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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MUST HAVE’는 광고 아니다?
[커런트] ‘MUST HAVE’는 광고 아니다?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6.10.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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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광고’천태만상] 팬택“슬로건이지 간접광고 아니다”방송위“슬로건도 간접광고 제재 대상” 간접광고(PPLㆍProduct Placement)가 ‘붐’이다.
새로운 광고매체로 급부상한 지 오래다.
특히 예능·오락프로그램들에선 무리한 ‘간접광고’를 꾀하는 게 관례화 되는 추세다.
천문학적인 출연료를 감당하기 위해서다.
간접광고 ‘제재’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까닭이다.
방송위원회는 현재 강도 높게 간접광고를 통제하고 있다.
무려 330명(2006년 8월 현재)에 달하는 심의원이 수시로 방송프로그램을 모니터링 한다.
시청자 불만처리위원회의 이첩이 있을 때도 간접광고 여부를 심의한다.
간접광고를 심의하는 심의위원회는 매주 1회 열린다.
총 27명의 각 분야 심의위원들이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간접광고 여부를 의결한다.
이만하면 꼼꼼한 통제절차다.
그럼에도 간접광고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갈수록 교묘한 방법으로 간접광고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도’를 넘어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인기드라마 ‘황진이’에 주연급 연기자의 개인사업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수차례 등장한 것은 간접광고의 대표적 사례다.
‘황진이’의 지난 18일 방송분에선 송도교방 행수기생 백무(김영애 역)의 제자가 된 황진이(하지원)가 수업 과정에서 다량의 황토를 밟고 지나가는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 19일 방송분에선 여러 명의 기녀들이 교방에 누운 채로 황토 팩을 하는 장면도 나왔다.
은근슬쩍 ‘황토’ 관련 제품을 선전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김영애씨는 황토 관련 미용·건강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참토원’의 부회장이다.
지난 달 중순부터 티저광고(광고캠페인 때 처음에는 회사명과 상품명을 밝히지 않고 구매의욕을 유발시키는 광고)를 실시, 소비자들의 ‘관심 끌기’에 성공한 팬택 계열 스카이의 ‘머스트 해브(MUST HAVE …)’ 캠페인도 간접광고 논란에 휩싸여 있다.
각종 인기 오락프로그램에 출연자들이 ‘MUST HAVE’라는 문구가 크게 적힌 티셔츠를 단체로 입고 등장하기 시작한 것. 최근 차량의 로고조차 간접광고 제재기준에 걸려, 모자이크 처리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팬택 계열 측은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간접광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팬택 계열의 한 관계자는 “예컨대 상표 또는 로고가 노출되면 간접광고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MUST HAVE’는 ‘슬로건’이기 때문에 간접광고의 제재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표·로고는 간접광고인 탓에 모자이크 처리 돼야 하지만 ‘슬로건’은 그대로 노출되어도 상관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먼 주장이다.
간접광고 세부심의 기준에 따르면 간접광고엔 ‘상품 등과 관련된 명칭이나 상표·로고·슬로건·디자인’ 등이 포함돼 있다.
출연자들의 브랜드 등을 장시간 클로즈업 하거나 작위적으로 확대시킨 의상을 입고 출연해서도 안 된다.
이에 대해 팬택계열측은 “MUST HAVE가 간접광고에 해당된다면 간접광고에 저촉되지 않는 게 없을 것”이라면서 ‘문제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처럼 방송 프로그램의 간접광고 문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원치 않는 기업의 간접광고를 시청자들이 봐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강도 높은 통제절차에 비해, ‘사후 처벌’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솜방망이 처벌’ 탓에 간접광고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방송위의 방송 심의제재 사유를 보면 간접광고 건수가 가장 많았지만 대부분 주의·경고 등 경징계에 그쳤다”면서 방송위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했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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