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곤 늘 전화번호를 잊어버려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본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법전을 외고 다니는 판사, 검사, 변호사는 없다.
누군가 인간을 창조한 분(?)이 인간의 머리를 저장보다는 분석에 적합하도록 설계하고, 저장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비교적 적게 할당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두뇌는 분석능력을 보조하기 위해 또다른 저장매체를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이것은 교과서나 백과사전, 통계집 따위의 책이 맡아왔다.
우리의 교육제도가 비판을 받는 이유도 두뇌의 고유기능인 분석능력보다는 저장매체에 있어야 할 암기능력을 위주로 평가해왔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저장기능이 필요하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CPU(Central Processing Unit)는 기본적으로 저장보다는 연산 혹은 분석을 위한 장치이다.
사람의 두뇌는 분석에 필요한 부분은 저장하지만 CPU는 아직 인간의 수준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저장용량이 극히 미약하다.
따라서 컴퓨터는 하드디스크라는 보조기억장치가 필요하다.
명령이 주어지면 CPU는 단지 하드디스크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처리만 해준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모든 전자장비에는 작든 크든, 하드디스크의 형태건 반도체의 형태건, 이런 데이터 저장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사용하는 10만원대 10기가짜리 하드디스크만 있으면 됐지 스토리지(Storage)가 무슨 뜨는 산업이냐고 묻는다면 섭섭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무수한 디지털 자료를 어떻게 저장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많은 사람이 공유할까, 어떻게 저장하면 자료가 깨지지 않는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할까가 전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용량 저장장치를 가리켜 통상 RAID(Redundant Array of Independent)로 부른다.
RAID는 수십∼수백대의 하드디스크(HDD)를 연결해 거대한 단일 드라이브와 같은 용량을 제공한다.
드라이브에 이상이 생기면 자동복구가 가능하도록 백업시스템을 갖춰 일명 ‘온라인 무정지 저장장치’로 불린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의 고속화에 따라 정보가 폭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문자정보→음성정보→동영상정보 순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통상적으로 문자정보에서 음성정보로 바뀔 때 약 1천배의 정보량을 필요로 한다.
음성에서 동영상으로는 약 10배의 정보량이 필요하다.
1분 분량의 문자정보가 1KB라면 음성정보(MP3 기준)는 1MB(메가바이트)가 되며, 영상정보(MPEC 기준)는 약 10MB에 해당한다.
특히 인터넷 업체나 방송국, 전자상거래 업체 등 음악과 영화 등을 취급하는 경우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초고속망과 아울러 대규모 저장매체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세계의 저장장치 판매량은 60PB(페타바이트, 1PB는 10억MB로 10GB 하드디스크 10만대)로 추정되며 2000년에는 전년 대비 35% 가량 증가한 81PB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저장장치 가격의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2000년 세계 시장은 약 300억, 400억달러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국제적인 정보통신 전문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컴퓨터에 필요한 저장장치는 해마다 80% 이상씩 증가할 것으로 보여 2005년에는 약 1500PB의 시장이 형성된다.
돈으로 환산하면 저장매체의 가격하락을 감안하더라도 약 4500억달러의 시장이 생겨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의 흡수가 빠를 뿐 아니라 최근 정부의 지식기반사회 조성과 맞물려 전국의 공공도서관의 자료 내용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저장매체의 수요는 세계적인 증가율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장장치 판매량은 99년의 600TB(테라바이트, 1PB는 1000TB)에서 2000년에는 전년 대비 83% 증가한 1100TB에 이를 전망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99년의 2800억원에서 올해는 약 3500억∼ 40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2005년에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와이드와 넷컴스토리지, 토종시장 지켜 우리나라 대규모 저장장치 시장은 외국산 일색이다.
물론 소규모 하드디스크나 CD의 경우 국산이 시장을 평정하고 있지만 대규모 저장장치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현재 세계적으로 EMC, 썬마이크로시스템즈, 휴렛팩커드(hp), IBM 등 기존의 서버 제조업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EMC가 독주하고, 이어서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hp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따라서 이들 제품을 국내 판매하는 벤더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현재로선 압도적이다.
우선 미국 EMC의 한국 총판인 한국EMC가 시장점유율 30%를 웃돌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한국hp, 효성인포메이션 등이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1위와 2위 그룹의 시장점유율은 90%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체 기술로 이 대용량 저장장치를 만드는 곳은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와 넷컴스토리지 두곳뿐이다.
모두 코스닥에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이 외제를 선호하는 탓에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10% 미만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행정자치부)에서 추진중인 시·군·구 행정종합시스템용 저장장치 및 솔루션의 전담공급업체로 지정되면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들의 주가추이를 보면 5월 중순의 단기 피크 이후 크게 하락해 거의 5분의 1이 토막난 상태다.
증권정보 사이트의 토론장에는 미련없이 떠나자는 의견이 많은데 대부분의 정보통신주가 그렇듯 이 두기업은 단기적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기업은 아니다.
좀더 인내와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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