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역레포 금리 올려 MMFs 자금 역레포로 유도
역레포(RRP) 잔고는 초과유동성의 핵심지표 아냐
지급준비금 수요 탄력성 지표가 과부족 여부 잘 보여줘
[이코노미21 양영빈] 연준 대차대조표의 역레포 잔고가 어제 680억달러가 감소해 2030억달러로 마감했다. 일부에서는 역레포 잔고는 초과유동성의 핵심 지표이기 때문에 역레포 소진은 연준의 QT 중단을 가져올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도 한다. 다음은 역레포 잔고의 추이를 본 것이다.
역레포 잔고는 2022년 12월 말 최고점인 2.55조달러에 달했다가 그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는 2030억달러로 고점 대비 1/10이 채 안 된다. 양적완화(QE)의 결과로 민간이 보유한 국채나 MBS를 연준에게 매각하고 예금이 갑자기 늘자 민간은 이 예금을 단기국채, 주식 등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위험 회피적인 금융기관(대표적으로 MMFs)은 새로 생긴 예금을 단기국채에 주로 투자했는데 단기국채로 몰린 자금은 단기국채 수익률을 하락시키는 힘으로 작용했고 급기야는 마이너스 금리도 넘보는 상황이었다. 기준금리 하단을 지키고자 또는 마이너스 금리를 피하고자 노력했던 연준은 역레포 금리를 올려 MMFs의 자금을 역레포로 유도했다. 연준의 이런 노력은 특히 기준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다시 0수준이었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다음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지급준비금에 대해 지급하는 금리(IORB), 1개월국채금리, RRP 금리의 흐름이다.
위 차트를 보면 연준이 1개월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가지 않도록 처절한 노력을 한 것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연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바로 역레포 장치였다. 역레포가 없었다면 연준은 단기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역레포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큰 손은 MMFs다. 다음은 역레포 잔고, MMFs의 역레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준다.
MMFs는 전체 역레포의 92%(24년 9월 기준) 사실 역레포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은 굳이 역레포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은행은 역레포 보다 0.1% 금리를 더 주는 지급준비금 계좌에 현금을 예치하면 되기 때문이다.
QE의 결과 시중에는 현금이 넘쳐났고 이 현금들이 단기국채로 몰리면 연준의 마이너스 금리를 피하려는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연준은 MMFs의 자금을 역레포로 돌려 가까스로 단기국채 금리가 0보다 크게 만든 것이다. MMFs의 투자 수단은 크게 역레포, 단기국채, 레포시장 대출이고 세 가지 옵션 모두 매우 안전한 투자 수단이다. 따라서 MMFs는 세 가지 옵션 중에서 수익률이 높은 것을 선택하게 되는데 2021년 이후 급증한 역레포 잔고는 당시에 MMFs에게 가장 좋은 투자처가 역레포였음을 말해 준다.
그림에서 보듯이 역레포(RRP) 거래량 자체는 RRP 금리의 수준과는 무관하게 움직임을 볼 수 있다. 현재는 RRP 금리가 최고 수준이지만 RRP 잔고는 매우 낮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MMFs가 RRP, 단기국채, 레포시장 금리에서 상황에 따라 유리한 것을 선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럼 여기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RRP 잔고를 초과유동성의 핵심 지표로 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초과유동성은 보통 초과지급준비금을 말한다. 은행이 필요한 지급준비금보다 만일을 대비해서 더 많은 지급준비금을 보유한 부분을 초과지급준비금이라고 부른다. 만약 초과유동성을 RRP 잔고로 본다면 초과유동성은 2030억달러만 남게 된다. 그러나 이미 은행은 RRP에 자금을 넣을 수도 있지만 금리가 0.1% 높은 지급준비금 계좌에 자금을 넣은 사실은 RRP가 초과유동성 또는 초과지급준비금이 되지 못함을 보여준다.
RRP는 MMFs의 영역이고 지급준비금은 은행의 영역이다. 둘을 혼동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이미 연준은 2020년 3월 이후부터 필요지급준비금 비율을 0%로 내렸다. 이것은 필요지급준비금이 0달러가 됨을 의미한다. 다시 본다면 초과지급준비금이 지급준비금 자체가 된다고도 할 수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당시 연준의 결정은 필요 지급준비금 제도가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바젤 규제 등으로 지급준비금 비율 같은 구세대의 유물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만약 필요지급준비금이 있었던 2020년 3월 이전 수준이 추세적으로 유지됐다는 가정을 한다면 초과지급준비금, 지급준비금, 필요지급준비금은 다음처럼 볼 수 있다.
이전 추세를 유지한다는 가정하에서 현재의 필요지급준비금은 2000억달러가 된다. 현재 지급준비금이 3.18조달러이므로 초과지급준비금 또는 초과유동성은 거의 3조달러에 가깝게 된다. RRP가 고갈돼 초과유동성이 같이 고갈된다는 주장이 매우 허술한 논리에 기반했음을 알 수 있다.
역레포(RRP) 잔고는 초과유동성의 핵심지표가 아니다. 물론 앞으로 역레포 잔고는 0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초과유동성이 감소해서가 아니라 MMFs의 투자 선택에 의한 결과일 뿐이다. 역레포 잔고는 0이 됐다가도 RRP 금리가 다른 투자 수단(단기국채 수익률, 레포시장 금리)의 수익률보다 높다면 언제든지 MMFs는 역레포를 다시 선택할 것이다.
경제의 유동성(지급준비금) 과부족을 나타내는 가장 좋은 지표는 RRP 잔고가 아니라 현재로서는 연준이 발표하고 있는 지급준비금 수요 탄력성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 지표는 지급준비금이 남아도는(Abundant) 경우에는 0에 가깝다. 현재가 바로 그런 시기다. 이 지표가 마이너스 값이 커지면 지급준비금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2019년 9월이 대표적인 시기다.
뉴욕 연준이 야심차게 만든 지급준비금 수요 탄력성 지표는 앞으로 지급준비금 수준의 과부족을 판단할 때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