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업금융은 현대중공업의 계열사(지분율 67.5%)로 왕회장(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8남 몽일씨가 회장이다.
검찰은 지난 15일 불법대출을 해주고 금품을 수수한 현대기업금융 금융부 김모(42) 전 차장을 ‘특점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구속기소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차장은 파주 탄연지구 주상복합건물 신축시행사 ㈜하이라이프 대표 이모씨에게 청탁을 받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자금 174억원을 불법대출해 준 대가로 3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04년 말 강남 모 일식집 앞에서 현금 3억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PF자금이란 금융기관이 특정사업의 사업성과 미래의 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자금을 지원하는 기법이다.
쉽게 말해 사업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때문에 대출담당자의 주관적 해석이 개입될 소지가 많아, 금품로비의 ‘사각지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김 전 차장은 ㈜하이라이프가 추진하는 주상복합건물의 사업성·담보가치·대출금 회수가능성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해 174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구속기소 된 김 전 차장 단독으로 200억원대에 가까운 대출을 허락했는지 여부다.
통상 금융기관은 PF자금을 대출해 줄 때 대출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는 등 엄격한 절차를 경유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3억원 정도의 소액대출은 부장급에서 대출여부를 결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수십억~수백억대의 금액이 대출될 경우엔 반드시 대출심사위원회의 인가를 거치고 대표이사의 허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의 단독범행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현대기업금융측은 “대표이사 및 이사진은 모르는 일이며 김 전 차장 혼자 일을 벌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현대기업금융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또 다른 문제점이 노출된다.
무엇보다 수백억대가 불법대출됐음에도 회사 고위층이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면 이는 대출심사절차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의미한다.
금융사고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체제’가 엉망이라는 것이다.
현대기업금융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출심사절차를 엄격하게 하는 등 각종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지만 불의의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수백억대의 불법대출을 해준 혐의로 철창에 갇힌 현대기업금융의 김 전 차장. 과연 그가 단독으로 불법대출을 감행했는지 아니면 또 다른 몸통이 숨어있을지 주목된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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