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1%대, 대출 2%대의 초저금리 시대가 다시 다가오고 있다. 한미 무역전쟁 격화와 지속되는 경기부진 속에 지난 1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눈앞에 다가 온 것이다.
지난해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만해도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미 연준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2.00%~2.25%에서 2.25%~2.50%로 0.25%p 인상했다.
그러나 한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1월, 2월, 4월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동결해왔다. 지난 5월에도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이제는 동결이 아닌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12일 열린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동안 금리인하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동결을 결정 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아직 금리인하로 대응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총재가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시중은행에선 이미 예금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 2월에 2%대가 깨졌고 4월 현재 1.88%를 기록하고 있다. 이중 정기 예·적금 등 순수저축성예금 금리는 4월 기준 1.86%까지 하락했다.
대출금리도 하향세에 접어들어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SC·씨티 등 6개 시중은행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평균금리(10년만기이상·분할상환방식)는 3.09%를 기록했다. 전체 은행 기준으론 이보다 더 낮아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4월 예금은행의 주담대 금리(신규취급액 기준)은 연 2.98%로 전월대비 0.06%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6년 10월(2.89%) 이후 최저치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저축성 수신금리는 1%대, 주담대 금리는 2%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