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정부, 통제 가능함에도 개발 최우선 속 관련 예산 95% 삭감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국내에서 남미 아마존에 대한 관심은 높다. 2009년 12월에는 상당한 돈과 노력을 들인 대형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이 다큐멘터리 역사상 최고 시청률인 20%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평생 한 번 가보기 어려운 곳에 대한 동경도 작용했을 테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아마존의 환경적인 기능이 가장 클 것이다. 한반도 면적의 70배에 이를 만큼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넓은 열대우림인 아마존은 지구 산소의 20~30%을 만들어내는,명실상부한 ‘지구의 허파’인 셈이다.
그런 아마존이 지난 8월부터 지금까지 불타고 있다. 건기가 11월 정도 돼야 끝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존 곳곳의 산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마존의 산불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예전에도 건기가 되면 다양한 이유로 산불은 어김없이 아마존을 찾아왔다. 수분이 바짝 마르는 건기는 자연발생 산불이 발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여기에 더해 예전에 있던 우리나라 ‘화전’(火田)처럼 가시덤불과 삼림을 없애 농업생산을 늘리기 위한 목적의식적인 ‘불 놓기’가 더해진다.
보우소나루 정부, ‘개간용 불 놓기’에 기름을 붓다
문제는 올해 브라질 아마존 산불의 횟수와 강도가 2012년 이후 가장 심각하다는 점이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60%가 분포하는 브라질에서 올들어 산불 9만5500건이 발생했고, 8월 중에만 축구장 420만개에 해당하는 2만9944㎢가 잿더미로 변했다. 2002년 이후 2개의 위성 관찰결과를 통해 아마존 산불을 확인하는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고다드비행센터의 생물권과학연구소 소장 더글러스 모튼은 “이전에는 가뭄이 산불을 악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올해 건기에는 아마존을 끼고 있는 브라질 7개주에서 산불이 발생하는 시기와 위치는 현지 가뭄보다는 개간(land clearing)을 위한 불 놓기와 훨씬 더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개간 목적의 의도적인 불 놓기가 예년보다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는 산불 횟수와 이로 인한 복사 에너지의 강도가 모두 증가한 것에서 확인된다. 실제로 지난 8월10일 파라 주의 산불은 이전보다 세 배 증가했다. 이날 토지 지주들은 ‘공동 불 놓는 날’ 행사를 벌였는데, 현지 신문에 미리 공표가 됐던 사안이다.
강한 바람 등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나는 경우를 빼곤, 개간 목적의 이런 불 놓기는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게 대부분이다. 방화선 구축 등 예방책을 마련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통제 불능의 자연발생 산불로 짧으면 며칠, 길면 몇 주씩 거세게 타올라 대규모 화재진압 인력과 장비가 투입돼야 하는 북미 서부의 산불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른 셈이다.
하지만 예방책 마련에 투입할 인력과 돈이 없다면 문제다. 올해 1월 출범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 아래에서 산불예방과 삼림벌채 방지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부 산하 부서인 ‘환경․재생천연자원연구소’(IBAMA)의 예산이 95% 삭감됐다. 물론 브라질이 2014년 경제․정치 위기에 빠져들면서 환경과 천연자원 보존과 관련한 예산은 꾸준히 삭감돼 오긴 했지만, 보우소나루 정부는 아예 대부분의 예산을 없애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산불진압 예산이 1750만 헤알(약 51억원) 감소했다.
산불진압 재원은 노르웨이가 주로 부담해온 ‘아마존 기금’ 운영이 중단되면서 악화했다. 보우소나루 정부의 아마존 환경 보존에 대한 의지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쌓이며 노르웨이와 독일이 기금 출연과 운영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아마존 기금’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34억 헤알(약 1조400억 원) 정도가 조성됐는데, 노르웨이 93.3%, 독일 5.7%,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가 0.5%의 재원을 부담했다.
지난 8월24 서방선진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아마존 환경 보존에 대해 보우소나루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마크롱은 지난 7월 타결된 ‘유럽연합-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자유무역협정’의 비준 거부 뜻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내부 문제”에 대해 “오도된 식민주의 심성”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맞섰고, G7 정상회의에서 아마존 산불 진화를 돕기 위해 2천만 달러(약 242억원)를 지원하기로 한 것도 마크롱이 사과하지 않는 한 받지 않겠다고 맞섰다.
