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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세상 모든 ‘나’에게 고함
[Weekend] 세상 모든 ‘나’에게 고함
  • 박선영 기자
  • 승인 2013.02.15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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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 혜화동1번지 소극장서
▲ 67명의 연극인들은 "공연을 준비하는 내내 즐거웠다."고 했다. 분명 관객들도 즐거울 수 있는 공연이다.

“우리는 공연이 무대 위에 오르지 않길 바랐습니다.”

단막극페스티벌 아름다운 동행에 제작에 참여한 한 연출자의 이야기다. 몇 달을 땀 흘려 일군 열매인 ‘공연’이 상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그들이 진짜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한 이유였다.

열흘간의 공연을 위해서 재능기부로 동참한 67명의 연극인들은 공연이 연극이 상연되기 전에 ‘재능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편당 30분 내외의 단막극 7개가 촘촘히 모여 있다. 다른 듯 하지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비슷한 듯 하지만 서로 다른 재미를 맛보게 한다.

▲한밤의 천막극장 (오세혁 작·김한내 연출)
추운겨울, 천막 농성을 준비하는 여인이 있다. 천막 농성을 통달한 ‘선배’들이 세워준 천막 안에 들어선 여인. 혼자 쓸쓸이 맞이하는 밤이 시작된다. 사람을 한자로 ‘人’으로 풀이한 이유는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 밤 여인을 위로할 또 한 명의 여인이 찾아온다. 이로써 둘이 된 여인들의 밤은 춥지만 외롭지 않다. 천막안의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그녀들의 마법 같은 하룻밤이 시작된다.

▲다시 오적(五賊) (김은성 작·김수희 연출)
겁 많고 소심한 광대는 세상의 모든 것에 ‘눈치’ 보는 것이 몸에 익어버렸다. 그렇더라도 광대는 광대인 것. 찍힐 때 찍히고, 맞을 때 맞더라도 제대로 된 연극 한판 신명나게 놀아볼 요량으로 무대에 섰다. 40년 전 오적이 2013년 新오적으로 대물림했다. 이 오적들에게 던지는 신명나는 판소리 완창이 벌어진다.

김지하 시인의 원작 ‘오적’에서 태동했다. 시에서 느꼈던 해학을 희곡 안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건 노래가 아니래요 (김슬기 작·부새롬 연출)
매우 예쁜 가수가 노래를 한다. 알고 보니 여인은 자작가수(싱어송라이터)다.
연주자이며, 가수이며, 스스로가 사장인 이겨을(이 겨울에 노래를 부르는 가수 ‘이 겨을’이다.)은 김갑중 대표가 마련해준 ‘재주 공연장’에서 노래를 한다. 제목은 ‘불후의 명작, 칼 퇴근 하고 만나요~’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는데 그녀의 통장에 입금된 월급은 고작 560원.
아, 어찌된 일일까.

관객 없는 공연장에 홀로 울려 퍼지는 이겨을의 노랫소리가 허공에서 녹아버린다. 바람을 일으키고 싶었으나 그대로 바람이 되고 마는 슬픈 현실. 가수이자 사장인 이겨을의 아코디언 연주가 수준급이다. 무대를 홀로 채워가는 1인극임에도 무대가 쓸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상당한 흡인력이다.

▲혜화동 로타리 (김윤희 작·이양구 연출)
“기다리는데 오지 않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남자와 여자, 그들은 부부다. 시계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째깍째깍’ 가슴에 박힌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남자는 올 것이라 믿어지는 누군가를 위해 페인트칠을 한다. 사실은 여자를 위해서다. 여자는 누군가를 위해서 밥상을 차리지만 왔어야 할 누군가는 기어이 오지 않는다. 도대체 그들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동네 이야기다. 페스티벌 아름다운 동행이 열리는 그 동네 ‘혜화동’ 이야기다.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가보면 알 수 있는데 말이다.

▲살인자의 수트케이스를 열면 (이여진 작·김제민 연출)
서른여섯 살의 여자사람은 날마다 수트케이스를 가지고 다닌다. 그 이후 노인이 돼버린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심장소리·허밍소리. 분명 수트케이스 안에 누군가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들켜서 안 된다. 노인은 소리의 정체가 탄로 나지 않도록 ‘툭툭’두드려 소리를 재운다. 자신이 살해한 소녀가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살해하지 않고 견디기 힘든 이 사회의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다.

▲잉여인간 (공동창작·책임 집필 원미진·김관 연출)
일을 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의지가 없는 청년백수.
백수의 독백이 시작된다. 백수가 된 사연에 대해서 말이다.
현실에서 도망쳐 인터넷 세계에 살던 백수는 시나브로 야동에 빠진다. 그런데 사회로 나가고는 싶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스스로 원리·원칙을 세우고 실행하기로 결심한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자는 행복하다”가 신조다. 그는 야동에서 느꼈던 자신의 판타지인 ‘변태’를 직업으로 삼고자 했다. 그리고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기 위해서 지하철로 향하는데...그는 과연 변태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비밀친구 (정소정 작·윤한솔 연출)
상훈이 아이였을 때, 방문교사가 오는 날이면 숨곤 했다. 그러면 선생님은 상훈을 찾아내 놀라운 일을 만들어줬다. 마법을 만들어 내고, 비밀친구까지 돼줬다.
상훈은 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한다. 오늘따라 유난히 출근하기 괴로운 아침이다.
이제는 숨고 싶어도 숨을 수 없는 어른이 된 상훈이 오늘 다시 비밀친구를 만나러 간다.

“이 이야기가 구체적인 사안이 아니라 보편적인 이야기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관객들도 특정 상황의 이야기를 보는 게 아니라 보편적 상황의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었으면 한다.

아름다운 동행에 참여한 한 작가의 이야기다.
‘재능교육 노동자 해고’에서 심어진 씨앗이지만 열매는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보듬는 가지 끝에서 피어났다. 하지만 재밌다. 정말 재밌다. 배꼽 빠지게 웃다가 눈물 한 방울 찔끔거리게 한다.

단막극페스티벌 아름다운 동행은 2월24일(일)까지 대학로 혜화동1번지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공연시간은 평일3시·8시, 토요일·일요일 3시. 관람료는 평일 15000원, 주말 2만원, 청소년 15000원.
문의: 02-9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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