재홍 GFI코리아 대표는 “개인당 보증금 5억원과 연회비 1억5천만원을 내면 필요할 때마다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3개국의 주요 도시구간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서 “회원은 연간 50시간 동안 리어젯-45XR을 자유롭게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즈니스 제트기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 GFI코리아의 전세기 사업경쟁도 한층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늘의 리무진 잡기’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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