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velos, 일본 캐리트레이드 규모 20조달러로 추산
캐리트레이드를 엔캐리트레이드로 비약시켜 규모 커져
확보 가능 데이터로 엔캐리트레이드 규모 추정 어려워
“Saravelos의 20조달러→일본정부 캐리트레이드→엔캐리트레이드”
[이코노미21 양영빈] 지난 주 월요일 시장을 강타했던 충격의 근원은 엔캐리트레이드 또는 이에 대한 불안감이 촉발한 일회성 해프닝이었다.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엔화절상과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의 쏠림현상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 대한 후속 보도들이 속속 등장했으며 특히 SNS를 통한 각종 괴담들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돋보였던 것은 엔캐리트레이드 규모가 무려 20조달러에 달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었다. 근거 없는 주장은 비관론자와 낙관론자의 주요 테마다.
경제연구소나 증권사 등의 연구 리포트를 기반으로 객관성을 위장하지만 사실을 들여다보면 엉터리였던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번 엔캐리트레이드 규모를 추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독일 도이치방크의 한 연구원이 작년 11월에 낸 리포트를 기반으로 엔캐리트레이드를 추산했는데 오해에 오해를 거듭하면서 엔캐리트레이드 규모가 20조달러로 부풀여졌다.
도이치방크 전략가(Strategist)인 George Saravelos는 2023년 11월에 세계 최대 캐리트레이드(The world's biggest carry trade)란 제목으로 일본정부의 캐리트레이드에 관한 글을 발표했다. 그는 연준과 IMF에서 발표한 중요한 두 페이퍼를 근거로 일본정부의 캐리트레이드를 설명한다. 여기서 일본정부는 일본정부기관(재무성+연기금+BOJ)를 모두 함께 본 것이다.
Saravelos가 참조한 두 페이퍼와 Saravelos 발표문 링크
연준 stlouisfed.org/on-the-economy/2023/nov/what-lessons-drawn-japans-high-debt-gdp-ratio
IMF www.imf.org/-/media/Files/Publications/WP/2019/wpiea2019212-print-pdf.ashx
Saraveols
https://www.dropbox.com/scl/fi/ft29pmfvykh9h09doq6eh/DB-FX-Special-Report-The-world-s-biggest-carry-trade.pdf?rlkey=0jgpdkpd8yr8inw0eq635y3gv&e=3&dl=0
다음은 Saravelos의 글에서 인용한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표다.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연구원들은 일본의 재정적자 지출에 의한 부채부담의 정도를 측정하고 이를 미국의 재정적자 지출과 비교한다. 그들은 정부만의 부채를 본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까지 통합한 부채규모를 통해 실질적인 정부의 부채를 추산했다. 전체 정부기관을 병합한 대차대조표 관점에서는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정부기관이 보유하면 병합된 대차대조표 상에서는 자산과 부채에 동일하게 두 번 나타나므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결론은 일본의 부채(자금조달)는 금융억압에 의해 조달비용이 매우 낮지만 미국의 부채는 조달비용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일본식의 막대한 재정적자 정책을 펴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병합한 대차대조표를 보면 구조는 비슷하지만 조달비용과 자산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일본의 경험을 그대로 참조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여기까지는 세인트루이스 연준 연구원들의 매우 합리적이고 수긍할 만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도이치방크의 Saravelos는 이상한 논리를 제공한다.
다음은 그의 글에 나와 있는 표다. 이 표는 앞의 표에 나와 있는 수치와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를 보이지만 맥락은 마찬가지다.
Saravelos는 총대차대조표 크기(Gross size of balance sheet)라는 용어를 통해 일본정부의 병합된 대차대조표 크기가 505%(빨간색)라는 주장을 한다. 이 수치는 자산총액(194%)과 부채총액(311%)를 더한 값이다. 매우 이상한 셈법이다. 자산총액과 부채총액(그것도 Net balance인 -117%를 제외한)를 더한 값을 Gross size of balance sheet로 계산한 것이다.
비슷한 수치가 나온 것은 IMF 페이퍼에 있다. 다음은 IMF 페이퍼에서 구한 총대차대조표 크기다.
IMF 워킹 페이퍼의 저자 유고 코시마(Yugo Koshima)는 일본 정부의 부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중앙정부, 일반정부, 비금융 정부기관, 중앙은행 등의 대차대조표를 병합할 것을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각 주체의 자산과 부채를 단순히 더한 공공영역(Public Sector)의 총합(녹색)을 구했다. 그 결과 총자산과 총부채는 각각 당시 일본 GDP 대비 533%(녹색)였고 병합한 대차대조표로 보면 자산과 부채는 323%(노란색)였다.
도이치방크의 Saravelos는 위 표의 533%를 근거로 그의 페이퍼의 505%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그가 IMF 페이퍼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Saravelos는 GDP 대비 505%를 근거로 당시 GDP가 대략 4조달러였으므로 일본 캐리트레이드 규모를 20조달러로 추산한다. 세계 최대 캐리트레이드(The world's biggest carry trade)란 제목은 이렇게 탄생한다. 여기서 말하는 캐리트레이드는 일본 국내 예금자와 일본 정부 사이를 비유한 것이었다. 사실 각국의 중앙은행은 캐리트레이드를 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싼 자금 조달비용(현금통화+지급준비금)으로 자산(국채, 해외증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캐리트레이는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된 엔캐리트레이드 자체는 결코 아니다.
Saravelos의 결론 또한 이것이 곧 엔캐리트레이드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관심사는 일본 정부 전체의 캐리트레이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있었다. 그의 지적은 정당했지만 505%라는 의미없는 수치는 매우 의미 없고 근거 없는 수치라는 또한 사실이다.
현재 구할 수 있는 데이터로는 엔캐리트레이드 규모를 추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엔캐리트레이드 문제가 불거지자 대체로 비관론자들이 엔캐리트레이드 규모를 추정할 때 바로 Saravelos의 페이퍼를 근거로 20조달러 설이 SNS를 통해서 급속도로 유통됐다. 일부 영향력 있는 유투버들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앵무새처럼 되 뇌이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Saravelos의 근거 없는 505%(20조달러)→일본정부 캐리트레이드→엔캐리트레이드”의 일련의 과정은 지금 시장이 악재에 매우 민감함을 보여준다.
근거 없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지 않고 스스로의 원칙에 근거한 투자가 절실한 때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