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 증가→인플레이션” 통일된 결론 없어
국채 변화율이 M2 변화율을 설명하지 못해
미국 부채 증가가 통화량 증가로 연결되지 않아
[이코노미21 양영빈] 7월 26일 미국 재무부는 정부의 부채가 35조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많은 사람들은 미국 정부의 부채에 대한 우려를 보내고 있으며 일부는 부채 증가가 통화량을 증가시키고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채증가→통화량(M2) 증가→인플레이션”라는 공식은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논리다. 그런데 이 논리가 정말 맞는지 한번은 찬찬히 곱씹어 보도록 하자.
“M2 증가→인플레이션” 이것도 사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통일된 결론이 없는 실정이다. 경제학이 자연과학과 매우 다른 점은 어떤 두 사건의 인과성을 연구할 때 두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변인들을 통제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자연과학의 실험에서는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도출하기 위해 두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는 이런 실험이 어렵다. 통화량 증가가 물가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단순해 보이는 것도 과연 통화량이 증가해서 물가가 올랐는지 물가가 올라서 통화량이 증가했는지 명확한 답을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서는 “국채증가→통화량(M2) 증가”를 과거 경험과 대차대조표의 변화를 통해 알아보자.
현재 퍼블릭(민간, 연준, 해외)이 보유한 미국국채는 27.8조달러이다. 이중에서 연준이 보유한 미국국채는 4.42조달러이며 의아하지만 연준도 퍼블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정부 내 기관(intergovernmental holdings, 주로 사회보장기금)이 보유한 국채는 7.2조달러이다.
어제 미국국채 잔고가 35조달러를 넘어 섰다는 보도는 바로 퍼블릭이 보유한 국채와 정부 내 기관이 보유한 값이다. 이 전체 부채가 바로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를 설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부채다.
먼저 M2와 미국국채의 추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국채와 M2 규모가 비슷하게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이 차트만 보면 “국채증가→통화량(M2) 증가” 논리가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한 경제의 통화량은 그 경제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늘어난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재정 활동 역시 경제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늘어난다. 따라서 국채와 M2의 수준만 비교해서는 둘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둘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증가율을 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국채와 M2의 전년대비 증가율을 보여준다.
국채 변화율이 M2 변화율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녹색 사각형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빨간 사각형은 국채 변화율과 M2 변화율 사이에 뚜렷한 관계가 없어 보인다. 두 변화율 사이의 관계를 보기 위해 분기별 데이터로 분포도를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가로축은 국채 변화율이고 세로축은 M2 변화율이다. 상자안의 수식은 국채 변화율(x)와 M2 변화율(y)의 관계를 나타낸다. 국채가 1% 포인트 증가하면 M2는 0.21%와 고정값 5.0% 만큼 증가함을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R²=0.135인데 이 값이 1이면 국채 증가가 M2 증가를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R²=0이면 전혀 설명하고 있지 못함을 의미한다. R² 값의 하한이 얼마인가는 연구자에 따라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R²=0.135이면 형편없는 값에 속한다. 즉, 국채 변화율이 M2 변화율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대차대조표로 본 국채 변화와 M2 변화
국채 발행에 따른 연준, 재무부, 민간의 대차대조표 변화를 통해 국채와 M2의 관계를 볼 수 있다. 먼저 재무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민간이 전액 국채를 매입하는 경우를 보자. 민간이 정부 발행 국채를 인수하면 민간(A) 예금은 그 만큼 감소한다. 민간은 은행 예금으로 국채 매입 대금을 지불하고 연준은 은행의 지준금을 감소하면서 재무부(정부)의 TGA 계좌를 늘린다.
그림의 아래 부분은 정부가 국채 매각 대금으로 재정지출(군수업체로부터 탱크 매입)을 한 경우다. 군수업체는 탱크를 납품하고 예금을 받는다. 받은 예금은 연준의 지급준비금을 늘린다.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전부 민간(A)가 매입하고 정부 재정지출을 거치게 되면 경제 전체의 예금 총량은 변화가 없게 된다. 민간(A)의 예금은 100 감소하고 민간 군수업체(B)의 예금은 100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이 재무부 발행 국채를 전액 인수하면 경제 전체의 M2는 직접적인 변화가 없게 된다. 물론 정부 재정 지출의 연쇄 효과로 은행 대출이 늘어 M2가 증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효과이고 정부 국채 발행에 의한 직접적인 효과는 아니다.
재무부의 국채 발행을 연준이 인수하는 경우를 보자.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확립된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런 방식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연준이 코로나 팬데믹 당시 QE를 했을 때는 사실상 연준이 재무부 국채를 매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여 주었다. 두 번째 차트의 녹색 상자는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준은 재무부 입찰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예외는 연준이 보유한 국채를 롤오버할 때 뿐이다. 이것은 연준의 국채 롤오버를 위한 편의를 제공한 것에 불과한 것이지 연준이 직접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매입하는 것은 아니다. 연준은 국채를 매입할 때 반드시 시장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딜러 은행을 포함한 민간이 국채를 연준에 매각할 때 딜러나 은행이 국채가 아주 잠시 머무는 통로의 역할만 한다면 사실상 재무부 발행 국채를 연준이 직접 매입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보편적이었으며 재정정책 우위(Fiscal Dominance)라고 말한다.
다음은 연준이 정부로부터 사실상 직접 국채를 매입하는 경우를 보여준다.
국채 발행과 재정지출 이후 경제 전체의 예금은 100이 증가한다. 즉 M2가 100이 증가하는 셈이다. 이것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 된다.
“국채증가→통화량(M2) 증가”는 항상 맞는 논리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미국 부채가 35조달러로 늘었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통화량 증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처럼 사실상 연준이 국채를 인수하는 것이 아닌 QT를 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 증가는 직접적으로 M2를 증가시키지 않는다. M2의 증가는 민간은행의 적극적인 신용창조(또는 대출)에 의해서 일어난다.
7월 29일 재무부 1차 QRA(Quarterly Refunding Announcement)
29일 재무부는 1차 QRA를 발표했다. 1차 QRA에서는 다음 분기에 조달할 자금 규모를 발표한다. 다음은 4월 29일과 7월 29일에 발표한 1차 QRA를 본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Marketable Borrowing의 차이다. 4월 29일은 $847bil이었고 7월 29일 수정치는 $740bil로 무려 $106bil이 감소했다. 이것은 이번에 재무부가 $106bil 만큼 국채를 덜 발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Marketable Borrowing은 재무부의 국채 순발행(신규발행-만기도래)과 연준이 QT(국채)를 하면서 시장에 밀어내는 분량까지 포함한 것이다. 연준은 6월부터 QT(국채)를 매달 $60bil에서 $25bil로 감소했다. 따라서 이것에 해당하는 3개월치 분량이 $105bil이다. 즉 감소한 $106bil의 대부분은 연준의 월별 QT 감소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무부의 7월 QRA는 이전 4월 QRA와 큰 변화가 없다. 재무부가 국채 발행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님에 주의해야 한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