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주방은 가정에서 가족 간의 커뮤니티가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가장 안전해야 할 주방이 위협받고 있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기획으로 방송되어 논란거리로 부각된 플라스틱 식품용기 PC(폴리카보네이트)의 환경 호르몬 유출 공방이 그것이다.
또 프라이팬이나 전기밥솥 등에 사용되는 주방기기 코팅제의 PFOA(퍼플루오로옥탄산염)라는 발암물질 용출 논란도 대표적인 사례다.
인류의 이기가 양산한 화합물질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플라스틱은 조물주가 세상만물을 창조할 때 유일하게 빠뜨린 물질이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줬다.
만약 플라스틱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지구상의 나무와 쇠가 반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유용한 플라스틱이 유독 부엌에서는 공포의 존재로 다가온다.
특히 주방용품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플라스틱 밀폐 용기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완전 밀폐로 장기간 반찬을 보관할 수 있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플라스틱 밀폐용기는 하나코비의 ‘락앤락’과 코멕스 산업의 ‘바이오킵스’를 꼽을 수 있다.
이들 두 제품은 서로 다른 재질을 사용한다.
‘락앤락’은 투명한 재질의 PC(폴리카보네이트)가 주 재료다.
‘바이오킵스’는 반투명한 재질의 PP(폴리프로필렌)을 쓴다.
두 업체는 재질의 유해성을 놓고 소송을 진행하는 등 현재 공방전이 치열하다.
그러나 이들이 공방전을 벌여온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벌써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장기전이다.
문제 제기는 코멕스산업 측이 했다.
코멕스 측은 “반투명 재질의 PP원료는 탄소와 수소로만 결합돼 있기 때문에 그 안전성이 입증됐지만 투명재질의 PC원료는 열을 가하면 인체 내분비계에 장애를 일으키는 비스페놀A라는 환경호르몬이 배출된다”고 주장을 펼쳤다.
1999년 식품의약안정청 용기포장팀이 ‘식품용기포장 중 비스페놀 A 와 프랄레이트류에 관한 모니터링 연구’에서 국내 유통 중인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끓은 물에서 30분간 가열한 경우 4.2~29.4ppb(1000ppb=1ppm)의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고 밝힌 근거에 따른 주장이다.
물론 이 수치는 국내 용출제한 기준 2.5ppm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숭늉문화가 발달하고, 따뜻한 음식을 즐겨 찾는 우리의 식문화에는 분명히 치명적인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처음 나왔을 당시 업계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홈쇼핑을 통해 대박행진을 하고 있는 ‘락앤락’의 인기에 경쟁사인 코멕스산업 측이 시기를 하고 딴죽을 건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폴리카보네이트는 안전성 면에서 세계적인 환경기구 그린피스가 경고한 위험한 소재다.
코멕스산업 측은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살균을 동시에 함으로써 고열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환경호르몬의 검출이 감지되는 플라스틱 용기 PC는 주의를 요한다”고 밝히면서 “PC의 인체 무해성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는 사실만큼은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면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프라이팬에도 발암물질 환경호르몬의 유해성 논란도 이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주방의 다른 한편에 도사리고 있다.
프라이팬이나 밥솥 코팅제에선 PFOA(퍼플루오로옥탄산염 perfluorooctanic acid)라는 발암물질이 유출된다.
PFOA는 3M사에서 개발했다.
테플론(듀폰의 브랜드 명) 코팅 프라이팬과 각종 포장지의 코팅재나 직물, 카펫의 방수 마감재 등으로 널리 쓰인다.
PFOA는 과불소화합물의 일종으로, 새롭게 그 유해성이 부각되고 있는 환경오염물질이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시행한 결과, PFOA는 기형을 유발하고 간 독성을 나타내며 성적인 발달을 지연시키는 ‘환경호르몬’으로도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음식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잘 배출되지 않고 축적되는데, 학자들은 인체에 다량 축적될 경우 간암과 태아기형, 뇌세포와 신경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환경 보호국(EPA)은 PFOA가 간암, 폐암, 고환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인체 유해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PFOA를 독성 배출물질로 규제할 방침이며 이미 테플론 제조업체들에게 2010년까지 이 물질의 생산을 95%까지 줄이고 2015년까지 전면 생산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 주방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은 PFOA 대량 수입국이다.
어떠한 규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의 검출량은 이미 미국인의 무려 33배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충격적인 발표도 잠시뿐이다.
우리 주부들이 유해성을 떠나 편리성을 먼저 추구한 나머지 주방 불감증에 걸린 탓이다.
프라이팬의 가장 큰 고민은 조리를 하는 사이에 음식물이 팬에 눌어붙는다는 것. 이런 이유에서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의 등장은 조리를 하는 주부들에게는 편리함을 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를 내기 위해 사용했던 코팅제인 테플론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는 매우 적다.
대구가톨릭의대와 미국 뉴욕대가 공동으로 세계 9개 국가 12개 지역 주민의 혈중 PFOA 잔류농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여성은 평균 88.1ppb로 외국의 3~30배에 달했으며 남성은 평균 3 5.5ppb로 나타났다.
지역으론 대구 주변의 농도가 가장 높았다.
인터넷 카페 ‘스사모(스텐 팬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테플론 코팅 프라이팬에 대한 대안으로 스테인리스강 팬을 선택한 주부들의 소모임이다.
현재 개설 1년 만에 7만 뷰를 기록하며 6천400여명의 주부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PFOA에 대한 불안감으로 하루 300여명의 주부들이 새로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또 PFOA에 대한 또 다른 대안으로 지르코니아로 코팅된 주방 제품을 찾는 사람들도 증가 하고 있다.
이 제품은 원래 우주선의 외장재나 첨단 광학용 부품, 인조 다이아몬드 제조에 사용됐다.
발 빠른 국내 모 기업은 지르코니아를 이용한 코팅기술을 각종 조리기구 및 생활용품에 응용하면서 제품을 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세척제 주의보 노닐페롤 주방세제 내년부턴 사용금지 환경부는 노닐페놀 및 이를 0.1% 함유한 혼합물질을 가정용 세척제(주방·화장실·세탁용)와 잉크 · 페인트 첨가제로 제조하거나 수입,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고시안을 마련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인체 내분비계의 정상적 기능을 방해하거나 교란시켜 생식기 질환 · 기형 등을 유발하는 환경호르몬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지만 정부에서 사용제한 금지를 내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노닐페놀은 지난 2004년 한 해 동안 1만1천216톤이 수입됐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노닐페놀을 25% 이상 함유한 제품 형태로 수입됐다. 수입량 가운데 60%가 세척 · 세정 · 섬유유연제에 사용되는 계면활성제로 쓰였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고려한 결과다. 계면활성제란 성질이 다른 두 물질이 맞닿을 때 경계면에 잘 달라붙어서 표면 장력을 현저하게 감소시키는 물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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