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1-22 17:29 (금)
[맞수들의 쩐전쟁]대박상품 만드는 '네이밍' 달인들
[맞수들의 쩐전쟁]대박상품 만드는 '네이밍' 달인들
  • 전민정 기자
  • 승인 2007.10.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 대표, 소주 브랜드 히트 ‘마이더스의 손’ … 황 대표, 아파트 브랜드컨설팅 ‘최강자’ 소비자들이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쉬운 브랜드가 히트상품의 ‘성공 비결’이라는 사실은 ‘마케팅의 정석’처럼 된지 오래다.
손혜원(53) 크로스포인트 대표와 황은석(48) 브랜드메이저 대표는 국내 브랜드 개발 및 컨설팅 업계의 자타공인 고수들이다.
또한 지었다 하면 ‘대박’을 터뜨리는 브랜드 네이밍 업계의 ‘마이더스의 손’이자 회사 창업 후 10년 이상 브랜드 네이밍에서 한 우물을 팠다는 점에서도 많이 닮아있다.
래미안에 대한 힐스테이트 ‘반격’ 손 대표와 황 대표는 아파트 브랜드 부문에서 피할 수 없는 ‘네이밍’ 한판승부를 겨루고 있다.
경쟁의 신호탄을 먼저 쏘아 올린 쪽은 황 대표. 2000년 삼성물산의 ‘래미안(來美安)’이 분양 성공을 거두면서 아파트 브랜드 시대가 열렸다.
래미안의 이름을 지은 브랜드 메이저도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이후 GS건설 ‘자이(Xi)’,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포스코건설 ‘더 샵(the #)’, 금호건설 ‘어울림’, 이수건설 ‘브라운 스톤’, 우림건설 ‘필유’, 타워팰리스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아파트 브랜드 전문 메이커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ECONOMY21 표
그러나 후발주자인 손 대표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9월 선보인 현대건설의 새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Hill state)가 '대박’을 터트린 것. 고급주택을 의미하는 ‘힐(Hill)’과 높은 지위·품격을 뜻하는 ‘스테이트(State)’의 합성어인 힐스테이트는 ‘고품격 아파트’라는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였고 지난해 11월 ‘서울숲 힐스테이트’는 75:1이라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일명 ‘힐스테이트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른 건설사들로부터 브랜드 컨설팅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건설취업포털 ‘건설워커’가 발표한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순위’에서 힐스테이트와 래미안이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국내 아파트 브랜드 네이밍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이들의 향후 대결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소비재 브랜드 네이밍 ‘진검승부’ 손 대표는 소비재에 강한 히트 브랜드 메이커로 잘 알려져 있다.
참이슬, 처음처럼, 청풍무구, 종가집김치, 트롬, 딤채, 위니아, 엑스캔버스 등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소비재 브랜드들은 모두 그녀의 손을 거쳤다.
산(山), 베스티벨리, 씨(Si), 매직스, 보솜이, 식물나라, 뷰티크레딧, 키친바흐, 콩豆, 이니스프리 등도 그녀의 작품들이다.
국내 소주 업계에 대한 그녀의 ‘공(公)’은 누구나 인정할 정도이다.
98년 소주의 명가 진로가 두산 ‘그린’의 도전에 고전하고 있을 때, 진로의 구세주가 바로 손 대표였다.
그가 이름 짓고 디자인한 ‘참眞이슬露’는 소주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나 빅히트를 기록했다.
또 2001년에는 ‘산(山)’으로 참이슬에 밀렸던 두산의 부진을 만회하는 데 일조 했으며 2006년에는 ‘山’을 대체한 ‘처음처럼’을 내놓아 소주 업계의 브랜드 네이밍 ‘달인’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이에 맞서는 황 대표의 실적도 만만치 않다.
