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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출자제한 등 규제 부활한 이유는 거꾸로 가는 기업 탓
[이슈인터뷰] 출자제한 등 규제 부활한 이유는 거꾸로 가는 기업 탓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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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에서 공정거래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지난해 법개정에서 여야협상대표를 맡고 본회의 찬성발언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법의 수요자로서 헌법에 합치되는지를 물어보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노태우 대통령 때 현대가 정부로부터 주식 이동 조사를 심하게 받았는데, 조사 결과에 불복해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때도 지금처럼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아미 그 일이 정주영 회장이 나중에 정치를 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건에서는 현대가 100% 이겨 이자까지 계산해 다 돌려받았다.
법을 만든 사람으로서 삼성의 헌법소원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자체를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는 식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단지 삼성에 말하고 싶은 것은 출자총액제한이나 금융계열사 의결권제한이 공정거래법에 왜 들어갔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출자제한이 자기자본의 40%로 지금보다 훨씬 엄격했다.
IMF 구제금융을 받는 과정에서 급격하게 시장개방이 이루어지면서 기업들이 무방비로 적대적 M&A 위협에 노출된다는 우려 때문에, 그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한때 폐지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여러 가지 부작용 때문에 부활됐다.
- 기업들은 경제를 살리려면 과잉 규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 요즘 경제가 어렵다 보니 여러 가지 처방들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게 출자총액 제한 때문에 돈 있는 대기업들이 투자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그걸 풀어주는 게 국민경제에 큰 해악이 안 된다면 굳이 못 해줄 이유도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출자제한이나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을 풀어주면, 기업들이 그걸 선용할 것이라는 신뢰가 전제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대기업들이 다른 경제주체들에게 믿음을 주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 얼마 전 이건희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은 사회적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는데. =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현대그룹 출신이 삼성을 공격했다고 하는데,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니다.
지금 신뢰가 바탕이 돼야 산적한 많은 문제들을 풀 수 있는데, 기업들이 자꾸만 거꾸로 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이다.
그 예로 이건희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을 들었던 것이다.
삼성은 이 회장이 지금도 삼성전자 빼고는 비상근 이상이기 때문에 이를 현실화한 것뿐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말이 안 된다.
상법상 이사는 등기이사와 비등기이사가 있고, 등기이사는 다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나뉜다.
비상근 이사는 바로 사외이사를 가리키는 것이다.
삼성의 말대로라면, 이건희 회장이 그동안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있었다는 것이 된다.
그걸 누가 믿겠나. 이 회장이 등기이사였다면 마땅히 상근을 하면서 일을 했어야 한다.
그렇게 안 했다면 상법상의 ‘이사로서의 충실의무’을 어긴 것이다.
우리 상법에 ‘사실상의 이사제도’가 있어 등기이사를 사임해도 이 회장이 똑같이 책임을 지게 된다는 주장도 하는데, 지금까지 그 규정을 적용해 처벌한 사례가 한 건도 없다.
- 금융계열사의 초과지분을 강제 처분하도록 하는 금산법 개정안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 현대에 있을 때 내가 금산법을 위반해 본 사람이다.
98년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주주구성을 다 짜놓았는데, 중간에 형제들끼리 계열분리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정몽구 회장이 관장하는 회사에서만 돈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자금이 부족해 현대캐피탈의 돈을 가져다 썼다.
그때 금산법에 따라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보니까 법에 처벌규정이 없더라. 나중에 현대캐티탈과 GE의 합작을 심사받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지적돼 금감위에 처분계획을 냈고, 이미 다 처분했다.
지금 문제되는 삼성카드가 갖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도 98년 중앙일보를 계열분리하는 과정에서 떠안게 됐으니 이와 유사한 경우다.
법을 어겨도 처벌규정이 없다는 걸 삼성이나 감독당국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중에 삼성카드와 삼성캐티탈의 합병심사에서 이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도 금감위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부에서 이런식으로 자꾸 처리를 미루니까 국회쪽에서 먼저 개정안을 낸 것이다.
- 박영선 의원이 낸 금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나? = 법안심의를 위해 열린 금융소위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박영선 의원의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걸 조목조목 정리한 자료가 올라와 있었다.
