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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낙하산 기관장’들의 성적표 제각각
[커런트] ‘낙하산 기관장’들의 성적표 제각각
  • 김성수 객원기자
  • 승인 2006.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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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출신 기관장들의 희비] 이철 철도공사 사장 최하위로‘골머리’…이해성 조폐공사 사장은‘망신살’ “‘입맛’은 같아도 ‘영양’은 다르다(?)” 정치인 출신 주요 기관장들의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참여정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보은 인사’가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낙하산 CEO’에 대한 경영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 노무현 대통령은 정권 초기 “참여정부에서 낙하산 인사는 절대 없다”고 천명했지만, 이를 비웃듯 ‘낙하산’은 정부의 입김을 타고 산하·소속기관으로 속속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증권선물거래소의 후보 추천위원장(권영준 경희대 교수)이 청와대의 외압을 견디다 못해 옷을 벗는 사태가 발생하는가 하면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은 “낙하산 인사가 공기업은 물론 이제는 민간기업에까지 압력을 넣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나라당(낙하산인사조사특별위원회)은 지난 15일 참여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1백여 개 기관에 걸쳐 1백42명을 상대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조사위는 낙하산 인사 유형을 ▲청와대 출신 인사 특혜(33명) ▲17대 총선·5.31 지방선거 낙선자 배려(31명) ▲열린우리당 당료 보상(34명) ▲2002년 대선 캠프 활동 보은(32명) ▲친노 인사 배려(12명) 등 5가지 유형으로 규정했다.
이 중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 이해성 한국조폐공사 사장, 박재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송인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등이 대표적인 ‘낙하산 CEO’로 꼽혔다.
청와대와 여권은 당연한 이치라는 반응이다.
정책과제들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코드가 맞는 인물이 적합하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낙하산 CEO’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이들의 표정은 상반된다.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북·강서갑)에서 출마했다가 낙선, 지난해 7월 철도공사로 자리를 옮겼다.
12·13·14대 의원을 지낸 이 사장은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다가 후보 단일화 이후 노무현 후보의 부산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철도공사는 지난 6월 기획예산처의 14개 정부투자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자회사를 지나치게 많이 설립하고 자회사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은 ‘뜨거운 감자’. 지난 달 정부가 KTX 승무 업무를 계열사인 한국철도유통(옛 홍익회)에 위탁한 철도공사의 도급 행위는 적법하다고 최종 판정했으나, 철도노조에서 정부의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후유증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철도공사는 지난해 공사로 전환 이후 누적부채가 6조원에 육박한다(KTX 부채 4조5천억원 포함). 14개 정부투자기관의 총부채 중 40.5%(5조7천여억원)가 철도공사의 부채다.
철도공사의 올해 수입은 약 4조3천여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자체 매출은 3조3천여억원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올해 6조7천여억원, 오는 2015년에는 누적부채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보다 부채가 훨씬 큰 전형적인 부실기업인 셈이다.
보다 못한 이 사장은 뼈를 깎는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수익성 강화를 위해 지난 7월 기존 5개 지역본부와 100개 현업기관을 17개 지사로 통합했다.
또 결재라인 축소, 대팀제 도입, 외부 전문가 영입 등 성과 중심의 수평적 조직문화도 구축했다.
무엇보다 정책실명제, 업무 공개 등을 통해 투명 경영의 초석을 마련했다.
이 사장은 자신의 월급을 모두 반환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해성 한국조폐공사 사장도 이철 사장과 같이 ‘친노 인사’로 분류된다.
때문에 ‘보은성 인사’ 논란이 적지 않았다.
낙마에 대한 정치적 배려라는 지적이다.
MBC 기자 출신으로 참여정부 초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 사장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부산(중동)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는 취임 전까지 한국토지공사 비상임 이사를 지냈으며 열린우리당 중앙위원과 부산시 지부장으로 활동했다.
“조폐공사는 더 이상 돈만 찍어내는 곳이 아닙니다.
” 앞으로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하겠다는 이 사장의 취임 일성이다.
문화재 재현, 귀금속 인증, 전자주민증 및 생체인식여권 등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 사활을 걸고 나선 것. 그는 참여정부 출범 초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으면서 익힌 조직 혁신의 노하우를 적용할 복안이다.
특히 조폐공사는 본격적인 지폐 도안 작업에 착수, 지난 1월 5천원짜리 새 지폐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사장은 ‘리콜’이라는 망신을 당했다.
홀로그램(위조방지장치)이 없거나 일부만 부착된 지폐가 잇달아 발견됐기 때문이다.
원인은 조폐공사 직원의 부주의로 밝혀졌다.
한편에선 ‘낙하산 인사’가 사상 초유의 화폐 리콜 사태를 초래했다는 불신이 고조되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조폐 업무와 관련 없는 이해성 사장을 ‘낙하산 인사’로 사장에 임명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폐공사는 위조방지 기능을 대폭 강화했지만 신권의 위조는 최근 다시 눈에 띄게 늘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달리 지난해 9월 취임한 박재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한숨을 돌렸다.
각종 사행성 게임의 난립으로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지만, 바다이야기 사태로 성인오락실·성인PC방 등이 철퇴를 맞으면서 다시 오르막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올 상반기 10% 안팎의 매출 감소가 발생했으나 차츰 나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 이사장은 체육인 출신이 아니다.
그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과 대통령 정무수석 비서관실 정무2비서관을 지냈다.
지난 2004년 4월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 부산(남을)후보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그 뒤 같은 해 8월부터 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로 있다가 공단 창립 이래 처음으로 공모를 거쳐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
이런 그의 경력은 연간 2천억원에 이르는 국민체육진흥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데 적격이라는 평가다.
체육진흥공단의 올해 매출 목표는 3조원. 이 중 2,255억원을 체육진흥기금에 지원하기로 했다.
송인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역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제4대 서울시의회 의원, 민주당 강동을 지구당 위원장, 우리당 정책위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정무분과위 자문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때문에 지난 2004년 6월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송 사장은 끊임없는 혁신을 바탕으로 전기공사를 고객 만족도와 청렴도 부문에서 산업자원부 산하기관 중 최우수기관으로 끌어올렸다.
전기공사는 지난해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77개 정부 산하기관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83.1점을 얻어 산업자원부 산하 검사검증기관 중 1위, 전체 12개 검사검증기관 중 2위를 차지했다.
고객만족도 2004년 조사에서는 76.1점(검사검증기관 4위)에 불과했지만 무려 7점을 끌어 올렸다.
지난해 12월 국가청렴위원회의 청렴도 측정 결과에서도 산자부 산하기관 중 1위, 21개 공직유관단체 중 3위를 차지했다.
송 사장 취임 때 전기공사는 청렴도 측정에서 11개 공직유관기관 중 꼴찌에 가까운 10위였다.
중앙인사위원회가 발간한 홍보물에는 정부 산하기관 인사 모범사례로 송 사장이 명시될 정도다.
그는 ‘낙하산 CEO’ 논란에 대해 “취임 당시 노조위원장이 삭발까지 하며 반대투쟁을 했지만 지금은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단순 이력이 아닌 그동안의 실적과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객원기자 top@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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