아파트 브랜드 컨설팅 부문에서 주로 내공을 쌓아 왔지만 사명과 소비재 브랜드 네이밍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티머니, 에버랜드, 우리은행, 하이닉스반도체, STX, 싸이더스, K-water(한국수자원공사), KTX, C&그룹 등의 사명을 개발했으며, CYON, 햇살담은 간장, 2%부족할 때, 룰루, 쿠쿠, 하츠, 큐원, 카프리, 이롬, 리움, 넥센, 솔루스, 랜슬렛, 쿠아, 하이라이프, 미트엔솔트 등은 브랜드메이저가 내놓은 야심찬 작품들이다.
자신만의 ‘브랜드 철학’이 성공비결 황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CI회사인 ‘인피니티’에 입사하면서 ‘네이미스트(namist)’의 길을 걷게 되었다.
87년 인피니티에서 국내 최초로 브랜드 네이밍 및 브랜드 전략컨설팅이라는 영역을 전문화했으며 한솔제지, 하나은행 등 사명과 아카디아(대우자동차), 비트, 디스, 덴티큐, 하이트 등과 같은 다양한 업종에 걸쳐 브랜드 개발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94년초 독립한 그는 국내 최초의 브랜딩 전문회사인 ‘브랜드메이저’를 창업했다.
20여년 넘게 브랜드 컨설팅 업계에 몸담아 온 그에겐 그만의 브랜드 철학이 있다.
바로 “브랜드엔 항상 논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이(Xi)’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아파트 브랜드로서는 독특하게 ‘X’로 시작하도록 브랜드명을 지어 ‘혁신’과 ‘첨단’을 달리는 ‘아파트’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는 “포스코건설의 ‘더샵(the #)’을 짓게 된 배경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은 ‘음악이 흐르는 살기 좋은 아파트’라는 이미지 뿐만 아니라 포스코의 튼튼한 철골 구조를 상징하기도 한다.
77년 현대양행 기획실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손 대표는 86년 크로스포인트 디자인 실장으로 입사한 후 90년 회사를 인수하여 CEO의 자리에 올랐다.
네이미스트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그녀이지만 “감각적이고 화려한 디자인에 앞서 브랜드의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브랜드는 10년 이상 지속돼야 하는 것이기에 일시적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해서는 안 된다는 것.
ⓒECONOMY21 표
덧붙여 그녀는 “유행만을 좇다가 브랜드의 본질적인 가치를 간과한다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기 쉽다”고 충고한다.
‘진로’라는 기업 이름에 이미지의 본질이 내재됐음을 간파해 한자의 뜻을 그대로 풀어낸 ‘참眞이슬露’는 브랜드의 본질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다.
수많은 히트 작품을 낸 손 대표는 업계에서 이른바 ‘무당’으로 불린다.
이는 그녀 덕분에 브랜드 가치가 70억원에서 1천억원대로 올라간 이해선 아모레퍼시픽의 부사장이 지어준 별명. 소주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다른 네이밍 업체의 결과물을 맘에 들지 않아 했던 한기선 두산주류BG 사장이 네이밍 업체를 두 번이나 바꾼 끝에 그녀와 손을 잡고 ‘처음처럼’으로 돌풍을 일으켰다는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손 대표는 최근 ‘브랜드와 디자인의 힘’이라는 책을 펴내며 브랜드 네이밍과 디자인에 관해 자신의 노하우를 풀어냈다.
이 책은 브랜드 목표 및 가치 설정, 컨셉팅, 디자인 시안과 네이밍 후보안, 프레젠테이션 과정 등 하나의 디자인과 브랜드가 탄생하기까지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004년 중국과 미국에 설립한 현지 지사를 발판으로 세계 시장 정복을 꿈꾸고 있다.
오랫동안 글로벌 브랜딩 프로젝트를 통해 쌓아온 노하우와 ‘크레오라(효성 스판덱스)', '하이닉스’, 'LG Premier(LG전자)' 등과 같은 브랜드 개발경험도 큰 힘이 되리라 믿기의 그의 꿈이 실현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전민정 기자 puri21@economy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