누가 낸 자료냐고 했다나, 서로 책임을 미루더라. 재경부는 재경위의 전문위원이 만든 자료라고 하고, 전문위원은 자기가 준비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 의원들 기분이 어땠겠나. 누구나 자기의견을 알리기 위해 정당하게 노력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의원들도 나름대로 치밀하게 공부하고, 다른 법률이나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자문을 다 받아서 법안을 내놓는다.
금산법 개정안을 심의하면서 문제가 됐던 것은 한 가지밖에 없다.
삼성카드가 주식을 처분하면 삼성의 주장대로 에버랜드의 경영권이 흔들리게 되느냐 하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고 나왔다.
(삼성이 금산법을 문제 삼는 것은) 경영권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정말 위헌인지를 한번 다퉈보고 싶은 거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
- 금융계열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실제로 경영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나? =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재벌들에게는 새로운 '도전'(challenge)이 될 것이다.
새로운 법체계에 자신이 순응하거나, 자신에 맞게 법체계를 바꾸는 길이 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에 따라 결국은 변화에 순응하는 것이 옳다.
그런 관점에서 볼때, 지배구조 문제를 풀 해결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주회사가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미 그쪽으로 간 기업도 있다.
특정 그룹이 관련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계열분리를 하면 된다.
동원그룹이 실제로 그렇게 했다.
우리나라 상속세법에는 아들, 딸 구별이 없다.
아들이 하나라고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다.
삼성에 워낙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훌륭하게 잘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말을 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경영권을 다 앓는다.
그런 주장을 할 건 아니라고 본다.
- 적대적 M&A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지 않나? = 이론적으로 따져서, 외국인 주주들이 모두 적대적 세력이고 이들이 행동 통일을 하는 게 가능하다면, 적대적 M&A는 벌써 일어났을 것이다.
외국인들의 목적은 경영권이 아니라 추가수익을 얻는 것이다.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려면 우수한 경영진이 필수적이고, 그런 점에서는 삼성전자의 현재 경영진은 최고 수준이다.
이들을 갈아치우자고 하면, 아마 반대세력에 줄을 설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소유주와 국내외 기관 투자가, 일반 투자자 사이에 이해상충이 있을 때 특정 이해관계자 편에서 의사결정을 하지만 않는다면, 나머지 세력이 몽땅 현재 경영진에 반대하는 일은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또 정말 적대적 M&A가 문제라면 지분율을 높이면 된다.
모든 걸 다 가지려는 것은 욕심이다.
삼성전자의 적대적 M&A 위협론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이다.
그동안 (삼성측이) 자사주 매입을 제외하고,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 - 전문경영인 출신으로서 오너경영에 대해 어떻게 보나? = 많은 그룹에서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열정과 끈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우리나라 유수한 그룹들의 3세 경영인들은 창업자인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에 비해 열정은 조금 떨어지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오히려 더 뛰어난 면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좋은 리더가 되려면 반드시 한 가지 더 갖추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부심이다.
자신이 회장에 올랐을 때 그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상속과정에서 위법사실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게 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생길 수 없다.
- 45살에 현대그룹 최연소 사장에 올랐는데 그 비결이 뭔가? = 정주영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이 편애한 것 아닐까.(웃음) 고비 때마다 큰일이 있었다.
사장으로 승진할 때는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다.
항상 주변의 동료나 부하직원들에게 해온 말이 있다.
시키는 것만 하지 말고 일을 만들어서 하라는 것이다.
남이 시키는 일을 하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100점 받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 하면 훨씬 쉽다.
항상 상사의 고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먼저 다가가 대화하고, 제안을 내놓고, 잘 안 될 때는 도움을 청하고, 이런 식으로 상사와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훌륭한 멘토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카테고리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
1952년 경기도 평택 출생 1975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76년 현대중공업 입사 1995년 현대석유화학 상무 1998년 현대경영전략팀 부사장 1999년 현대자동차 사장 2001년 현대캐피탈 회장 2004년 17대 국회의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및 여성위원회 위원 열린우리당 서민금융대책 기획단 및 육아지원정책 기획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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