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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한국의 B2C 어디로 가나
[커버스토리] 한국의 B2C 어디로 가나
  • 임채훈
  • 승인 2000.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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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상륙 본격화 ‘치열한 안방 쟁탈전’…오프라인과 공생의 길을 찾아라
지난 10월 27일 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 예스24 www.yes24.com 는 할인판매를 중단하라는 출판인회의의 요구에 끝내 무릎을 꿇었다.
올 초부터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며 국내 B2C(기업과소비자 전자상거래)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던 인터넷 서점, 그들 중 대표격인 업체가 오프라인에 두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예스24의 ‘항복’은 국내 전자상거래, 특히 B2C 시장의 현실에 대해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집계하는 곳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국내 전체 도소매 거래규모는 170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한솔CS클럽 www.csclub.com 황병종 사업본부장은 “이 가운데 인터넷을 이용한 B2C는 많아야 1조원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전체 거래의 0.6%가 채 안되는 수치다.
이 정도면 전자상거래가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먼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소비자들도 “결제대금을 지불하기가 까다롭다, 물건을 직접 볼 수 없어 불안하다”며 인터넷 쇼핑에 선뜻 나설 기색이 아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B2C는 성숙의 길로 접어들기까지 아직도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실제로 국내에는 소리만 요란할 뿐 실속을 갖춘 전자상거래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이제 막 출발선을 떠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거대한 걸림돌 하나가 길을 막고 요지부동이다.
바로 온라인의 확산을 곱지 않게 보아온 오프라인의 저항이다.
전환기에 일어나는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일반적이지만, 자칫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에게 딴죽을 걸어 상처를 입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낳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도서정가제 논란, 갈등의 백미? 지난 1월만 해도 예스24를 비롯한 인터넷 서점이 이렇게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 9월 예스24의 하루 매출액이 1억원을 돌파했을 때 이강인 사장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놀라워 했다.
당시 교보문고가 온라인 서점에서 올린 하루 매출액은 7천만원이 채 안되는 수준이었다.
도서정가제 논란은 이런 시장 상황을 배경으로 시작됐다.
도서정가제 논란은 온라인 성장에 두려움을 느낀 오프라인의 강력한 견제에서 비롯했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국내 단행본 시장은 연간 3조원 가량. 인터넷 서점은 이 가운데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자상거래가 전체 도소매 거래의 0.6%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게다가 인터넷 서점은 매달 20% 가까운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오프라인 대형 서점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만하다.
인터넷 서점들은 오프라인 서점들의 이러한 우려가 한국출판인회의를 움직인 힘의 실체라고 믿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갈등은 자동차 시장에서도 불꽃을 튀긴다.
올 여름 현대자동차는 27개 대리점을 영업정지시키고 2개 대리점은 아예 폐쇄했다.
이들이 리베로 www.libero.co.kr 나 딜웨이 www.dealway.com 같은 자동차 판매 사이트에 몰래 차를 팔았다는 이유다.
자동차 시장은 전통적으로 제조업체가 생산과 판매, 유통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제3의 유통업체가 끼여들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런데 인터넷 판매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철옹성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선보인 자동차 판매 사이트는 현재 30여개에 이른다.
지금까지 5천대가 넘는 자동차가 이들을 통해 판매됐다.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의 1%도 안되는 비율이지만 자동차 제조업체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무엇보다 인터넷 업체들의 저가 판매전략이 거슬린다.
이들은 시가보다 최고 100만원까지 싸게 자동차를 판매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로서는 그동안 힘들게 지켜온 가격정책과 유통망의 붕괴 위험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인터넷 업체들이 차를 싸게 팔 수 있는 건 오프라인 영업점과 인력의 부담이 적다는 온라인 특유의 장점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오프라인 대리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판매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차를 공급하면서 날개를 달아줬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 업체들이 급속히 성장하자 결국 현대자동차는 대리점에 철퇴를 가하기에 이른 것이다.
제조업체의 대리점 단속이 강화되자 인터넷 업체들은 최근 많은 곤란을 겪고 있다.
리베로 유득찬 대표는 “올 상반기와 비교해 최근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제조업체가 오프라인 유통망을 보호하고 가격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B2C 사이트를 견제하는 것은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한솔CS클럽 박진걸 소사장은 “한솔은 가전제품의 최저가격 보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대리점과 관계를 고려한 가전업체들이 물건을 공급하려 하지 않아 제품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일반 대리점 판매가보다 싸게 인터넷 쇼핑몰에 가구를 대던 대리점이 본사 압력에 굴복해 입점을 취소하기도 했다.
서점, 자동차, 가전 등 제조업체와 대리점 관계가 밀접한 시장일수록 온라인에 대한 견제나 무시는 심하게 나타난다.
잠재된 갈등의 불씨는 곳곳에 오프라인 눈치를 보느라 보험업계도 온라인 영업망 구축이 쉽지 않다.
보험업계는 그동안 보험설계사와 영업점 등 거대한 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영업을 해왔다.
대형 보험업체의 경우 보험설계사만 2만명이 넘는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더구나 지난 4월 보험요율이 자율화된 이후 온라인 영업을 확대하려 팔을 걷어붙이지만 자꾸 오프라인이 걸린다.
