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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모니터]한국 보건의료체계의 붕괴를 불러올 한미 FTA
[독자모니터]한국 보건의료체계의 붕괴를 불러올 한미 FTA
  • 이코노미21
  • 승인 2006.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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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밝혀진 CRS 보고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충격적이다.
첫째는 한미 FTA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이미’ 한국의 의약품제도가 제물이 되었다는 점이다.
보고서를 보면 2005년 미국 무역대표가 의약분야의 진전 없이는 한미FTA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고, 이에 따라 2005년 10월 무역행동지침회의(trade action agenda meeting)에서 세가지 사항, 즉 건강보험재정에서 의약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던 ‘참조 가격제’(Reference Price)를 도입하지 않기로 한 것, 보험약가에 대한 별도 이의제기 기구의 설치, 의약품 허가 및 재심사 등을 위해 한국식약청이 요구했던 자료의 대폭 축소를 합의했다.
이는 그간 EU나 다국적제약협회가 요구해오던 내용이 대폭 수용된 것으로 한마디로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의약품 정책결정권을 미국의 거대 다국적제약회사에 넘겨준 내용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한국의 의약품 시장은 연간 8조원에 달하는 규모이며, 2001년 이후 다국적제약회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어 다국적제약사들의 입장에서는 군침이 도는 시장이다.
지금도 건강보험 재정에서 의약품 비용으로 나가는 돈이 30% 정도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2배가 넘는 한국에서는 의약품 비용을 줄이는 것이 과제 중 하나이다.
호주의 경우 미-호주 FTA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가 건강보험에서 사용할 약품을 입찰형태로 경쟁시키는 참조가격제보다 훨씬 강력한 약품가격 억제정책을 유지, 관철시켰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한미 FTA 추진과정이 얼마나 굴욕적이고 반 국민적인가가 그대로 드러난다.
한마디로 약품가격을 미국회사가 알아서 결정하고 안전성검사 없이 의약품을 마음대로 팔겠다는 것이 미국의 의도이고 이것이 협상이 시작하기도 전에 절반 이상 관철된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2002년부터 진행된 한미 양국이 2002년 양국은 한국의 쌍무민간부문 ‘보건의료개혁’ 실무그룹을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논의된 것은 한국의 보건의료제도 그 자체이다.
즉 건강보험, 의료기관 형태 등에 관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는 말하자면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전체의 전면적 재편의 문제다.
WTO DDA 서비스협정이나 FTA에서 의료 ‘개방’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미국 자본의 보건의료분야 진출을 위한 ‘영리법인 형태의 병원허용’과 건강보험의 전 국민 강제가입 폐지, 즉 대체형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위한 의료제도 개편이다.
한미 FTA를 말하면서 노무현대통령은 서비스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말했다.
영리병원의 허용과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는 올해 정부의 주요경제목표다.
미국식 의료제도, 병원과 보험회사에게는 천국이지만 국민들에게는 양극화의 심화와 의료비의 폭등을 불러오게 될 의료제도로의 개편을 불러올 것이 한미 FTA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국민의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아니 미래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밀실에서 국민적 합의는커녕 공개조차 되지 않은 채 논의되어 왔고 또 실제로 추진되었다는 점, 이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다.
양국의 기업들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에게 한미 FTA는 이렇게라도 추진해야 할 만큼, 모든 나라가 마지막까지 무역대상에서 제외시키고 NAFTA에서조차 예외조항에 속하는 보건의료분야를 황금시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마이더스의 손인 모양이다.
그러나 한국 국민에게 한미 FTA는 그나마 반쪽짜리라도 사회보장제도로라도 유지되어 왔던 건강보험체계와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킬 재앙일 뿐이다.
우석균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dishwasher@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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