아마존기금 거버넌스에서 비정부기구 배제하려는 보우소나루 정부
누구 말이 타당한지를 보려면 보우소나루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고자 하는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이후 ‘아마존 주권’을 강조하며 개발을 최우선으로 삼아 아마존 펀드의 거버넌스를 재편하려고 시도해 왔다. 핵심은 삼자기구로 이뤄지는 ‘아마존펀드 운영위원회’에서 시민사회, 특히 비정부기구를 배제하는 것이다. 운영방침과 실적 평가 등 핵심 정책을 결정하는 운영위원회는 브라질 연방정부 대표 8명, 브라질 아마존 지역의 주 대표 9명, 시민사회(비정부기구, 원주민, 기업부문) 대표 6명으로 이뤄져 있다.
비정부기구를 포함하는 제3섹터는 지난 10년 동안 펀드가 지원한 프로젝트 103개 중 56%인 58개를 맡아왔고, 이들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액은 전체의 38%에 이른다. 2018년 아마존의 탈삼림화 면적은 7900㎢였는데, 이는 2004년과 견줘 72% 줄어든 것이다. 바로 이 과정에서 비정부기구를 포함한 제3섹터는 성공적인 노하우와 경험을 보여 왔다.
하지만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정부는 “어떤 돈이든 어떻게 쓰일지는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며 비정부기구의 활동에 돌아가는 아마존 기금의 배분을 줄이고 정당성을 박탈하려는 일방적인 시도에 나섰다. 환경장관 히카르두 살리스는 토지 지주들에게 배분하는 데 아마존 기금을 이용하겠다고 이미 제안했다. 지금까지 10억 달러 넘는 돈을 기부한 노르웨이와 독일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 있다. 올해 건기에 개간 목적의 공동 불 놓기가 급증하면서 브라질 아마존 산불의 횟수와 강도가 전례없이 심각해진 것도 보우소나루 정부의 개발 최우선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서 중국이 미국산 대두와 소고기 등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고 브라질산으로 대체하는 등 외부환경도 보우소나루의 이런 정책 전환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보우소나루가 유럽연합과 각을 세우는 사이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보우소나루의 정책 전환에 대한 우회적인 지원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9월14일 워싱턴디시에서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브라질 외무장관과 만나 아마존 개발 문제 등을 논의한 뒤 “아마존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1억 달러(약 1194억원)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기금은 앞으로 11년에 걸쳐 민간 부분 주도로 이뤄질 것이고, 아마존 개발에 나서는 브라질 기업에 투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마존 보호자금이라기보다 일종의 개발자금이라고 성격을 밝힌 것이다.
‘훼손 없는 개발’ 타협책 가능할까?…소비자 제재와 기금 규모 확대 병행할 필요
열대우림을 끼고 있는 9개 주정부를 중심으로 ‘열대우림 훼손 없는 개발’을 내걸고 아마존 펀드의 운영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9월14일에는 아마존 지역 9개 주 정부의 주지사들과 노르웨이·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4개국 대사들이 만나 브라질 연방정부를 거치지 않고 주 정부에 기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에 관한 협의가 이뤄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30일 안에 나온다는데, ‘훼손 없는 개발’을 명분으로 보우소나루의 거버넌스 재편 시도를 차단하는 일종의 타협책을 마련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훼손 없는 개발’의 가능성, 특히 아마존 열대우림의 추가적인 탈삼림화가 없는 개발의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국가주권을 앞세워 ‘아마존 개발’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우소나루 정부의 정책 앞에서 이뤄지는 자금 지원은 보호의 효과를 달성하기보다는 오히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2006년부터 탈삼림화한 아마존 토지에서 길러진 콩이나 소고기를 소비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일종의 인증․상표 장치를 두자는 제안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를 통해 아마존 환경 보전의 명성을 훼손하면 국제시장에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브라질 농업계에 보내는 압력 이외에는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소비자들이 시행하는 일종의 ‘자발적 제재’의 성격을 지닌다.
이와 동시에, 거버넌스를 유지하면서 아마존 기금의 규모를 키우는 방안을 병행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인 공유자원’으로서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통해 산출되는 환경적 가치를 보상하는 데 지난 10년 간 10억 달러 조금 넘는 아마존 기금의 규모가 너무 미약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을 벗어나 자금을 대는 국가를 늘리고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환경외교 측면에서 한국 정부도 적극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수동적인 태도를 벗어나 국제적인 공유자원의 보호에 적극 나서는 체계적인 고민을 하는 만큼 환경외교의 소리 없는 ‘소프트 파워’를 쌓는 지름길은 없을 것이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