LG화재 www.lginsure.com 이영훈 인터넷 사업팀장은 “바람직한 보험사라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율이 5대 5는 돼야 한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기존 오프라인 조직의 반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사이버 영업을 본격적으로 하려 해도 보험설계사 같은 오프라인 인력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보험업계 대세는 사이버 영업 쪽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사이버영업 중심의 리젠트화재 www.iregent.com 는 지난 8월 8% 싼 자동차보험 상품을 내놓았다.
이 회사 조무홍 홍보실장은 “리젠트화재는 온라인 중심이라 보험설계사가 거의 필요없다.
이 때문에 보험설계사가 가져가는 7.5%의 수수료를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LG화재 이영훈 팀장도 “2002년까지 온라인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기존 영업망을 급격히 축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여전히 조심스러운 눈치다.
소프트웨어 시장도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유통방식인 ESD, ASP 등이 주목을 받으면서 전통적인 유통망과 갈등을 빚을 조짐을 보인다.
ESD는 인터넷으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판매하는 방식이다.
전송속도 문제를 비롯해 아직은 제약조건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디지털 상품이라는 소프트웨어 특성 때문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 성과도 만만치 않다.
지난 4월부터 ESD 판매를 시작한 안철수연구소는 10월까지 모두 6억5천여만원어치의 소프트웨어를 팔았다.
12월이면 9억원은 무난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최소한 20억은 달성할 것으로 내다본다.
안철수연구소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ESD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기존 유통업체들 시선이 따갑다.
안철수연구소 김현숙 이사는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결국은 고객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존 유통망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합리적인 조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증권·화장품은 온라인이 대세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들이 온라인을 무조건 경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온라인이 향후 오프라인과 키재기를 하게 될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문제는 그동안 충실히 다져온 오프라인 유통망과 관계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점이다.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아직은 온라인에 총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0.6%에 불과한 ‘비스켓’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코끼리’ 같은 오프라인 조직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LG전자에서 운영하는 가전제품 전문 쇼핑몰인 LG나라 www.lgnara.com 곽재우 과장은 “내부 갈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도 “한국통신에서 운영하는 바이엔조이 www.buynjoy.com 가 쇼핑몰 중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면서 다독거려야 할 오프라인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이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의 반발을 우려해 LG나라가 마케팅을 과감히 할 수 없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대형 제조업체들은 온라인을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오프라인은 더이상 확대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을 끌고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하면 그때 뛰어들겠다는 속셈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오프라인망을 확실히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이 먼저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 오프라인 저항에 온라인이 수세에 몰려 있는 형국이다.
철저한 힘의 논리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이 힘을 행사하는 시장도 있다.
증권시장은 이미 사이버 거래가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했다.
여기서는 거꾸로 오프라인이 온라인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화장품업계에도 온라인 유통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화장품 B2C 사이트만 100여개에 이른다.
화장품 시장은 이미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올 초 서비스를 시작한 화장품 판매사이트 티나 www.tina.co.kr 는 35%까지 싸게 화장품을 판매한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이 15% 수준에서 할인해온 것을 감안하면 ‘헐값’ 수준이다.
티나 최상운 사장은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은 내년이면 온라인 거래가 큰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티나도 오프라인 매장을 조금씩 줄이면서 온라인에 치중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제살깎기식 경쟁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오프라인 저항을 피해가며 시장을 만들어가는 사례도 눈에 띈다.
삼보컴퓨터는 아예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PC를 만들었다.
나래해커스 www.getpc.co.kr 라는 브랜드를 새로 만들면서 삼보라는 이름은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기존 유통망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다.
나래해커스 남영택 대리는 “삼보도 오프라인 대리점을 많이 갖고 있다.
온라인에서만 싸게 판매한다면 대리점들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며 전략 배경을 설명했다.
나래해커스는 유통비와 매장운영비를 과감히 줄이면서 기존 대기업 PC보다 최고 50만원 싼 가격에 PC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갖추는 것도 온라인 쇼핑몰이 택하는 전략 중 하나다.
LG이숍 www.lgeshop.com 김정한 이커머스과장은 “기존 화장품 제조 부서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이니스’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순수 온라인 쇼핑몰들도 이런 전략을 활용한다.
인터파크의 경우 ‘드림벤치’란 이름의 PC를 PB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내부 오프라인 조직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급작스런 해고 위험이다.
한 여행사는 최근 온라인 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직원을 35명선으로 줄였다.
오프라인 시절 직원이 400여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대신증권 www.daishin.co.kr 은 이런 전례를 피해갈 계획이다.
대신증권 쪽은 “오프라인 객장은 더이상 늘리지 않고 있다.
유휴 인력은 랩어카운트 등을 도입하면서 재무관리사 등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고 말한다.
온라인으로 흐르는 대세를 인정하면서 오프라인도 살리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다.
온오프의 행복한 동거는 언제쯤 시장 주변 환경은 최근 들어 온라인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정부 관련 부처들이 B2C 활성화를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산업자원부 전자상거래과 백승권 사무관은 “최근 도서정가제 문제와 관련해 문화관광부의 ‘출판 및 인쇄 진흥법’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자동차 제조업체가 자사 판매 사이트에만 차를 공급한다면 판매제한에 해당하는 불공정행위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B2C 업체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런 노력 외에도 기존 유통업자들 생각이 바뀌기를 소망한다.
온라인이 커진다고 오프라인을 다 잡아먹을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온라인이 커지면 오프라인 시장을 빼앗기도 하지만, 전체 시장을 키우기도 한다는 주장이다.
온라인 업체 역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오프라인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출혈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행복한 동거는 언제쯤 가능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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